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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당신의 성(姓) 역할은 무엇인가요? 탐험대원 '나로'의 언어탐험
입력 : 2021.01.19

강씨 학생과 황씨 학생이 수업을 들으러 가고 있다. 수업 시간이 가까워 오자 강씨 학생은 뛰기 시작하는 반면 황씨 학생은 여전히 여유롭다. 왜 그럴까?

일반적으로 출석부의 순서는 가나다순으로 되어 있다. 그렇기에 출석부의 앞쪽에 위치해 이름이 빨리 불리는 강씨 학생은 서둘러 수업에 가고, 마지막으로 이름이 불릴 황씨 학생은 느긋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실제로 강씨 성을 가진 친구는 성 때문에 어떤 행동을 먼저 해야 했던 경험이 많아 자신의 성이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말한다.

당신의 성(姓)은 당신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가족의 소속감을 나타내는 역할? 이름이 같은 사람과 구별하는 역할? 출석부상의 순서를 결정하는 역할?

오늘은 현대 사회에서 성이 가지는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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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성이 가문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성을 통해 가문의 위상을 추측하거나 그 사람의 조상을 떠올리기도 하였고 출신 지역을 유추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성의 의미와 역할이 많이 축소되었다.

 최근엔 성을 통해 그 사람의 배경을 추측하지 않고 단지 성을 이름의 일부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가족의 의미가 변화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존재하게 되면서 가문의 연결고리가 되는 성의 중요도가 떨어진 것이다.

성의 역할은 축소되었지만 성이 전해지는 방식은 예전과 거의 동일하다. 가족의 가치관에 따라 특별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버지의 성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특별한 뜻을 갖는 반면에 대대로 물려받는 성은 개인의 특성을 담기 어렵다.

‘김, 이, 박, 최’와 같이 흔한 성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별하지도 못하고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옹, 팽’과 같이 성이 특이한 경우에는 성만으로도 그 사람을 떠올릴 만큼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성이 이름을 짓는 데에 있어 제한이 되는 경우도 있다. 도경완 아나운서는 아이의 이름을 ‘라희’로 짓고 싶었지만 ‘도씨’라서 그럴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성과 이름이 결합했을 때의 어감을 고려한다면 정해져 있는 성이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성을 통해 가문을 알아보는 전통적 의미도 줄어들었고, 바꿀 수 없는 성이 개인의 선택을 제한하기도 한다면 성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개성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성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의 개성에 맞추어 새로운 성을 만들거나, 부모님의 성이 아닌 이름의 일부를 성으로 사용하거나, 때로는 성 없이 이름을 짓는 등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성과 이름이 결합했을 때 더 좋은 의미를 담도록 성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앞으로 성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고민해 보고 생각을 나눈다면 다채로운 세상으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로(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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