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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길게 말하면 더 친절해질 수 있어요 탐험대원 '나로'의 언어탐험
입력 :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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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와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을 해 보았다. 운동과 환경 보호를 함께 할 수 있어 뿌듯한 마음으로 길을 걸었다. 우리가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지켜보시던 한 분이 다가오셨다.

쓰레기를 줍네요? 봉사활동인가요?”

친구가 먼저 대답했다.

저희는 플로깅을 하는 중이에요.”

아차. 친구가 대답을 하자마자 상대방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다른 말이 튀어나오기 전에 내가 얼른 끼어들어 대답했다.

걷거나 뛰면서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게 유행이라 저희도 하고 있어요.”

이렇게 대답을 하니 그 분은 별 게 다 유행이라며 피식 웃고는 지나가셨다.

길에서 마주친 분의 물음에 나와 친구는 다른 대답을 하였다. 길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 습관이 튀어나온 것이다. 사실 난 이런 내 습관을 참 좋아한다. 오늘은 나의 습관을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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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 용기내 챌린지, 베지테리언과 같은 표현을 마주친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환경 운동, 사회 운동의 표현들이다. 제로 웨이스트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물건을 재사용하거나 적게 구매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용기내 챌린지는 음식을 포장할 때 다회용기에 담아 플라스틱, 비닐 등의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을 의미한다. 베지테리언은 육식을 피하고 식물을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을 가리킨다. 풀어서 설명하니 의미 전달도 쉽고 실천 방법도 금방 떠오르지 않는가? 여러 사회 운동을 보면서 외래어가 너무 많이 사용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외래어 사용을 줄이자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위에서 제로 웨이스트, 용기내 챌린지, 베지테리언을 설명한 글을 다시 한 번 보자. 명사 단어를 문장 단위로 길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단어를 설명하듯이, 문장으로 말하는 것이 나의 습관이다.

명사 단어가 소통의 장애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상대방과 내가 모두 해당 단어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소통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신조어나 외래어의 경우 상대방이 그 단어의 의미를 모르면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거나 그 단어의 의미를 설명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내가 잘 모르는 표현을 사용하면 괜히 기분이 상하고 잘난 체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소통도 잘 안 되고 상대방의 기분도 나쁘게 한다면, 애매하게 어려운 단어는 풀어서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여 가지게 된 습관이 길게 말하기이다.

       가:  “왜 포장 용기에 담아 가나요?”

       나: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참여하고 있어서요.”

       가:  “제로 웨이스트가 뭔가요?”

       나:  “불필요하게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이에요.”

이런 대화보다는, 

       가:  “왜 포장 용기에 담아 가나요?

       나:  “쓰레기를 줄이려고요.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런 대화가 더 듣기 좋고, 소통도 원활하고, 기분도 상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생소한 표현을 먼저 제시하기보다, 문장으로 풀어 설명한 후에 명사 단어를 말한다면 상대방이 새로운 정보를 자연스럽게 습득함과 동시에 모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질 것이다.

외국에서 유래한 사회 운동은 한국에서도 대부분 외래어 용어로 불린다. 외래어가 한국어 속에서 명사로 쓰이다 보니 의미 전달이 더 어려운 것 같다. 비단 사회 운동에 관련된 표현만 말하는 게 아니다. 외래어든 한국어든, 모를 수 있는 단어는 문장으로 풀어 말할 때 전달이 더 잘 될 것이다.

앞으로는 긴 문장으로 말해 보는 게 어떨까? 간략한 단어 대신 문장으로 말하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친절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새로운 문화를 공유하고 싶다면, 지적 우월감을 느끼려는 게 아니라면, 쉬운 말로 풀어 말하는 연습을 해 보자.

 

나로(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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