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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돈워리, 초보엄마 느슨하고 끈끈한 워킹맘의 연대
입력 : 2021.10.29

광화문 KT 앞에서 삼청동으로 가는 마을버스 노선은 하나다. 시청과 삼청공원 삼거리를 오가는 초록색 11번 버스다. 지금은 모두 화상 인터뷰로 바뀌었지만 2년 전까지는 영화 개봉이나 드라마 종영 후 대면 인터뷰가 진행됐고 그 장소는 대부분 삼청동의 어느 카페를 대관해 이뤄졌다. 11번 버스는 나를 삼청파출소나 삼청주민센터 등에 내려주었다. 근사한 가로수와 엔틱한 카페가 있는 삼청동에서 배우들과 만나 나누는 인터뷰는 일상의 활기이기도 했다. 개봉 전 영화를 시사회로 미리 볼 수 있고 그 영화에 등장한 주연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 분명한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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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임신한 뒤에 첫 인터뷰이는 영화와 드라마 심지어 예능에서도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는 배우였다. 한 감독 겸 배우는 그를 두고 배우의 훅이 있다고 했다. 나는 깊이 공감했다. 무엇보다 그가 아이를 둘을 낳고 또 누구의 손에 맡기지 않고 길러내면서 어떻게 그런 필모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쉬는 동안 불안하지 않았는지 많이 궁금했다. 임신과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연예계였다. 다행히(?) 당시 그가 당시 맡은 배역이 (드라마에서는) 아이의 성공을 위해 모든 걸 건 엄마이거나, (영화에서는) 훼손된 가정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 고뇌하는 아내라, 배우의 사적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도 비슷한 고민을 작품으로 공유할 수 있었다. 엄마나 아내가 주인공을 위한 조력자나 소품으로 소모되지 않는 것도 당시 달라진 문화계의 분위기였고.

그는 말했다. 미래에 대한 고민 대신, 현재에 충실하면 된다고. 비슷비슷한 배역이 들어오던 조연 시절에도 그저 맡겨진 작품에 충실했고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는 시기에도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에 충실했다고. 그럴 때는 신세를 한탄하며 불안해하는 것보다, 그저 오늘을 살아내는 게 낫다고 말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탁자 아래로 나의 배를 쓰다듬었다. 내 내면의 동요와 아이의 태동이 함께 잠잠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은, 그저 생명이 온 기쁨에 집중해도 되는 시기였다. 그래도 된다고, 그래도 별일 없다고, 그는 자신의 작품으로 증명하는 중이었다. 그건 출산과 육아를 거친 후 복귀한 배우들에게 어쩐지 동어 반복되는 '외모가 그대로다', '연기가 깊어졌다'는 무성의한 평가나, "육아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연기하는 게 더 쉽던데요"같은 스포일러보다 더 와닿았다. 출산과 육아가 없었더라도 그는 주어진 현재에 충실했을 것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자신이 쓸 대기실을 쾌적하게 쓸고 닦은 후 체력이 약한만큼 집중력을 다해 첫 신에 ''을 선보이며 OK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충실함은 여지없이 그를 충일한 내일로 이끌었을 것이고.

때로는 "별생각 없이 지나왔다"는 이야기가 더 가뿐하게 들릴 때가 있다. 나는 이후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을 더해 13개월의 휴직 후 직장으로 복귀했다. 아이는 그 사이에 신생아에게 영아를 거쳐 유아가 되었다. 언제 이렇게 컸지. 하루는 퍽 길었는데 13개월은 훅 지나갔다. 그 사이 회사 앞 카페 몇 개의 간판이 달라졌고, 자주 가던 식당이 코로나로 문을 닫았다. 엘리베이터에서 잠시 몇 층이었나 헷갈린 것 외에는 지난주에도 여기에 왔었던가 싶게 몸이 동선을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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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국화에 집중!

출산과 육아가 나의 글을 더 깊게 만들었을까. 그런 드라마틱한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더 많이 고민하고 공들이고 끙끙대면 조금 나은 글이, 마음과 생각을 덜 주면 그만큼 못한 글이 나온다. 다만 이렇게 고요히 앉아 끊기지 않고 쓰는 시간의 소중함, 따뜻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마실 수 있는 라테의 황송함 같은 건 느낀다. 앞으로도 내가 어떤 성취를 이룰 수 있는가는 임신과 출산과 육아를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완벽한 플랜이나 청사진이 아니라 그저 오늘 하루에 달려있을지 모른다. 아이가 어떻게 클것인가도 오늘 하루에 달려있을 것이고. 그러니까 일단은 마감을 하고, 아이랑 놀 때 딴생각하지 말아야지.  

 

유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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