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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편의 촉후감
인터뷰는 누군가의 결정적 순간을 깊숙이 간접체험하는 신비한 시간입니다. 《topclass》 김민희 편집장이 지면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때론 인터뷰 후기를, 때론 후속 인터뷰를 담습니다.
정용실 아나운서, 따뜻한 말보다 더 따뜻한 행동 반려견 마롱이는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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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5

인터뷰는 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기엔 불완전한 도구다. 말을 주고 말로 받는 인터뷰의 속성 상, 말 잘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아는 게 많아도, 느끼는 게 많아도 모든 건 그저 ‘말빨’로 결단난다. 뭉개뭉개 머릿속에 피어나는 개념을 탁 잡아내서 적절한 언어로 표현해낼 줄 아는 언어의 달인들은 능력자로 비쳐지지만, 시각적 사유에 능해서 언어화에 약한 이들은 무능력하게 비쳐진다.

 그래서 언어보다 비언어적인 사인을 많이 본다. 눈빛과 표정, 주변인들을 대하는 태도와 사소한 습관 등. 말은 꾸며낼 수 있어도 비언어적인 습관을 꾸며내기는 쉽지 않다. 카페의 서빙 직원이나 동행한 사진 기자를 대하는 태도, 일상의 에티켓 등에 그 사람의 진짜가 숨어있다. 기자 17년차, 600여 명을 인터뷰하면서 깨달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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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실 아나운서와 반려견 마롱이.
 

 정용실 아나운서의 집에 들어선 순간, 따스한 온기가 감돌았다. 보일러를 빵빵 틀어서가 아니다. 실내온도는 낮은 편이었지만, 입구부터 동선을 따라서 깔린 매트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인테리어용이 아니다. 인테리어를 위한 것이라면 은은한 양탄자나 카펫이어야 했다. 이건, 놀이방 매트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나 볼 법한 알록달록 퍼즐 매트. 그것도 동선을 따라 거실 전체에 좍~ 깔려 있다.

 반려견을 위한 것이었다. 12개월 된 마티즈 마롱이. “마티즈가 종의 특성상 슬개골 탈구가 많아요. 넘어지면 다치거든요. 넘어지지 말라고, 미끄러져서 다치지 말라고 깔아놓았어요.” 정용실 아나운서가 몽실몽실 구름 같은 마롱이를 안고 반겼다. 그런가 하면 거실 곳곳에 마롱이를 위한 장난감들이 즐비하다. 후각 훈련을 위한 도구, 촉감 장난감 등.

 “잘 먹어야 해요”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직접 장 담그시고 김치 담그시는 할머니들처럼, 그렇게 살고 싶어요”라는 그의 철학은, 마롱이에게도 그대로 통했다. 말 못 하는 동물이지만 사람만큼이나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는 그는, 마롱이의 먹거리 하나라도 허투루 주지 않는다. 상어연골, 황태 채, 고구마 말랭이를 수제간식으로 만들어, 투명 통에 하나하나 담아둔다. 마롱이의 요구를 읽어내, 그때그때 마롱이가 먹고 싶은 것을 준다.

 “황태채는 물에 담가 염분기를 뺀 후 남은 가시를 다 골라내야 해요. 손으로 요래요래 만져보면 잔가시가 느껴지거든요. 그걸 발라낸 후 6시간 동안 건조기에 건조시킵니다.”

 “제가 마롱이 통역사예요. 남편이 마롱이와 놀고 있으면, ‘마롱이가 이러이러한 걸 원하잖아’라며 알려줘요. 마음이 다 보이거든요.”

 지난 해 《공감의 언어》를 낸 후 공감력의 힘을 전파하고 다니면서 '공감력의 화신'으로 불리는 정용실 아나운서. 그의 공감력은 비단 ‘말’과 ‘언어’의 영역을 넘어선다. 세상 모든 존재를 귀하게 여기고 배려하는 마음. 세상 모든 존재가 아프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길 바라는 따스한 마음. 그 온기가 상대를, 청취자들을, 이 세상을 따스하게 데우고 있었다.

 

 

김민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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