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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가드와 ‘바디’ 크림 탐험대원 '용왕'의 언어 탐험
입력 : 2021.11.03

요즘엔 보디 크림보다는 보디 오일을 좋아해요.

뭔가 어색하지 않은가? 얼마전에 잡지를 읽는데 이 한 줄이 계속 눈에 거슬려서 결국 잡지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우리가 흔히 몸에 바르는 제품들의 이름을 바디 00’이라고 불러왔고,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들에도 바디 00’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잡지에서는 계속해서 바디보디로 표현하고 있었다.

한 번 신경이 쓰이니 저 한 단어를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어 잡지에서 눈을 떼고 허공을 보면서 그 단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body’는 바디일까 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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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자를 한글로 표기한 것에 대한 의문이니 이전에 배웠던 외래어 표기법을 먼저 떠올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생각을 이어갔다.

'o'는 보통 'ㅗ'를 사용하여 표기하지. 그러면 'body'는 '보디'가 맞는 표기법이겠군. 그러고 보니 경호원을 뜻하는 는 'bodyguard는 '보디가드'라고 표기해왔던 것 같네! 최근에 넷플릭스 추천 드라마에서 지나친 영화 제목도 한글로 '보디가드'라고 적혀 있었어.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보디 크림', '보디 오일'이 정확한 표기가 맞겠네. 그런데 'body'는 외국어지 외래어가 아니지 않나? 갑자기 이게 헷갈려서 그 자리에서 바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국립국어원 어문 규범에 '외래어 표기법의 외래어가 고유 명사를 포함해 우리말에 동화되지 않은 모든 외국어를 포함'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아 그렇구나! 그럼 'body'는 원래 저 규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게 맞아. '보디 크림'을 '바디 크림'으로 잘못 사용하고 있었구나!'

혼자 이런 고민을 하다가 이것을 소재로 글을 써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정확하게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먼저 보디가드를 검색했다. 표제어 학습 정보에 아예 바디가드가 틀린 표기라고 땅땅 못을 박아 놓았다. ‘보디크림을 검색하니 아예 사전에 보디 크림이 표제어로 있다.

그런데 검색란 바로 아래 제안으로 '바디크림으로 검색하시겠습니까?’라고 뜬다. 보통 이런 제안은 틀린 단어를 검색했을 때 뜨는 거 아닌가 싶어 바디크림을 검색했더니 바디크림이 따로 나온다. 심지어 여기 바디‘body’도 아니다. 한국어 바디가 나온다. ‘바디 크림이 잘못된 표기라는 뜻이다. 이렇게 ‘body cream’ 의 올바른 표기는 보디 크림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렇게 내 고민은 끝이 난 줄 알았다. 외래어 표기법에 사용되는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를 보기 전까진. 이게 뭔가 싶어 외래어 표기법을 아예 찬찬히 뜯어보았다. 외래어 표기법 제2장 표기 일람법에는 일반적으로 외래어는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 따라 표기하도록 한다고 되어 있다.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를 찾아보니 영어에서는 같은 ‘o’라도 음성 기호가 다른 경우가 있었고, 그 각 음성 기호마다 한글 모음이 대조되어 있었다.

그래서 ‘body’의 음성 기호를 찾아서 표와 다시 대조해보았다. ‘body’의 발음기호는 [bɑːdi]이고, ˈɑ’는 대조표에 로 나와있다. 이건 바디가 맞음을 가리킨다. 설마 싶어서 ‘bodyguard’도 검색했다. [bɑːdiɡɑːrd], 역시 ‘body’와 같은 발음기호 ˈɑ’이다. 내가 가장 처음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보디 크림이 맞다고 판단한 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던 것이고, 정확한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바디가드가 맞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국립국어원은 보디가드라고 한 걸까?

찾으면 찾을수록 더욱 혼란스러웠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왜 외래어 표기법과는 달리 보디가드바디 크림이 널리 쓰이고 있는지, ‘body’의 올바른 외래어 표기법이 보디인지 바디인지. 한국어 어문규범에 제시되어 있는 예외 상황에 딱히 들어맞는 단어들도 아니니, 억지로 이해하자면 관용적으로 굳어진 표현이겠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자니 너무 찝찝하다. 내가 규범을 잘못 이해했을 가능성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조항이 있을 가능성도 있기에 더 찝찝하다. 현재의 사전에는 보디가드’, ‘보디가 표제어로 올라가 있다. 비슷하게 ‘top’은 톱이 맞고 탑은 틀리다.

그러나 ‘copy’는 코피가 아니라 카피가 맞다. ‘coffee’는 커피가 맞고 코피는 틀리다. 영어 알파벳 표기는 모두 ‘o’로 같은데 한글로 옮길 때는 전부 다르게 적힌다. 이것은 언어가 다른 나라의 문자를 완벽히 옮겨 적을 수 없기에 생기는 어문규범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기준이 명확하고 통일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언중들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짜장면이 표준어로 인정된 것처럼 어느 쪽이 맞는 표기이건 바디 크림보디가드도 언젠가는 인정이 되겠지. 그때까지 나는 존중하며 버티겠다. 나에게 익숙한 바디 크림보디가드를 사용하면서. 

 

용왕(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0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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