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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슬기의 판타스틱 베이비
코로나가 창궐하던 2019년 11월에 태어나 마스크 너머의 세상을 보는데 익숙해진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불행이 불행만은 아니어서, 재택근무 덕에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게 질좋은 시간인지는 늘 물음표입니다. 찰나에 지나가는 '반짝이는 지금'을 적어봅니다. 이 '적음'이 먼훗날 아이와 저에게 뜻깊은 '저금'이 되길 바랍니다.
#7.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뽀롱뽀롱 마을에 사는 아이
입력 : 2021.10.07

아이가 깨기 전에 컴퓨터를 세팅한다. 주요 일간지의 헤드라인을 훑고 커뮤니티의 핫이슈를 둘러 본다. 매일 새로운 데일리 뉴스를 발굴하는 게 재택 근무 중 가장 큰 업무다. 안방에서 엄마?!”하는 소리가 나면 들어가 물을 한 모금 먹이고 팔 다리를 주물러 주면서 남은 잠을 깨운다. 아침마다 아이의 팔과 다리가 길쭉해지는 것 같아 신기하다. 아이는 눈 뜨자마자 아빠를 찾는데, “아빠 회사 가셨어. 아마 지금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을 거야.”하면 또 ~”하고 침대를 뒹군다.

거실로 나오면 몇 권의 동화책을 읽는다. 코코몽이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간 이야기, 병원에 가서 주사 맞은 이야기 등을 읽고 나면 아이는 자기 소파에 앉는다. 나는 바로 옆에 있는 아이 탁자에 얇게 썬 사과와 모닝빵, 아이용 멸균우유 등을 비치해둔다. 아이는 사과를 먹으면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미니카를 굴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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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식탁 위 노트북으로 돌아와 기사 쓸 것을 정하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아이는 식탁 의자 밑으로 와서 흰 바탕 화면에 검은 글자가 늘어나는 걸 보다가, “뽀뽀?”하고 묻는다. 뽀뽀를 해주겠다는 건 아니고 노트북 화면으로 뽀로로를 본 적이 있던 걸 기억해 낸 것이다. 그러면 나는 거실 TV로 뽀로로와 친구들을 소환한다.

~ 뽀로로다. 안녕 친구들, 안녕 친구들~” 노랫소리가 나오면 아이는 거실에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이 때 에피소드를 잘 선별해야 한다. 이미 아는 이야기가 나오면 아이는 흥미를 잃는다. 기사를 마무리할 때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뽀로로와 친구들이 모험을 떠나되, 중간 중간 신나는 노래와 율동이 나오고 바다가 나오면 더 좋다. 2003년생 뽀로로가 쌓아둔 이야기가 많아 사뭇 든든하다.

뽀로로에게 아이를 맡기고 기사를 쓰면서 흘끔흘끔 거실을 쳐다본다. 아이는 다른 친구들보다 다소 철없고 개구진 크롱을 귀여워하고, 뭐든지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척척박사 에디를 좋아한다. 패티가 운동을 하면 핫둘핫둘하며 따라하기도 하고, 해리가 노래를 부르면 엉덩이를 흔들며 리듬을 탄다.

혼자 TV를 보는 게 안쓰러워 소파 옆에 앉아 있다 보면 아이는 동굴이나 지하로 떨어지는 무서운 에피소드나 상어나 괴물이 나오는 순간에 순간적으로 내 품에 파고든다. 내가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이런 장면이 나오면 무서움을 어떻게 견디는지 나는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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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뽀로로!

육아책을 보면 영재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거실에 TV가 없다는 점이다. 거실을 서재처럼 꾸미고 아이는 TV의 존재를 거의 모르는 채로 자란다. 우리집 거실은 그 자체로 뽀롱뽀롱 마을의 일부다. 육아전문가들은 24개월 전에는 영상을 보여주지 말고, 24개월 이후에도 1시간 내외로 시청을 제한하라고 권한다. 그런 이야기를 볼 때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아마도 육아전문 오선생님이 우리 집을 관찰카메라로 보신다면 여러 번 고개를 젓거나 한숨을 쉬시겠지.

아이와 마을 도서관에 갔다가 해리포터 전집이 꽂혀있는 걸보며 전과는 다른 상념에 빠졌다. 조앤롤링씨가 카페에서 글을 쓰는 동안 아이는 유모차에 있었다고 했는데 25권의 책을 쓸동안 아이는 어떻게 자랐을까.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의 동백이는 어떻게 필구를 홀로 키우며 두루치기를 볶았을까. ‘섬집 아기가 워킹맘의 노래라더니 세상이 다른 필터로 보이는 요즘이다.

기사를 마무리 하고 아이 곁에 가서 이제 우리 점심 먹을까?”하고 묻는다. 아이는 여전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감자와 당근을 볶으면서 생각한다. 재택을 한 덕분에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지만, 근무를 하기 때문에 늘 곁에 있을 수는 없다. TV를 보며 자란 아이는 영재가 되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아야지. 다만 뽀로로의 노래처럼 나쁜 일 슬픈 일 힘든 일은 다 잊고 좋은 일 기쁜 일 행복한 일들만 생기기를.


유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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