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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여대륜의 조선 아저씨 관찰기
Magazine THE NEW GREY 편집장 여대륜입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저씨들을 만나고, 패션을 통해 그들을 메이크 오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있습니다.
THE NEW GREY, 그리고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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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이 아닌 `타인`의 이야기를 옮기는 것.

제가 느끼는 직관적인 감정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아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당시에 제가 느꼈던 것을 -즉 전하고 싶은 것을- 전하지 않으면, 그들의 이야기를 쓰는 의미를 잃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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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패션,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었습니다. 배가 나오고, 머리가 빠지고, 같은 옷만 입는 우리네 아버지. ‘짠’ 하고 변하는 것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들은 ‘변하는 것’이 다소 불편해 보였습니다.

서른셋의 아버지를 만나고 제가 느낀 건 그렇습니다. 서른셋 모두가, 정말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아버지’라는 하나의 단어 때문에, 가족을 위해 자신을 포기했습니다. 나보다 가족이 먼저였던 그들이 갑자기 ‘주인공’이 되니, 분명 어색하고 불편했을 것입니다.

‘변하는 것’을 불편해하던 그들이 ‘스스로’ 변했습니다.

청바지를 30 년 만에 입었고, 머리에 뭘 발라본 게 결혼식 이후로 처음이었고, 사진은 설악산의 ‘대청봉’에서나 찍던 그들입니다. 수줍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를 피하는 모습도 잠시, 이내 곧잘 포즈를 잡았고 마음 한켠에 숨겨둔 ‘끼’를 맘껏 드러냈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변했습니다. 우리가 ‘변하게 한’ 것은 그저 겉모습뿐이었습니다.

그들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변하는 것, 도전, 그런 종류의 것을, 그들은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었습니다.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그런 흔한 경험을 할 기회가 없어서, 그래서 고작 그 두시간 남짓한 순간과 같은 시간을 그들은 “어마어마한 의미를 지닌 잊을 수 없는 추억”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음껏’(지금껏 가족이 가장에게 기대해 온 역할과 책임을 생각하면 ‘마음껏’도 부족합니다만) 그들의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과는 달리, 우리는 고작 ‘추억’밖에 주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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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족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그들의 경험은 ‘자의적’ 이라기보단 ‘타의적’ 에 가까웠습니다.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가족이 원해서, 그래서 기꺼이 참여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가족은 그들을 위해 밥상을 차렸는데, 그들은 가족을 위해 밥을 먹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기분을 쉽사리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가족이 좋아하니까, 멋지다고 하니까, 짱이라고 하니까, 그때서야 그들도 덩달아 좋아하곤 했습니다.

그들은 가족의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이제는 본인의 삶을 더 사랑했으면, 본인의 인생 2 막을 본인을 위해 살았으면` 하는 가족의 소망 혹은 염원과 같은 마음을 그들이 이제는 조금 알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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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시대의 중년 남자’를 이야기합니다.”

 

조금은 염세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돈 벌어다 주는 기계’란 말이 그들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기도 한 듯합니다. 책임과 의무라는 이름 아래,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을 때까지 온갖 쓰임을 당하다 녹이 슬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가 와도 가족을 지켜야 하는. 그게 바로 `이 시대의 가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일종의 메타포(metaphor) 같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과연 과거에도 꾸밀 줄 몰랐고, 매일 같은 옷을 입었나요?’

 

그들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지금까지 잊고 살았던 ‘자신’을 조금이라도 돌보라고, 조금이라도 ‘자신’을 위해 살아보라고, 그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앞으로 더욱 많은 아버지를 만날 계획입니다. 그 ‘만남’이라는 ‘행위’를 통해, ‘이 시대의 중년 남자들’이 한 사람의 ‘어디에나 있는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왔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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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여대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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