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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리전 매니저로, 전세계 커뮤니티 리더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2000여 명의 소프트웨어 인재와 소통하며 그들의 커뮤니티 리더십을 알리는 일을 합니다. 이 경험을 녹여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 있는가?》를 펴냈고, 각계각층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전략과 지혜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 시대가 원하는 진짜 인재상은?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사람 vs 인품 좋은 사람
입력 : 2021.07.23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제임스 헤크먼(James J. Heckman)은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 ‘소프트 스킬’, 즉 ‘인품이 좋은 사람이 성공 확률이 높다’고 했다. 처음엔 똑똑한 사람이 잘나가지만 궁극적으로 따뜻한 사람이 성공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공부한 것을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기회의 크기는 그 사람이 지닌 네트워크의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네트워크는 좋은 인품 없이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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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내향적인 커뮤니티 공부는 혼자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커뮤니티 리더십 훈련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또 그만큼 내공을 쌓기는 좋다. 심사숙고하며 사색하지 않는 리더십은 쉽게 무너진다. 따라서 내향적인 커뮤니티 공부로 내공을 쌓았다면, 그 다음 외향적인 커뮤니티 공부로 외부와 소통하며 사람 공부를 병행하기를 추천한다. 

한번이라도 사람을 이끌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사람을 이끈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커뮤니티 리더십의 로드맵을 착실히 따라온 사람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선한 의지로 다른 사람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선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목표는 또 다른 선하고 좋은 목표를 가진 사람을 자석처럼 끌어들인다. 그리고 이들이 내뿜는 좋은 에너지 덕분에 사람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이들 커뮤니티 멤버에게 자신이 공부하여 습득한 내용을 공유하면 자긍심과 나눔의 기쁨이 생겨 능동적인 공부로 이끄는 강한 동기가 된다. 이런 동기는 공부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봉사하는 마음으로 커뮤니티를 살뜰히 챙기다 보면 좋은 인성과 품격이 길러지게 된다. 

 

커뮤니티 행사 치르기

좋은 목표가 정해지고, 에너지가 충만한 초기 멤버가 구성되었다면, 이제 조금씩 규모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도 좋다. 아무리 좋은 멤버가 모였다 해도, 새로운 멤버와 기존 멤버가 섞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성장의 한계가 온다. 이럴 때에는 작은 규모라도 외부 사람을 초청하는 커뮤니티 행사를 기획해 보는 것이 좋다. 

커뮤니티 행사는 일반적으로 커뮤니티 멤버가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와 같은 형태를 띤다. 늘 함께 공부하던 기존 멤버에게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청중에게 발표한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된다. 또한 함께 목표를 정하고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다양한 부분을 챙기는 과정에서 커뮤니티 구성원의 리더십 또한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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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장고 걸스 홈페이지 ⓒ장고 걸스

그렇다면 성공적으로 커뮤니티 행사를 치르기 위해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까? 오픈소스 개발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인 장고(Django)는 여성 개발자를 위한 글로벌 커뮤니티인 장고 걸스(Django Girls, https://djangogirls.org/)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오픈소스 프로그래밍 커뮤니티가 그러하듯 장고 걸스 또한 비영리 단체로 자발적인 후원과 자원봉사자의 노력으로 운영된다. 장고 걸스는 프로그래밍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을 위해 (주로 하루짜리) 프로그래밍 워크숍을 운영하여 기술 장벽을 낮추겠다는 선한 목표로 시작한 커뮤니티다. 한국에서도 여러 자원 봉사자의 숨은 노력으로 활발하게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에 우리 팀에 들어온 하현주 과장은 장고 걸스 커뮤니티에서 오랫동안 자원봉사 운영자로 일하며 커뮤니티 리더십을 쌓아왔다. 커뮤니티 리더답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나 또한 그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다음은 그녀가 전하는 성공적인 커뮤니티 행사를 위한 팁이다. 

