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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텔레파시를 능가하는 이 능력! 탐험대원 '로운'의 언어탐험
입력 : 2021.01.12

SF영화를 보며 텔레파시 능력을 부러워해본 경험이 있는가? 서로의 생각을 척척 읽어내며 손발이 딱 맞는 주인공들을 보면 ‘나도 저런 능력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될 때가 있다. 친구, 연인,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이 내 마음을 그냥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 때 서운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럴 땐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내 마음을 몰라 주냐며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텔레파시’능력이 없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텔레파시’보다 더 좋은 능력이 있다. 바로 ‘언어’다. 나의 생각, 감정, 상태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언어’이고, 우리는 말을 통해서 앞서 이야기했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 싫은 것, 좋아하는 것을 서로 나눈다면 서로의 생각을 읽으려고 노력할 필요 없이 모두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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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람들은 소통을 하지 않을 때가 많다. 상대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 판단하고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으면 그냥 맞춰주려 하기도 하고 내가 싫더라도 다수가 원하면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따르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상대가 상처받을까봐, 내 의견을 주장하면 이기적이라고 생각할까봐, 상대와의 관계가 나빠질까봐 두려워서 말로 표현하지 못하기도 한다.

물론 아주 오랫동안 옆에서 함께해온 사람들은 서로의 표정, 행동, 말투 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어떤 감정인지, 만족스러운 상황인지 아닌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를 챌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나는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상대방은 전혀 즐기지 못한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중학교 때, 한 친구는 친구들의 말에 항상 동의했다. 분명 표정으로 보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다시 물어봐도 좋다고 대답했다. 하루는 친구들과 다 같이 피자를 먹으러 갔는데, 그 친구만 먹지 않았다. 이유를 물으니 원래 피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들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굳이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이후로는 그 친구가 좋다고 해도 몇 번씩 다시 묻게 되었다. 싫으면 싫다고 꼭 말해달라고 당부를 하기도 했다.

사실 나도 내 생각을 명확하게 말로 표현하지 않은 경험이 많다. 하지만 대학에 와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경험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내 의견을 정확히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언어’를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을 깨닫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조금씩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생각을 말하는 게 망설여 질 때는 ‘지금은 말해도 될 때’라고 속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내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 것은 배려일 수 있다. 누구나 양보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눈치만 보다 내 의견은 말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렇게 내 의견을 말하지 않은 채로 다른 사람이 내 생각을 알아주길 바라고, 그렇지 못할 때 서운해 하는 것은 스스로를 위해서도, 상대방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겐 비록 텔레파시 능력은 없지만,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언어’가 있다! 언어를 잘 사용하면 대화를 하지 않아 생기는 많은 오해들을 줄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전달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로운(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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