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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근데 뭐를요? 탐험대원 '로운'의 언어탐험
입력 :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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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맞아 새로운 강의가 시작됐다. 나는 인사말로 아무 고민 없이 한 학기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 많이 들어봤고 많이 써온 만큼 아주 자연스러운 인사라고 생각했다.

첫 과제에 대한 설명이 끝날 때쯤, 교수님께서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며 말을 꺼내셨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하신다는 것이었다. 대체 무엇을 잘 부탁한다는 것인지 헷갈린다고 하셨다. “성적을 잘 부탁한다는 건가요?”라는 농담도 덧붙이셨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이런 인사말을 할 때 주로 어떤 의미로 해왔는지 생각해봤다. 굳이 무언가를 부탁드리려 했다기보다는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따라하기도 했고, 그냥 인사를 하다보면 툭 튀어나오기도 하는 말이었다. 굳이 의미를 생각해보지 않아서 처음 교수님의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을 한 나도 헷갈렸다. 나는 대체 무엇을 잘 부탁드린 걸까?

우리는 보통 무엇을잘 부탁드리는 것인지 생략하고 잘 부탁한다는 말만 인사말로 사용하곤 한다. 보통은 이 생략된 목적어가 자기 자신을 뜻하는 것 같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저 좀 좋게 봐 주세요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이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저를 좋게 봐 주세요라는 뜻으로 이 말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큰 의미 없이 사용하기도 한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이 진짜 상대의 상태에 대한 대답이 듣고 싶은 의도가 아닌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교수님께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 잘 부탁드린다는 것은 내가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밝히는 것보다는 나를 상대에게 맡기는 느낌이 강하다.

이 말을 할 때의 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잘 봐주기 원하는 것을 넘어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직접 해나가길 원하는 마음에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 의도나 의미를 깊게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의례적인 인사말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깊게 생각해보면 이 말이 잘 맞지 않는 상황이 있다. 내가 능동적으로 직접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큰 경우에는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가 더 적절한 인사말이 될 수 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도 물론 많다. 취미 모임이나, 단순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인사말로 사용하기 좋다고 생각한다. 그저 새로운 환경에서 라는 사람을 좋게 봐주길 바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맡아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는 바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우리가 쉽게 하는 인사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에 가장 적절한 말이 아닐 수도 있고, 갑자기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자주 사용하는 인사말에 무엇이 있는지 한 번 떠올려 보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일상적인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나는 알맞게 사용하고 있었는지 생각하다 보면, 상황에 더 꼭 맞는, 좋은 말을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로운(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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