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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의 클래식 디저트
클래식 음악을 글로 소개하는 일이 업(業)이다. AI 음악가에 반대하지만, 미래 인류가 클래식 음악을 박물관에 처박아두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모차르트와 쇼팽, 특히 바흐를 존경한다. 누구나 킬킬대고 웃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사의 에피소드를 모은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을 썼다.
아트테크, 클래식 음악도 가능할까? 60년 전 파리에서 열렸던 한 밤의 모차르트 무도회
입력 : 2021.07.15
사진 출처 www.grandemasse.org

며칠 전 한 옥션의 SNS를 통해 진귀한 책들을 온라인으로 경매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평소 단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미술품 경매였지만, 왠지 모르게 어떤 책들이 나오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물론 출품된 책들은 책처럼 생긴 책들이겠지만, 어떤 특별한 사연이 담겨있을 것만 같았거든요. 이런 호기심이 제 평생 처음의 경매 응찰로 이어질 줄은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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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드 뷔페가 모차르트를 주제로 작업한 작품입니다. 사진 출처 www.grandemasse.org

 


해당 옥션은 홈페이지에 세계 곳곳에서 서울로 모였을 여러 책을 소개 중이었는데요. 가령 현재 작가가 평가받는 위치, 출품된 책이 지닌 의미와 보존 상태 등 꽤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고요. 아는 것이 없으니 보이는 것도 없었던 몇 분이 흘렀습니다.

물론 피카소, 샤갈, 데이비드 호크니 등 귀에 익숙한 작가들 관련한 책도 있었어요. 그러나 소위 한정판, 소장 가치의 희소성과 거리가 먼 것들이 더 많아 보였고요. 그런데 그때 제게 익숙한, 제가 좀 아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모차르트였어요! 그제야 저는 모차르트라는 설명이 적힌 책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제 호감을 샀던 그 책은 1956년 6월 15일 프랑스 국립고등미술학교 학생 연합회(La grande masse des beaux arts)가 주최한 무도회를 위해 학생들이 참여한 일종의 프로그램 북이었어요. 부제는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이 프로그램 북에는 60년 전에는 대학생이었던 현재의 미술계 거장들이 당시 무도회를 위해 준비했던 크고 작은 작품들이 실려 있다는 설명을 읽었고요. 그러나 곧 저는 프로그램 북에 참여한 작가들의 이름을 읽으면서, 아는 이름이 한 분도 없다는 사실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어요.

사실 이런 경우 그들이 현재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가 관건인데, 제게 최소한의 지식조차 없으니 소귀에 경 읽기나 다름없는 상황이 또 찾아온 거죠. 다시 원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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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6월 15일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를 주제로 한 자선 무도회가 열렸습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자정에 열렸던 모차르트의 음악회였습니다. 사진 출처 www.grandemasse.org

 

심지어 온라인에서는 해당 프로그램 북에 실린 작품 중 단 두 작품의 사진밖에 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것은 현재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베르나르드 뷔페의 작품이었고요. 한 작품은 하프시코드 보면대 위에 올려진 악보에 ‘모차르트’라고 적힌 작품, 나머지 작품은 탁자 위에 바이올린, 메트로놈, 역시 ‘모차르트’라고 쓰인 악보, 클라리넷이 놓여 있는 풍경이었어요.

그런데 그 느낌이 참 묘하더라고요. 실제로 한 번 더 보고픈 마음, 프로그램 북에 실린 다른 작품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고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는 더 이상의 내용을 볼 수 없었어요. 옥션 측은 경매 시작 전 프리뷰 기간 동안 오프라인 갤러리에서 실물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지만, 지방에 사는 저로써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옥션 측에 전화를 걸었어요. 해당 작품의 사진을 더 볼 수 있겠느냐 물었고요. "저희 옥션에 담당자가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받고, "처음이에요"라고 답했고요. 수화기 너머 옥션 측 담당자는 제 전화번호를 알려달라 하셨고, 자료 사진을 보내주신다고 하셨어요. 그러나 경매일까지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어요. 

