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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뉴욕 변호사의 엑스팻 생활기
엑스팻(Expat)이란 외국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엑스팻으로 반평생을 살아온 필자 이철재 변호사가 뉴욕에서의 엑스팻 생활을 풀어나가며 그곳의 일상적 모습 혹은 관광객들이 모르고 지나가는 곳들을 소개한다.
센트럴 뉴욕의 눈폭탄 上 시라큐스의 snow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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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톡

 어떤 이는 한반도가 토끼 모양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호랑이 모양이라고 한다. 이탈리아는 장화 모양이라는데 별 이견이 없고, 프랑스는 육각형 비슷하게 생겨 프랑스를 불어로 육각형이란 의미의 렉사곤(L’Hexagon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뉴욕주의 지도를 보면 무슨 모양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모양이다. 생기다 만 장화 같기도 하고 되다 만 삼각형 같기도 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사는 시라큐스가 속한 온온다가 카운티(Onondaga County 주, County는 우리의 군 개념)와 그 주위 몇 개의 카운티들을 동그라미 안에 넣고 보면 시라큐스와 그 주변 지역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뉴욕 지도의 얼추 중앙에 있다. 그래서 시라큐스와 그 주변 지역을 센트럴 뉴욕(Central New York) 즉, 중앙 뉴욕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중부지방, 영동지방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나는 지도 들여다보는 것을 상당히 즐긴다. 동네의 위치를 설명할 때도 “동서로 뻗은 몇 번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몇 킬로미터 가면 나온다”는 식으로 말 하는 것을 좋아한다. 누가 길을 설명 해 줄 때도 그렇게 해 주면 이해를 잘 한다. 헌데 이렇게 설명을 하면 오히려 더 알아듣기 힘들다고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도 이야기는 될수록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검색 창에 ‘New York state map(뉴욕 주 지도)’이라고 치고 검색 결과로 뜨는 지도 하나를 클릭해서 거기서 시라큐스의 위치를 확인해 보기 바란다. 그럼 왜 시라큐스가 센트럴 뉴욕이라고 불리는지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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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지도. ⓒ셔터스톡

 

75시간 내내 눈 내리기도

센트럴 뉴욕 이야기를 하면 눈 이야기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센트럴 뉴욕은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이다. 겨울 동안 창밖을 내다보면 늘 눈발이 날리고 있다. 그러다 한 번씩 그 동네 사람들도 견디기 힘들 정도의 눈이 내린다. 몇 년 전에는 시라큐스에 75시간 동안 쉬지 않고 눈이 와 전국 뉴스에 나온 적이 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휴교를 밥 먹듯 해 아예 매 학기 휴교 할 것에 대비 학기 일 수를 열흘 정도 더 잡는다. 휴교를 하더라도 법정 수업 일 수를 채울 수 있도록 일정을 짜는 것이다. 휴교에 대비해 여유로 넣어 둔 수업 일들을 영어로 스노우 데이즈(Snow Days)라고 한다. 어떤 해는 눈이 너무 많이 와 스노우 데이즈를 다 써서 학기를 며칠 연장해야 하는 경우도 가끔씩 있다. 대학교들은 웬만해서는 휴교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초중고에 다니는 교수님들의 자녀들은 밥 먹듯 휴교를 해서 눈이 오는 날이면 교수실에 아이들이 앉아 자기 숙제를 하거나 책을 보고 어떤 때는 수업에 따라 들어와 혼자 조용히 놀기도 한다.

 업스테이트 뉴욕에 눈이 많이 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다 오대호의 따듯한 물을 빨아올려 눈을 만든다. 이런 현상으로 내리는 눈을 레이크 이펙트 스노우(Lake Effect Snow) 즉 호수효과 눈이라고 부른다. 뉴욕주 서쪽 끝에 걸쳐있는 이리호, 그리고 시라큐스 바로 북쪽에 뉴욕 주와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걸쳐있는 온타리오호에서 만들어진 눈이 모두 모여 쏟아지는 곳이 시라큐스를 비롯한 센트럴 뉴욕이다.

 이리호는 수심이 얕아 1월이면 얼어붙는다. 호수의 물이 더 이상 증발 할 수 없으니, 호수가 어는 1월부터는 호수효과 눈이 현저히 줄어든다. 하지만 올겨울처럼 별로 춥지 않으면 이리호가 거의 얼지 않아 1월에도 폭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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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snowed in”

 폭설로 며칠 집에 갇혀 꼼짝 못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영어로 “We are snowed in”이라고 한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꼼짝 못하고 집에 갇혀 있다”는 말이다.

 얼마 전 주말에 센트럴 뉴욕에 눈 폭탄이 떨어졌다. 핵폭탄 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Snowed in'될 정도의 눈이었다. 가장 많이 온 곳은 50센티미터 정도, 그나마 시라큐스는 양호하게 30센티미터 정도 오고 말았다.

  눈 폭탄이 떨어질라 치면 텔레비전 지방 뉴스에서 한 일주일 전부터 경고성 발언을 계속 한다. 1주일 동안 목요일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고 했던 것이 수요일이나 금요일로 바뀌기도 하고, 눈의 양도 애초 예상보다 늘었다 줄었다 계속 수정을 반복 하지만, 그날이 다가올수록 예보는 점점 정확해진다. 그리고 드디어 폭설이 내리기 전날부터 어느 동네는 내일 아침 출근길부터, 어느 동네는 오후 3-4시 경부터 큰 눈이 온다는 등 매우 정밀하게 예보를 하기 시작한다. 놀라운 것은 각 동네마다 대충 예보한 그 시간에 맞춰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글·사진 이철재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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