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topp 로고
칼럼진
한동일의 공부법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신학교와 대학원에서 10년, 로마로 유학 가서 10년, 그리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로타 로마나(바티칸 대법원)의 변호사가 되기까지 도합 30년 넘게 공부한 한동일 변호사. 베스트셀러 『라틴어 수업』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한마디로 공부에 ‘이골이 난’ 사람이다. 그에게 공부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머리 아닌 ‘몸’을 만드세요 '공부하는 노동자'와 '공부하는 기계'의 차이
입력 : 2021.02.22

제 가까운 지인은 저에게 “아직도 세븐 일레븐으로 공부하느냐”고 묻곤 합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시간을 정해 몰두하여 공부하는 습관을 묻는 것입니다. 심하게 앓고 난 뒤 이런 생활을 멀리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또 그 패턴으로 돌아간 저를 발견합니다. 건강을 생각하면 그런 생활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데 지금에 와서 그만두기도 참 쉽지 않습니다.

매일 영양가 높은 음식과 몸에 좋은 보약을 마련해주고 신경 쓸 일 없이 배려해주는 부모님 밑에서 공부하는 수험생들도 힘이 듭니다. 공부는 체력을 앗아가고 에너지를 소진하게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책만 보는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의 농담으로 흘려들으면 됩니다. 공부하기 싫어서 힘들기도 하지만 공부에 집중할수록 에너지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힘이 듭니다.

324.jpg
공부하는 기계처럼 공부하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어 효율적인 결과를 거둘 수 없다.ⓒshutterstock

공부에 집중할 때까지도 문제입니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금방 좀이 쑤십니다. 어느 날, 저는 제 공부 계획표를 다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계획이란 게 그 자체로 그칠 때가 많지만 다시 살펴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는 시간 없이 빼곡히 공부 계획이 잡혀 있었습니다. 한 과목의 공부가 끝나면 잠깐 쉬고 곧바로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식이었지요. 저는 ‘공부하는 노동자’이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했던 겁니다.

사실 입시나 자격증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공부가 한정된 시간 동안 일정량의 지식을 머릿속에 넣어야 하는데요. 중학교부터 시작해 대학 졸업 후 자격증 공부까지 머릿속에 강제로 욱여넣어야 할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이렇게 강제로 욱여넣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리는 포화 상태에 이르고 그렇게 되면 눈으로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게 됩니다.

실제로 『카르페 라틴어 한국어 사전』이라는 대규모 사전 작업을 할 때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요. 그런 상태에 이르면 요즘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책장을 덮고 집 근처에 있는 산으로 올라갑니다. 숲속을 걸으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두통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집니다. 이후 집으로 돌아와 다시 작업을 시작합니다.

shutterstock_745129942.jpg

shutterstock_316454306.jpg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몸을 '가두는'만큼 '풀어주는' 시간도 중요하다.ⓒshutterstock

오랜 시간 저의 공부 계획에는 몸을 ‘가두는’ 건 있었지만 ‘풀어주는’ 일은 없었습니다. 중지나 휴식이 없었던 셈이죠. 라틴어에는 휴식이나 중지를 의미하는 단어인 ‘파우사(pausa)’라는 명사가 있고, ‘휴식을 갖다’, ‘쉬다’라는 의미의 ‘오티오르(otior)’라는 탈형동사가 있습니다.

탈형동사란 동사의 어미 변화에 형태는 수동태를 취하면서 그 뜻은 능동의 의미를 갖는 동사를 말합니다. 이 오티오르 동사의 비교급 문법을 설명하는 라틴어 문법책에 공부하는 사람에게 아주 좋은 예문이 있습니다.

 

Otiáre, quo melius labores!

오티아레, 쿼 멜리우스 라보레스.

더 잘 일할 수 있기 위해서 쉬어라!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이 문장에서 동사 하나를 바꾸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Otiáre, quo melius studeas!

오티아레, 쿼 멜리우스 스투데아스.

더 잘 공부할 수 있기 위해서 쉬어라!

 

몸이 움직일 때 우리 뇌는 또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운동을 하루 일과 중 필수 항목에 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 공부 계획표에 빠져 있었던 게 바로 ‘공부하듯 운동하는 것’이었죠. 공부해야 하는 ‘머리’만 중요시했지 그와 뗄 수 없는 ‘몸’을 너무 소홀히 했던 겁니다. 해마다 약한 심장을 위해 필요한 시술을 받아야 하고 늘 조심하면서 살피지 않으면 언제든 위험해질 수 있는 제 몸 때문에 공부와 운동은 제 일과에서 단짝이 됐습니다.  

여러분의 일과표에는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일의 시간, 공부의 시간이 향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쉬어야 할 때 충분히 쉬고 반드시 운동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오랫동안 그렇게 살지 못해서 힘들었던 제가 가장 자신 있게 드릴 수 있는 조언입니다

 

20210110182713_rfczieaf.jpg

*본 편은 도서 『한동일의 공부법』(한동일 지음, EBS BOOKS 발행)의 일부를 발췌 및 편집한 것입니다.

 

한동일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