그러나 요즘이 어떤 세상입니까. 저는 몇 분 후 인터넷을 통해 당시 학생들이 작업한 프로그램 북의 여러 페이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베르나르드 뷔페를 비롯해,  장 자크 페르니에, 호저 베좀브, 이브 브레이에,  로게르 샤플렝 미디, 장 피카 르 드 등이 청년의 눈으로 표현했던 모차르트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어요. 한 번 이 작품을 구매해보자. 클래식 음악 칼럼을 쓰고 있으니, 이런 책이 있다면 또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할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 그런 마음도 들었거든요. 물론 프랑스 어로 적혀있었지만, 그것은 또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될 일이니 문제도 아니었고요.

그렇게 해서 저는 생애 처음으로 응찰 버튼을 꾹 눌렀습니다. 시작가는 20만원이었거든요. 큰 부담가는 액수가 아니기도 했던터라,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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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브레이레가 그린 어린 모차르트의 모습입니다. 사진 출처 www.grandemasse.org

 

그러나 경매일이 다가올수록 다른 사람들의 응찰도 쌓이기 시작하더라고요. 20만원이던 가격은 어느 새 50만원을 훌쩍 넘겼고요. 그때 “50만원을 주고 이걸 꼭 사야할까?”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고요. “응찰에 성공해, 집에 책이 배달되면, 빛과 습기를 차단할 방법을 찾아보자”며 실실 웃던 제 남편 얼굴도 떠올랐고요.

그 때 제가 망설였던 것은 이 프로그램 북과 함께 할 인연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잠시 망설이는 사이에 한 단계 더 높은 가격으로 다른 응찰자에게 낙찰되었거든요. 아마 그 분은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미술 애호가는 아닐까 상상도 해봤습니다.

아쉬운 마음도 컸지만, 처음이니 이 정도 경험을 한 것으로 되었다 하는 안도감도 들더라고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클래식 음악과 작품이 하나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작품을 또 만나고 싶네요!

참 이 프로그램 북을 보며 재미있는 점을 하나 발견했는데요. 1956년 6월 15일 파리에서 열렸던 갈라의 밤 무도회에서 모차르트 음악회가 열린 시간이었어요. 보통 유럽에서의 음악회는 저녁 식사 시간 전후에 시작하는 것이 보통인데요.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제야 음악회나 신년 음악회도 있지만, 한 여름 밤 자정에 모차르트 음악회는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거든요. 모차르트를 주인공으로 한 무도회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자정에 모차르트의 음악을 연주해야 했던 연주자들과 그들의 연주를 들었던 참석자들의 감흥은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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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게르 샤플랭 미디가 그린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파게노(위), 파파게나(아래)사진 출처 www.grandemasse.org

 


프로그램 북에는 그림뿐만 아니라, 당시 무도회에서 연주될 곡목들을 손글씨로 자세하게 적었는데요. 이 글씨체도 참 매력적이었어요.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K311>, 파리에서 열렸던 만큼 ‘파리 교향곡’, <디베르티멘토> 등이었는데요. 또 당시 사용된 피아노는 파리 제일의 피아노 브랜드였던 플레옐로 표기되어 있었고요.

참, 자정에 열린 모차르트의 연주가 정찬이라면, 에피타이저 느낌의 연주회도 열렸는데요. 오후 10시 30분부터 약 45분 간 열린 연주 전 연주회에서는 비발디와 하이든의 짧은 아리아 등이 연주된다고 적혀있었어요. 당시 연주회에 다녀왔던 분들의 후담이 무척 궁금했지만, 확인할 수 없으니 상상하는 수밖에요. 고요한 한 밤, 그것도 파리에서 모차르트의 연주회를 보는 기분이란!

아트테크 열풍이 어느 시기보다 활발하다고 해요.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옥션이 아닌 중소형 옥션에서도 억대 낙찰이 빈번하게 이뤄진다고 하니까요.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클래식 음악으로는 아트테크를 할 수 없어요. 그렇기에 저는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을 보다 클래식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 같고요!

어떤 종류의 테크더라도, 자신에게 힐링이 될 수 있는 한 방이 없다면, 과연 실속이 있는 것인지 아닌 지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것 잊지 마셔야 해요!
 

정은주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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