“규모가 크지 않는 행사라도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요.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기획의도 설정이라고 생각해요. 행사 준비에 참여하는 멤버가 많을수록, 기획의도를 제대로 공유하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해요. 여기에서부터 모든 디테일이 결정되거든요.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위해 ‘어떤’ 행사를 열 것인가? 이것만 커뮤니티 멤버들과 의견 일치가 되어도 나머지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어요” 

커뮤니티 행사라고 만만하게 보지 않고, 이렇게 형식을 갖추고 피드백을 받아 끊임없이 개선하면 내실과 규모를 모두 갖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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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커뮤니티 오픈스택 홈페이지 ⓒ오픈스택

우분투(Ubuntu, http://ubuntu.org), 파이썬(Python, http://www.python.org), 오픈스택(OpenStack, https://www.openstack.org)과 같은 주로 외국의 오픈소스 커뮤니티들이 활발한 커뮤니티 행사로 성장했다. 이들 오픈소스 커뮤니티들이 비영리 단체이면서도 글로벌한 규모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다. 결국 이러한 커뮤니티의 힘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도 모른다. ‘오픈소스는 암’이라고 주장하던 스티브 발머를 내쫒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소스를 사랑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사티야 나델라를 불러왔으니 말이다. 

주로 8월 15일 광복절을 전후로 2~3일간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 파이썬 커뮤니티의 파이콘 행사에 한번 참석해 보길 바란다. 어떤 대기업이 주최하는 행사보다 규모가 크기도 하거니와 자발적인 커뮤니티 리더들이 내뿜는 에너지를 체험해 보면 커뮤니티 리더십의 가능성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파이콘 행사의 봉사자가 되거나 발표자가 되려면 얼마간의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원자가 적지 않다. 그만큼 커뮤니티 리더십을 체험하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는지 아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다. 물론 그 돈은 더 좋은 커뮤니티 행사를 만드는 데 아낌없이 쓰인다. 


건강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법

좋은 커뮤니티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규모가 커진다. 그러다 보면 초기 멤버들이 공유하고 실천해 오던 선한 목표가 희석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좋은 커뮤니티라도 커뮤니티 멤버 간에 서로 돕겠다는 선한 목표가 공유되지 않고, 늘 퍼주기만 하는 사람과 받기만 하는 사람으로 커뮤니티 멤버 구성이 고착되면 오래가지 못한다. 정말 큰 도량을 가진 리더가 있거나, 혹은 그러한 리더십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다면 모르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MVP 프로그램처럼, 큰 도량을 가진 커뮤니티 리더의 열정과 헌신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상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좀 더 탄력을 받아 오래 갈 수 있다. 그리고 헌신적인 리더십을 인정하고 직원 채용에 반영하는 회사가 많아지면, 이러한 리더가 더 많이 발굴될 것이다. 학교에서도 시험 성적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성장하려는 열정과 헌신에 가치를 부여하고 아이들을 평가한다면, 부모도 더 이상 아이의 꿈을 무시하거나 성적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회가 오면 헬조선이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쟁력 또한 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에 건강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이를 통해 커뮤니티 리더십을 쌓아나갈 수 있는 환경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 커뮤니티 주체들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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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첫째, 커뮤니티의 큰 그림은 함께 그리고, 세부적인 부분은 역할 분담을 한다. 예를 들어, 서로 모르는 분야에 대해 그룹으로 스터디를 하는 경우라면, 전체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고, 각 부분별 오너가 해당 내용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식이다. 이러한 커뮤니티 공부로 여러 분야의 공부를 효율적으로 마스터해온 마이크로소프트 김성미 이사의 말을 들어보자.

“분야를 나눌 때에는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스스로 결정해요. 그러면 그 분야가 ‘내 거다’라는 오너십이 생기거든요. 이 오너십이 결국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더라고요. 오너십이 생기면 그 분야를 더 집중적으로 공략하게 되고, 또 자발적으로 공유하면서 머리와 마음 모두에 스며드는 공부를 할 수 있어요.” 

규모가 큰 커뮤니티라면 역할 분담이 더 다양해진다. 하지만 각자 조금씩 역할을 나누고 십시일반 힘을 모은다면 모든 멤버가 오너십을 가진 건강한 커뮤니티 운영이 가능해진다.

