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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뉴욕 변호사의 엑스팻 생활기
엑스팻(Expat)이란 외국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엑스팻으로 반평생을 살아온 필자 이철재 변호사가 뉴욕에서의 엑스팻 생활을 풀어나가며 그곳의 일상적 모습 혹은 관광객들이 모르고 지나가는 곳들을 소개한다.
업스테이트 뉴요커들의 웨그만즈 사랑 下 매년 평점 1위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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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25

 로스쿨 1학년 때 수업 끝나면 집에 가기 전에 웨그만즈에 들러 한 바퀴 돌아보고 갔다. 하루 종일 교수님들의 끝없는 질문에 시달리며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해 버벅 거리다 집에 가려면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믿거나말거나 웨그만즈에 들어서면 그 순간 모든 피로가 사라졌다.

 청과물상으로 시작한 체인답게 웨그만즈는 싱싱한 과일과 야채가 특징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그날의 가장 싱싱한 과일과 야채가 입구에서 제일 먼저 소비자들을 반긴다. 여름에는 하루 두 번씩 방금 수확한 과일과 야채가 주변 농장으로부터 들어온다. 싱싱한 과일과 야채가 쌓여있는 것만 봐도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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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그만즈는 식료품점보다 그 안에 카페와 식당, 푸드 코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다. 푸드코트에는 즉석에서 만드는 피자, 생선초밥, 햄버거, 타코 코너 등이 단정하게 늘어서 있다. 프랑스식 페이스트리와 타르트는 2000년대 초 프랑스에 직원을 파견해 6개월간 훈련시킨 뒤 매일 신선하게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배고플 때 디저트 진열대 앞을 섣불리 지나가면 그날 다이어트는 물 건너가기 십상이다.    

  

 나도 모르게 두 개를 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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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그만즈는 양질의 물건에 승부를 건다. 하지만 작은 수퍼마켓 체인이 시라큐스와 그 주변 지역의 컬트 수준을 넘어 전 미국의 관심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현상이 물건만 좋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다. 직원들의 몸에 밴 친절이 웨그만즈 성공의 또 다른 공신이다. 매뉴얼에 적힌 대로 읊조리는 친절이 아니라 진정 소비자를 위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이다. 

 시라큐스에는 웨그만즈 직원에게 감동 받은 여러 가지 사례들이 전설처럼 회자된다. 나도 몇 가지 경험이 있다. 오래 전에 물건을 사러 갔다 진열대에 그 물건이 없는 것을 보고 옆에서 다른 물건들을 정리를 하고 있던 직원에게 물었다. 웨그만즈에서는 손님이 질문을 하면 직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와서 함께 물건을 찾아준다. 그 직원도 한참 나와 물건을 찾았다. 진열대에 있던 물건이 다 팔린 것을 안 직원은 창고로 전화를 하고, 창고 직원이 내가 찾던 물건을 두 개 들고 나왔다. 나는 애초에 하나만 사려고 마음을 먹고 갔지만 그 정성에 감동해 그만 두 개를 다 사가지고 집으로 왔다.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썼지만 기분은 참 좋았다.  

 또 한 번은 내가 즐겨 먹는 탈레지오(Taleggio) 치즈를 집어 장바구니에 넣다 말고 커다란 파마산 치즈 덩어리를 자르고 있던 직원에게 웨그만즈에서 판매하는 치즈가 몇 가지나 되냐고 물었다. 그녀는 잘 모르겠다며 치즈 자르던 일을 멈추고 매니저를 찾아 데리고 왔다. 매니저는 내 질문을 듣고 상냥하게 웃으며 “계절별로 다른데 300-400 종류 정도 됩니다”라고 말 해 줬다.

 

대학 진학 직원에게 장학금 지급도

 웨그만즈는 직원을 채용하면 혹독한 훈련을 시켜 실전에 투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위에 예를 든 서비스는 직원들이 진심으로 우러나 성심성의껏 일하지 않으면 기대하기 힘들다. 웨그만즈는 매년 예산의 큰 부분을 직원 복지에 할애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직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웨그만즈는 수퍼마켓 체인 중 최고 점수를 받을 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 기업 근무 환경 평가에서 20년 넘게 늘 최상위에 올라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웨그만즈에는 장기 근속자가 많다. 손님과 직원이 서로 친해져 인사를 하며 안부를 묻는 일도 많다. 직장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생기다 보니 열과 성을 다해 일을 하고 매장의 손님을 자신의 집을 찾아 온 손님 대하 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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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이탈리아 출장 중에 동네 카페에 사람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바리스타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커피를 사이에 두고 소통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 스타벅스를 창업했다고 한다. 스타벅스는 상장회사가 되고 규모가 커지면서 초창기의 커뮤니티 같던 느낌이 퇴색하여 후라파치노 찍어내는 공장이 된 듯하다.

 웨그만즈는 아직도 커뮤니티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존과 월터 웨그만 형제는 빨리 성장하는 체인이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수퍼마켓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들은 소비자에게 최고의 만족을 주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 소비자 조사에서 평점 1위를 차지하면 그 주말에 소비자들에게 감사한다며 웨그만즈 전 매장 안에서 케이크 잔치를 벌여 들어오는 손님마다 케이크를 제법 큼직하게 잘라 준다. 손님들은 평점 1위가 자신들의 일인 양 기뻐하며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고 케이크를 먹는다.

 올림픽이 열릴 때는 웨그만즈가 후원하는 미국 올림픽 선수들을 응원한다며 케이크 잔치를 벌인다. 손님이 케이크를 먹는 것이 선수 응원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손님들은 주니 감사히 먹으며 자신의 가족이 올림픽에 출전 한 듯 선수들을 응원한다. 직원들을 독려하지만 그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그 행복감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 회사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 매년 14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음식을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주민들이 웨그만즈를 단순한 식료품점으로 보지 않고 동네의 자랑으로 여기게 만드는 이유들이다. 

 

나의 은밀한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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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대니 웨그만이 내 개인 요리사(Private Chef)라는 농담을 종종 한다. 어떤 때는 주말에 웨그만즈에 가서 아침을 사먹고 와서 책 읽다 점심 사다 먹고 집 청소 하고 저녁 사다 먹고 세 끼를 모두 웨그만즈 음식으로 해결한 적도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나만 그러는 것도 아니라 시라큐스 친구들은 대번에 내 말 뜻을 알아듣고 웃는다.

 나의 바람은 웨그만즈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나의 점심 식사를 책임져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매장 수가 자랑이 아니라 단골손님들의 애정과 긍지가 자랑인 곳으로 남기를 바란다. 종종 약속도 없이 그리운 얼굴들과 우연히 마주치는 동네 사랑방으로 오래도록 남길 바란다.

 

글·사진 이철재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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