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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의 클래식 디저트
클래식 음악을 글로 소개하는 일이 업(業)이다. AI 음악가에 반대하지만, 미래 인류가 클래식 음악을 박물관에 처박아두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모차르트와 쇼팽, 특히 바흐를 존경한다. 누구나 킬킬대고 웃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사의 에피소드를 모은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을 썼고, 이어 예술가들의 광기 어린 사랑 이야기를 담은《발칙한 예술가들》펴냈다.
발칙한 예술가들의 사랑을 믿다 사랑의 고통 원치 않는 시대, 서양 예술사 빛낸 천재들의 사랑이 주는 울림
입력 : 2021.08.16

이 공간에 이런 저런 글을 쓴 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동안 독자들에게 클래식 음악사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하면 쉽게 소개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었어요. 개인적으로 누군가에게는 분명 낯선 예술 이야기를 비좁고, 가파른 계단처럼 올리는 칼럼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글을 읽다가 숨이 차는 기분이 들거든요. 안 그래도 잘 모르는 분야인데, 글마저 어렵게 쓰였다면요. 글은 쓰는 사람 그 자신이기도 하니 역시 취향의 문제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겠지만요. 저는 쉬운 글을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살면서 우리가 가장 가까이 하게 되는 것들의 공통점은 결국 편안한 것 아닐까 싶어요. 츄리닝 입고 들어갈 수 있는 동네 분식집이나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갖고 있는 흑역사를 공유하는 오랜 친구들처럼요. 내 집과 가족들이야 말할 것도 없이 1순위로 편안한 존재고요. 그렇게 편안한 기분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을 싹틔워주는 역할, 제가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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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이 글을 쓰기 몇 시간 전에는 식기 세척기를 돌려놓고, 파울로 코엘료의 아처》를 읽었는데요. 보통 저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무척 한가한 시간에 침대에 누워 읽거든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새 책은 한 시라도 빨리 펼치고픈 마음이 들더라고요. 결국 불편하게 식탁에서 다 읽어버렸어요. 책의 첫 장부터 끝까지 눈시울이 붉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연금술사》의 연장선 같은 느낌도 받았고요. 파울로 코엘료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 누구도 풀지 못할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또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어쩜 그렇게 쉬운 말로 써내려갔는지 감탄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특히 저는 소문난 명궁 진이 마을 소년에게 들려주는 교훈 중 음악에 관련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은 더 읽어보실 내용이에요. 

“활시위를 당길 때는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가 되었다고 생각해라. 음악에서는 공간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다. 오선 위에 늘어선 음표들은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지만, 음표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그 선 위의 음표들을 소리와 리듬으로 만들어낸다.” - 아처》(파울로 코엘료 저, 문학동네 펴냄), p.90 발췌. 

파울로 코엘료의 말처럼, 클래식 음악은 직접 귀로 듣고, 마음으로 전해지는 감동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있어요. 과연 제 바람처럼 쉬운 글을 통해 클래식 음악에 호감을 갖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제가 칼럼을 준비할 때마다 한 번은 생각해보는 과제이자 난제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쉬운 글의 조건을 갖출 뿐만 아니라 누구나 쉽게 손뼉을 탁 칠 수 있는 주제를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사랑! 사랑 이야기만큼 귀를 쫑긋하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었거든요. 클래식 음악가들의 사랑을 종종 소개하면서 저 자신도 그 이야기가 참 사랑스럽다고 느낀 적이 많았을 정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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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그렇게 해서 또 한 권의 쉬운 책을 썼습니다! 오직 사랑이 주제가 되어 흐르는 책이고요. 책 제목은 발칙한 클래식》이에요. 피카소부터 베토벤까지 서양 미술사와 서양 음악사를 빛낸 천재 30명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고요. 피 튀기는 막장 스캔들부터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사랑까지 다양한 사랑을 담았습니다. 한때 쓰렸던 우리의 사랑들처럼 천재 예술가들의 사랑을 읽으며, 자연스레 서양 예술사에 관심이 흐르도록 한 것이 작가 둘의 바람이고요. 참, 이 책은 제가 예전 여행 매거진 더 트래블러》에디터로 일하던 시절 왼쪽 옆자리에 앉아있던 선배, 추명희 작가와 함께 썼어요. 추 작가는 미술 애호가로 미술가들의 사랑을 썼고요. 저는 클래식 음악가들의 사랑을 다뤘습니다. 앞으로 종종 이 공간을 통해 새 책 발칙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릴게요. 

안타깝게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추 작가와 저는 만나지도 못한 채 책을 완성했어요. 만약 서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다면, 더 좋은 내용을 구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서로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은 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었어요. 적지 않은 세월을 함께 울고 웃었던 덕분이겠지요. 밤마다 원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저희는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알았는데요. 바로 지금 내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지에 대해서요. 연애하고 결혼하고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무척 평범한 모습일지라도, 그저 이 자연스러운 사랑이 어찌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요. 앞으로도 저희 두 작가의 마음이 변치 말아야 할텐데요! 

예술은 그 어떤 지식보다도 마음,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해요. 깊고 깊은 우리들 마음속에 언제나 자리했고, 모든 것이 다 사라진다고 해도 이것만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는 사랑. 어쩌면 예술의 다른 이름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으로 발칙한 예술가들》 끝 부분에 실린 추 작가와 저의 대담 중 일부를 소개해드릴께요. 여러분의 사랑을 한 번 더 생각해보시는 시간이 되시길 바라요! 


사랑의 고통 원치 않는 시대에서 예술의 미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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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예술사 빛낸 30人의 사랑 이야기만을 다룬 예술 교양서 발칙한 클래식. 미술 파트는 추명희 작가, 음악 파트는 정은주 작가가 맡아 전문성을 더했다. ⓒ42미디어콘텐츠

추명희 : 미술계의 모차르트라면 샤갈 정도를 꼽을 수 있으려나. 아니다. 이상적인 결혼 생활을 한 작가는 아마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것 그렇고 우리가 다룬 천재 예술가들 같은 인간들이 앞으로 또 나올 수 있을까요? 

정은주 : 그럼요. 나올 수 있지요. 더 멋진 예술 천재들이!

추명희 : 글쎄, 전 어려울 것 같은데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는 모든 사랑에 책임을 져야하는 시대잖아요. 오히려 사랑이 구속되는 것 같아요. 뭐랄까, 사회 구조적으로 분위기가 그렇잖아요. 게다가 젊은이들은 손해보지 않는 사랑을 추구하니까요.

정은주 : 정말 그래요. 어떻게 보며 요즘의 사랑이 그 시절 예술가들의 사랑보다 더 자유로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반대가 돼가고 있는 느낌도 들어요. 

추명희 : 예술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고통 속에서 태어나는 것 같거든요. 요즘에는 미친 사랑은 일종의 범죄로 치부되니까 그만큼 미친, 놀라운 예술 작품들도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책에 쓴 예술가들이 만약 지금 시대에 그랬다면 다들 감옥에서 만나야 했을 거예요. 물론 작품 활동도 못 했을 거고요. 사회적으로 매장될 테니까요. 그런데 그들의 위대한 예술 작품들은 결국 그들의 미친 사랑의 결과물이기도 하잖아요. 

정은주 : 역시 작가님다운 생각이예요! 저는 원고를 쓰면서 평범한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어요. 

추명희 : 맞아요. 보통의 사랑, 보통의 삶. 그건 정말 커다란 축복이죠.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예술 작품 대하듯이 생각하고 느끼면서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 《발칙한 예술가들》(추명희·정은주 저, 42미디어콘텐츠 펴냄) p.323 일부 발췌


정은주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발칙한 예술가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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