둘째, 커뮤니티 참여자 모두가 따르는 규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 COC(Code of Conduct)라는 행동규범이 될 수도 있고, 커뮤니티의 성격과 회원들의 합의에 따라 자유롭게 만들 수도 있다. 참고로 아래는 현업 마케터들이 참여하여 운영하고 있는 스터디 커뮤니티인 ‘이름 없는 스터디’의 규칙이다. 

∙ 우리 커뮤니티는 나이와 경력은 무의미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 존중해주세요.

∙ 스터디 모임에 2번 이상 빠지면 퇴출돼요. 하지만 학기제로 운영되고 방학도 있어요. 

∙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주제를 발제하여 커뮤니티 멤버들과 토론을 거친 후, 스터디 주제로 선정해요. 

∙ 우리 스터디는 20분 발표와 30분 토론으로 구성돼요. 발표를 들을 때도, 토론을 할 때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세요. 

커뮤니티 규모가 수 백, 수 천 명 단위로 커지면, 규칙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수많은 사람 중 몇 명이라도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끼어 있으면 건강하던 커뮤니티가 순식간에 망가지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VP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대형 커뮤니티는 자체 행동규범을 가지고 있으며 꽤 엄격하게 지킨다. 행동규범을 어겼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면 가차 없이 퇴출한다. 

 

파이콘의 행동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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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열린 파이콘 행사. ⓒ파이콘

최근 파이썬의 컨퍼런스인 파이콘의 행동규범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행동규범은 으레 딱딱할 것이라는 편견을 깬, 이해하기 쉽고 친절하고 포용적인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커뮤니티 행동규범을 작성할 때 도움을 받고 싶다면, 파이콘의 COC(https://www.pycon.kr/coc)를 참조하길 바란다. 

∙ 파이콘 한국은 모든 참가자를 포용합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사회와 커뮤니티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원천이라고 믿습니다. 

∙ 파이콘 한국은 차별과 괴롭힘을 용인하지 않습니다. 다른 참가자의 안전이 침해되거나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중재 또는 제재할 수 있습니다. 

∙ 행동강령은 행사와 관련된 모든 상황에 적용됩니다. 발표자, 협력단체, 스폰서, 자원봉사자, 준비위원회 등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도 적용됩니다. 

∙ 환영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모든 참가자는 그들의 배경과 상관없이 환영받고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 용기를 내주세요. 듣거나 지켜보는 게 더 편하다면 그대로도 괜찮습니다. 만약 대화에 참여하고 싶을 때 망설임이 생긴다면 옆에서 활발하게 대화하고 있는 사람도 오늘 처음 만났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해주세요. 

∙ 반응해주세요. 친절하게 답해 주세요. 당신에게 한 마디를 건네기 위해 상대방은 용기를 냈을지도 모릅니다. 

∙ 안전한 파이콘 한국을 만들어 주세요. 언제나 스스로의 말과 행동에 책임감을 가져주세요. 

∙ 대화는 같이 하는 것입니다. 열린 공간에서는 많은 사람이 대화에 참여합니다. 나의 의견만큼 다른 사람의 의견도 중요함을 항상 기억해주세요. 

∙ 건설적인 토론을 해주세요. 우리는 서로 다른 배경과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견의 불일치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비판과 비난은 다릅니다. 건설적인 비판은 커뮤니티와 구성원의 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남을 깎아내리고 상처 주기 위한 목적의 비난은 금지됩니다. 


이 외에도 정말 꼼꼼하게 다양한 경우를 고려하여 행동규범을 작성해 두고 있다. 커뮤니티 공부 방법도 커뮤니티 리더십을 쌓는 방법도 개개인의 성격과 개성에 따라 다 다르다. 어떤 방식이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어 꾸준히 정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사람과 함께 말이다. 

 

* 커뮤니티 리더십을 다룬 책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내용의 일부입니다. 빠르게 격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인재, 이런 인재는 어떻게 탄생되고 또 길러지는지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마련한 장입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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