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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결혼 후 아내는 '전 여친'인가, '구 여친'인가? 전 여친, 구 여친, 낡은 여친...
입력 : 20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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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온라인 가나다를 살펴보곤 한다. ‘온라인 가나다는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온라인 가나다홈페이지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한 답변이 업로드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온라인 가나다에는 국어 문제집 속 해설부터 예능프로그램 자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생겨난 다채로운 궁금증들이 가득하다. 이러한 궁금증을 훑어보는 것은 소소한 재미가 있다.

몇 달 전, 홈페이지를 훑어보던 중 한 질문에 유난히 눈길이 갔다.

 

제목: ‘남편에게 부인은 전 여친인가요, 구 여친인가요?’

답변: 제가 생각하는 전 여친의 개념은 이전에 사귀던지금은 헤어진 여친으로 현재 부인인 저와는 다른 사람이거든요. 남편은 제가 현재는 부인이고 이전에는 여친이었으므로 '전 여친'이 맞지 않을까 하고, 저는 조세호씨가 구양배추 현조세호라고 소개하는 것처럼 제가 예전엔 여친이었고 현재는 부인이므로 '구 여친'이라고 이름 붙여야 맞는게 아닌가 싶은데 뭐가 맞을까요??

질문 속의 두 사람은 같은 근거로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여친이었고 현재는 아내인 인물을 작성자는 구 여친’, 작성자의 남편은 전 여친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 질문을 처음 봤을 때는 게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답변이 달려있지 않았다. 대체 답이 무엇인지 궁금해진 나는 이따금 온라인 가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전 여친을 검색하곤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온라인 가나다의 답변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온라인 가나다는 어문 규범으로 정해지지 않은 사항이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점에 양해를 구하며 의 쓰임을 첨부하여 제시하고 있었다. ‘보다는 이 더욱 적합하다는 것을 넌지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가 아닌 이어야 하는 걸까? ‘의 의미를 살펴보며 생각해보자.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먼저 관형사 ()’은 직함이나 자격을 뜻하는 명사 앞에 쓰여 이전의 경력을 나타내는 말이다. 일부 명사 앞에 쓰여 이전또는 ’, ‘전반기따위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관형사 ()’지난날의, 지금은 없는의 의미를 지닌다. 접사 구는 묵은또는 낡은의 의미를 가진다.

단어의 뜻을 적어두고 곰곰히 생각해본다. 아내의 이전 경력은 여자친구였으니 전 여친이 맞을 것 같다. , 그런데 여자친구, ‘이전여자친구면 지나간여자친구 아닌가? 지금 내 옆의 현재의 여자친구가 있는 상황에서 지나간 여자친구를 전 여자친구라고 하는 것 아닐까? 이건 작성자의 생각과 비슷한 것 같다.

그렇다면 구 여친? ‘지난날의여자친구니까 현재의 부인을 구 여친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없다고는 할 수 없지 않나? 지금의 부인을 낡은 여자친구라 표현하는 건 또 어떤가? 아내 입장에서 왠지 조금 껄끄러울 것 같기도 하다.

뜻을 곱씹어볼수록 두 표현 모두 맞는 것 같기도, 틀린 것 같기도 했다. 한참을 생각하다 다시 노트북 화면 속 사전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문득 반대말이 눈에 띄었다. 전의 반대말 ’, 구의 반대말 ’. ‘현재의, 또는 지금의라는 의미를 지닌다. ‘새로운이라는 뜻이다.

다시 앞선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제가 현재는 부인이고 이전에는 여친이었으므로”, “예전엔 여친이었고 현재는 부인이므로남편에게 부인은 전 여친인가요 구 여친인가요? 이 질문은 현재의 상황 이전의 상태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은 아내이지만, 이전에는 여친이었던 그 상태를 전 여친이라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뜻은 잠시 접어두고, 이번에는 의 용례를 살펴보자. ‘전의 직위나 경력을 나타내는 말의 뜻으로 쓰이는 전 교장, 전 국회의원, 전 방송국 아나운서, 전 경찰청 형사과장’, ‘이전이나 앞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전 학기, 전 시대와 같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는 어떠한가? ‘구 시민 회관, 구 대한 청년단, 구 도청와 같이 쓰인다.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 앞에는 이 붙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장, 대통령, 구청장과 같은 말 앞에 가 아닌 을 붙여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검색창에 전 사장, 전 시장을 입력하면 과거에 사장, 시장이었던 사람이 검색되는 반면, ‘구 사장’, ‘구 시장을 입력하면 성이 씨인 사장과 전통적인 재래 시장이 검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 남친, 구 여친, 구 남편, 구 아내의 경우에만 가 사람 앞에 붙어 사람의 옛 상태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사용의 빈도를 보아 구 남편’, ‘구 아내구 남친’, ‘구 여친의 영향으로 새롭게 생겨난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구 양배추, 현 조세호의 힘이 너무나도 강력했던 것은 아닐까? 조세호 씨가 앞으로는 전 양배추, 현 조세호라 소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버들(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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