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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장의 독서일기
누군가의 인생 책을 알게 되면 조용히 찾아 읽고 상대의 마음을 상상하는 버릇이 있다. 금융 분야에서 일을 시작해 조금은 특이한 이력의 편집자다. 책 읽는 게 일이자 즐거움인데 책 못지않게 사람도 좋아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읽어두면 좋을 책을 소개한다.
올 여름, 일 잘하는 사람들이 읽는 책 3 목표를 정하고, 협업하고, 캐즘 뛰어넘기
입력 : 2021.08.05

세계 출판 시장의 중심인 영미권에서 집필 계약이 폭증하고 있다. 팬데믹 격리 기간을 맞이하면서 특히 학자나 본업이 있는 전문가들이 뜻밖의 여유 시간을 갖게 된 결과다. 어떤 상황에서든 나름의 좋은 점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출판 기획자에겐 새 원고가 소개되는 런던도서전(3월)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11월)이 큰 행사인데, 이번 11월에는 독일은 꿈도 못 꾸고 원고 더미에 푹 파묻히게 되었다. 작년 같은 가뭄보다야 낫다.

절대 시간이 확보되었을 때 작가들은 글을 쓰고 독자들은 책을 읽는다. 전과 같지는 않지만 여름철 휴가가 다가오면 경영서들은 작은 호황을 맞이한다. 내 방이든 호캉스 속 호텔 방이든, 선선한 해안가에서 읽으면 좋을 트렌디한 경영서 세 권을 골라보았다. 여기서 트렌드란 당분간 중요함을 차지할 키워드란 맥락에서다. ‘목표, 협업, 캐즘’을 기억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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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과 단톡이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 ⓒshutterstock

하이브 마인드, 우리는 꿀벌처럼 일하고 있었다

꿀벌과 개미처럼? 이거, 좋은 거 아닌가? 부지런히 꽃의 꿀을 벌집(hive)으로 실어 나르는 꿀벌들은 서로 간에 끊임없이 소통한다. 그런 하이브 마인드에 우리가 빠져 있다고 한다. 칼 뉴포트는 현대인이 이메일과 메신저를 수시로 주고받으며 일하는 방식에 문제가 많다고 경고한다. 당신에게 자녀가 있거나 과외 학생이 있다고 해보자. 공부하는 한 시간 동안에 서너 번은 친구와 단톡 메시지를 확인한다면, 학습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까.

물론, 세련된 스타트업들은 이미 슬랙, 트렐로처럼 협업 툴을 도입해서 활용해왔다. 온라인 게시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이메일과 업무 단톡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이나, 협업 툴이 커버하지 않는 외부와의 소통 등 산만함은 여전히 골칫거리다. 새 물건(협업 툴이나 앱)을 도입하기 전에 태도와 원칙의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하이브 마인드 활동과잉 업무 흐름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우리 뇌와 잘 맞는 절차로 여러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바꾸어낸다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상당한 경쟁우위를 창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일의 미래는 점점 더 무언가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인지적인 과정으로 변해간다.
- 『하이브 마인드, 이메일에 갇힌 세상』, 칼 뉴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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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무엇을 하는지 실행과정을 드러내는 OKR. ⓒ세종서적

목표를 말하는 순간, 우리의 힘은 강해진다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강조하는 한마디는 당신의 꿈을 입으로 내뱉으라는 것이다. 하다못해 메모라도 권유한다.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구글과 유튜브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성공 방식은 목표를 거창하게 잡는 방식 ‘OKR’이다. 실패했을 때의 부작용이 먼저 떠오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목표를 원대하게 잡는 가장 큰 이점은 기존의 관행을 부수고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되더란 것이다.

OKR 가이드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존 도어 OKR』의 감수자 이길상 대표(길&피플)가 수많은 한국 기업들을 컨설팅 한 결과를 반영해 새 책을 출간했다. 『OKR로 빠르게 성장하기, OKR & GROWTH』로 제목이 다소 길다. 한국 기업이 OKR을 잘하려면 여섯 가지 원칙 ‘GROWTH’를 잘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고, 반대로 말하면 그것과 반대 지점에 있는 조직관행들이 수많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서문에는 MZ세대와 OKR을 통한 성장을 설명한 부분이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일에 있어서 성장 욕구가 강하고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편이다. 기업의 성장이 자신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 이를 요구하거나 이직을 선택한다. 성장 욕구가 강한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문화와 제도,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 『OKR로 빠르게 성장하기, OKR & GROWTH』, 이길상 지음

 

신상품은 캐즘의 함정을 건너 띄어야

마니아 수준을 초월하고 대중이 널리 채택하게 하려면, 새로운 기술(서비스)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도약을 가져온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랬을 때, 조기 수용자를 넘어서 대중 시장으로 도달하는 사이에 숨어 있는 캐즘(chasm)을 건너 띌 수 있다. 제프리 무어의 『캐즘 마케팅』은 하이테크 마케팅의 고전이다. 낯설기만 했던 아이패드는 관리자들이 회의 프리젠테이션 용도로 주목하면서 비로소 의미 있는 확산의 계기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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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확산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단절 현상 ‘캐즘’. ⓒ세종서적

그 기술은 고유한 가치를 지녀야 하며, 일반인들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그런 장점은 특히 신제품의 성능과 가치를 나타내는 독보적이고 인상적인 ‘주력제품 용도(flagship application)’를 통해 구축된다. 마케팅의 노력으로 그런 인상적인 용도를 찾지 못하면, 시장개발은 선도 수용자 단계에서 정체되고 그 제품의 미래는 종 모양의 곡선에서 첫 번째 균열 속으로 추락하고 만다.
- 『캐즘 마케팅』, 제프리 무어

제프리 무어는 전장을 좁히라고 말한다. 패색이 짙던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은 한 지역만을  공략하는 과감한 전략을 감행한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다. 대규모 문서관리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했지만 매출 정체를 겪었던 한 회사(제록스에서 분리된 다큐멘텀)는 포춘 500대 제약회사의 인허가 부서를 공략하는 데 성공하면서 캐즘을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책은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시장에 매우 낯선 제품을 출시할 때 자원과 조직을 집중하는 방식을 잘 설명하고 있다. 매번 전투를 리셋 하는 ‘신간’을 내야 하는 출판사, 콘텐츠 업종에도 신선한 아이디어를 주는 책이었다. 아, 갑자기 한 저자 분의 말이 떠오른다. “매번 새 책을 낼 때마다 새로운 걸 배우려니 힘드시겠어요.” 사실 너무 빠르게 달라지는 우리 모두의 현실이기도 하지 않은가. 자, 힘을 내면서 여유도 잊지 말자. 시원한 가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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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연 세종서적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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