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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의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열혈 냥집사 모리스 라벨
입력 : 2021.08.02
라벨의 첫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은 고양이에 대한 라벨의 사랑이 듬뿍 담긴 작품입니다. ⓒ프랑스국립도서관(https://gallica.bnf.fr)

햇수로 4년이 지났네요. 딱 요즘처럼 무더웠던 여름날의 아침이었어요. 제 반려견 ‘소리’는 끝내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노령견을 키우는 분들이라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실 텐데요. 저는 무려 열일곱 살이나 된 소리가 스무 살까지는 거뜬히 살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고 있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어요. 소리는 아픈 곳도 없었고, 활발하게 잘 지냈으니까요.

하지만 소리는 매일같이 늙어가는 중이었고, 섭리에 따라 무지개다리를 건넜죠.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저는 그런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어요. 어쩌면 소리가 떠날 수 있다는 상황에 대해 모른 척 하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오래 전 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처럼요.

응급실 의사인 제 남편에게 종종 듣는 이야기인데요. 응급실 침대 앞에서 돌아가신 부모를 앞에 두고 “멀쩡하게 건강하게 지내던 부모님이 왜 돌아가셨느냐”며 우는 분들이 많다고 해요. 어린 아이가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도 쑥쑥 자라듯, 부모가 매일같이 늙어가는 것도 당연한 이치인데요. 몇 달 한 번 만나는 부모님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자식들이 많지 않다는 거죠.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에게 “아픈 곳 없다”거나 “괜찮다 잘 지낸다”라고만 말씀하시니까 더욱 자식들은 모를 수밖에요. 응급실 바닥에 주저앉아 몇 달 한 번 만나는 부모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저 또한 제 강아지의 죽음을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하고 지냈던 거죠.

사실 아직도 소리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어머니께서는 “소리 팔자는 상팔자였다”, “소리는 우리 사랑 듬뿍 받았잖아”, “수술을 세 번이나 하고도 잘 지냈지” 이런 말씀을 하세요. 하지만 소리가 지금까지 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면 더 바랄게 없겠죠. 살고 죽는 일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따르는 수밖에 없지요. 오늘따라 만남과 헤어짐이 유독 매정하게만 느껴집니다.

해마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요.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며 사랑과 행복, 기쁨과 위안을 얻는 것, 기회가 된 다면 꼭 한 번 경험하면 좋은 일이에요. 그러나 그 순간이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것과 마지막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미리 반려동물 장례문화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고요. 무엇보다 이런 과정이 자신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줄 수 있을테니까요. 

몹시 클래식한 냥집사 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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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라벨은 열혈 냥집사였습니다. 특히 샴 고양이 여러 마리를 키웠는데요.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음악적 영감으로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위키피디아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년~1937년)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음악가입니다. 그는 반려묘와 행복한 삶을 꾸려갔던 대표적인 음악가에요. 베토벤처럼 그도 평생 독신으로 지냈는데요. 대신 평생 아름답고 또 매혹적인 반려묘와 함께 지냈습니다. 그리고 반려동물에게서 여러 음악적인 영감을 얻기도 했고요.

라벨은 여러 반려동물 중에서도 특히 고양이를 사랑했어요. 고양이 중에서도 샴 고양이만을 길렀고요. 그는 자신의 반려묘를 진짜 가족보다 더 아꼈다고 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길이 없어 안타깝지만, 그는 자신이 고양이들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해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를 일정한 음률로 나누고, 그것을 신호로 의미지은 후 뜻을 파악할 수 있다고요. 저 또한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은데요. 고양이 사랑에 폭 빠졌던 라벨의 마음만은 차고 넘치도록 이해할 수 있겠네요. 

라벨은 평생 2작품의 오페라를 남겼습니다. 그의 첫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은 냥집사로 맹활약했던 라벨의 냥이 사랑이 듬뿍 묻어있는 작품입니다.  

 

열혈 냥집사로 살았던 음악가 라벨. 고양이를 사랑했던 그의 마음은 결국 한 편의 작품에 쏟아졌는데요. 그의 첫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L'Enfant et les Sortilèges)을 탄생시키기도 했어요. 이 오페라는 초연까지 굴곡진 사연이 많았어요. 1916년 그는 프랑스 작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에게 오페라 음악을 청탁받았는데, 안타깝게도 세계 1차 대전으로 인해 두 작가의 협업은 흐지부지 되었어요. 

9년 후 두 사람의 대본과 음악이 만나 한 작품 <어린이와 마법>으로 탄생했어요. 1925년 3월 21일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극장에서 라벨의 이름을 건 첫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이 초연에 성공했어요. 이 오페라는 약 40~50분 간 공연되는데요. 보통 2시간 이상 공연되는 기존 오페라 작품들에 비해 상당히 규모가 작은 편이에요. 반면 무대 제작 등 제작비용은 상당히 많이 들어서 오페라 극장의 단골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하네요. 

이 오페라는 공부하기 싫어 말썽부리던 아이가 온갖 사물과 동물, 식물들로부터 공격 아닌 공격을 당하는 내용을 다루는데요. 의자, 괘종시계, 주전자, 박쥐, 개구리 등 아이를 둘러싼 모든 물건과 생명체들이 아이를 혼내요. 위기에 처한 아이는 다람쥐를 치료해주고 기절해요. 이때 그 자리에 있던 판타지의 캐릭터들이 아이를 엄마에게 무사히 데려다주며 막을 내리는 내용입니다. 엉뚱하지만 꽤 재미있는 판타지에요. 

특히 라벨의 고양이 사랑이 드러나는 ‘야옹 듀엣’은 이 작품의 인기 아리아인데요. 1막 끝 부분에 검은색 수코양이와 흰샘 암코양이가 등장해 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야옹 야옹 하는 노랫소리가 어찌나 실제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지요! 샴 고양이들과 세상근심 모두 내려놓고 행복을 즐기던 라벨의 웃음이 보이는 듯 한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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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국립도서관(https://gallica.bnf.fr)

 

정은주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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