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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입 보이면 밉보여요! 탐험대원 '느루'의 언어탐험
입력 : 2021.11.23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덮친 후 각종 방역수칙이 만들어졌고, 이를 실천할 것을 독려하는 포스터를 곳곳에서 보게 되었다. ‘지금 혼자가 되지 않으면 영영 혼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마스크를 쓰시겠습니까? 남이 씌워줄 땐 늦습니다등의 문구는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주며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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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지하철역에서 이처럼 참신한 문구로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는 포스터가 새로 붙은 것을 보았다. ‘!? 입보이면 밉보여요!’ ‘의 발음이 비슷하고, ‘() 보이다밉보이다로 둘 다 보이다와 함께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의문이 생겼다.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 마스크를 써야 하나? 왜 밉보이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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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보이다는 다른 누군가에게 밉게 보인다는 뜻의 피동사다. 따라서 입 보이면 밉보인다는 말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 입이 보이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을 미워할 거라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가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마스크를 쓰는 것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수동적으로 하게 되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행위다.

위의 포스터 속 표현을 보고 불편함을 느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밉보이면 안 된다는 점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밉보는 행위의 주체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므로 나를 미워하는 그 사람의 감정까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잘못이 있든 없든 상대방은 나를 미워할 수 있다. 밉보이지 말라는 말은 행위의 잘잘못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게 만들거나, 무언가 밉보일 만한 행동을 했을 거라며 지나치게 책임을 전가할 위험이 있다.

특히나 포스터 속 사진의 주인공이 아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복을 입은 성인이 입을 가리고 입 보이면 밉보여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쉽게 상상이 가는가? 우리는 은연중에 아이들을 평가의 대상이자 수동적인 존재로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왜 평가자에게 예쁘게 보이지 못했냐며 혼내기만 했던 것은 아닐까?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는 말처럼 작은 차이에도 청자는 화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밉보일 수 있으니 입이 보이면 안 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청자는 입을 보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밉보이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마스크를 쓰지 않는 행위가 왜 잘못되었는지가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면 어떡하지가 메시지의 핵심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한다면 밉보이지 마가 아니라 입 보이지 마가 표현의 초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의문 제기에 대해 프로 불편러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세 치 혀로 사람을 잡기도 한다. 그만큼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표현이라도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고, 계속해서 불편함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두가 언어 표현에 조금 더 민감해지기를 바라며 언어탐험대의 불편 제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느루(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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