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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캐'를 가진 후 달라진 것들 탐험대원 '로운'의 언어탐험
입력 : 2020.12.09

부캐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많은 부캐들이 생기고 있다.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서 원래의 나와는 또 다른 사람인 것처럼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이다. 

MBC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씨는 유고스타, 라섹, 유르페우스, 유산슬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부캐들을 설정했다. 각각 다른 이름으로 드럼을 치고, 라면을 끓이고, 하프를 켜고, 트로트 가수가 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최근에는 ‘지미유’이라는 소속사 사장 부캐를 설정해서 ‘환불원정대’를 이끌기도 했다. 

방송을 보면서 즐기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본명을 사용하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활동들인데, 왜 부캐를 만들고, 새로운 이름을 정해서 활동을 한 것일까?  


내 이름은 '로운', 글 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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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언어탐험대 활동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한 일은 ‘필명’을 짓는 일이었다. 필명이라는 것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가져본 적은 없기에 설레기도 하고 어떤 이름을 지어야 할지 고민도 되는 순간이었다. 필명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단순히 글을 쓰기 위해 이름을 하나 더 만든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필명으로 글을 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바뀌었다.

사실 언어탐험대 활동을 시작할 때, 내 이름으로 글을 올린다는 것은 조금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단순히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그 글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인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고, 자신도 없었다. 이 때 필명을 사용한 것은 생각보다 큰 효과를 불러왔다. 글을 쓸 때 내 생각을 표현하는 데 조금 더 자신감을 주었고, 다른 사람에게 나를 ‘로운’이라고 소개할 때는 내 자신을 ‘글 쓰는 사람’으로 여기게 되기도 했다. 

이런 점이 부캐를 만들고, 새로운 이름으로 색다른 활동을 하는 하나의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다른 이름은 내가 자신 없다고 생각했던 일도 도전할 수 있게 해주고, 평소의 나와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이 이런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고민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도와준다. 

어쩌면 부캐는 방송가에 불고 있는 하나의 유행일 뿐일 수도 있다.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부캐를 활용한 방송이 잘 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부캐 설정이 이루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예인들은 부캐를 통해 원래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잠깐 가리고 다른 이미지를 가지기도 하고, 평생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일을 하기도 한다. 평소의 로망을 부캐를 통해 이루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캐의 효과를 연예인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해보고 싶었던 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스스로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함으로써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다. 기존의 내가 만들었던 틀에 갇히지 않고 또 다른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지만 내가 만든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때, 본인에게 스스로 다른 이름을, 또 다른 캐릭터를 부여해보는 것은 어떨까? 꼭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로운(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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