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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이재인의 투유 그림 에세이
유쾌함과 유익함의 교집합에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크리에이터. 책,빵,그리고 여행을 사랑하며 그에 대한 글과 그림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한다.
할머니와 북토크를 3화.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부릅니다. “날 닮은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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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8
지은이: 프레드릭 배크만, 출판사: 다산북스

오베라는남자.jpg


 

작년 11월부터 새 회사에 다니고 있다.

입사 3주차부터 점심시간에 회사 한 벽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일이 잦아졌다. 빼곡히 꽂혀 있는 책들 중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오베라는 남자>.  

'베스트셀러인데 남들 다 읽을 때 못 읽고 시간 나면 언젠가 꼭 읽고 싶은 책'리스트에 등록되어 있는 책 중 하나다. 기회다 싶어 냉큼 빌려왔다. 읽을 책이 없어 심심하다던 할머니는 바로 다음날부터 '오베라는 남자'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오베, 이 사람 성격이 왜 이러니? 짜증나서 못 읽겠다."

"맨날 화만 내는데 언제까지 이런거냐?" 

주인공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구시렁거리는 할머니를 보며 이틀 간 다른 책을 빌려와야 하나, 생각했다. 그런데 3일째부터 할머니의 불평은 사라졌고, 5일째 되는 날 '너무 재밌다'는 극호평만 남았다.  

 

 


 

 

출판사'다산북스'에서 올린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의 짧은 인터뷰 영상을 봤다. '소설 속 인물이 실존하는 친구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그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 역시도 이 책을 즐겁게 읽었다.

지인에게 ',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오베라는 남자가 있거든?'으로 시작하는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을 들은 느낌이다. 오베는 물론 이웃인 파르바네, 패트릭, 지미 모두 스웨덴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다.  

프레드릭 작가님, 근데 오베를 친구로 느끼기까지는 꽤 많은 페이지가 소요되더군요.

 



2018년의 마지막 주 토요일 아침이었다. 할머니는 단팥빵과 우유를, 나는 생크림 크로와상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본격적으로 '오베라는 남자'를 분석했다. 

"처음엔 왜 이렇게 만사에 불만이 많은가 싶더라."  

그니까.”  

"이사온 사람이 먼저 인사해도 짜증내고, 옆집 할머니가 집에 난방이 안된다고 그러면서 도와달라고 해도 무시하고, 그랬잖아."  

"그랬지. 아니 근데, 할머니가 이 책 진짜 재밌다며.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뀌었어?"  

"끝까지 읽어보니까 진국이야, 사람이. 법 없이도 살겠어. 표현 방식이 날카로워서 그렇지 알면 알수록 대쪽 같은 사람이잖아."  

오베도 좋지만 이웃으로는 파르바네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아?”  

무슨 소리야. 난 오베가 제일 좋아.”  

“?”  

“??”  

같은 그룹 안에서도 최애(‘최고 애정하는’의 줄임말)는 다른 법할머니는 주인공인 오베가, 나는 그의 마음을 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파르바네가 최애다이 취향 차이는 각자 자신과 닮은 캐릭터에 끌리는 데에서 비롯됐다.

할머니랑 오베랑 성격이 좀 비슷한 것 같애.”  

에이.”  

매일 새벽에 눈 뜨는 것부터 비슷하잖아.”  

 

닮은 점 하나. 자로 잰 듯한 생활 패턴. 

 

오베는 매일 오전615분 전에 일어나 마을 시찰을 돈다. 우리 할머니는 그보다 15분 더 먼저 일어나 현관문 앞에 놓인 신문을 줍는다.

오베는 매일 아침마다 커피 여과기를 사용해 같은 양의 커피를 내린다. 우리 할머니는 가족들이 출근하고 나면 매일 같은 컵에 맥심 믹스커피 1봉을 즐긴다. 그 이후 크고 작은 집안일을 돌보는 것까지 둘은 닮았다.  

 

맞지? 규칙적인 일과. 똑같잖아.”  

다 필요한 일이니까 하는거여.”  

또 있어.”  

뭔데?”  

 

닮은 점 둘. 신토불이 정신! 

 

오베는 평생 사브만 탔다. 지금은 찾기 힘들지만 사브(Saab)는 한 때 전세계적 인기를 누리던 스웨덴의 자동차 브랜드다. 오베는 세상에서 제일 가는 사브 충성 고객이다.  

 

“BMW 따위를 사는 인간하고 도대체 어떻게 합리적인 대화를 할 생각이 들겠냐고.”(p.118) 

오베가 대리점에 갔을 때 그 빌어먹을 꼬마는 현대차(현대차가 어때서요ㅠㅠ)를 보던 중이었으니까. 하마터면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p.423)  

이렇게 그는 책 곳곳에서 자국 브랜드에 대한 과격한(?) 애정을 보여준다.  

 

화장품은 아모레 또는 LG생활건강, 소고기는 한우, 신발은 금강제화, 그리고 커피는 맥심. 

오베처럼 배타적이지는 않지만, 국산에 대한 애정은 우리 할머니의 소비 습관에 깊이 배어 있다.  

 

질이 좋다니까, 질이.”  

누가 아니래.”  

 

닮은 점 셋. ‘노인’이라는 타이틀. 

 

완독 후에도 거듭 생각나는 장면은 다름 아닌 맨 앞부분이었다오베가 아이패드를 사러 동네 대리점에 가는 장면.

 

그러니까 이게 컴퓨터다?”묻는 오베에게 점원은,  

이건 아이패드예요. 어떤 사람들은 태블릿이라고도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 서핑용 기기라고도 부르고요.”라고 답한다. (p.8)  

동행한 이웃집 프로그래머 지미 덕에 무사히 아이패드를 구매하기는 했지만, 가게를 나올 때까지도 오베는 직원의 말을 한 마디도 이해하지 못했다.  

 

패드뭐시기네가 갖고 있는 거랑 똑같은 거 맞지?”  

. 난 이거(책상 위 아이패드 프로를 가리키며). 펜 달린 거.”  

어휴. 스마트폰도 모르겠는데… (아이패드를 이리 저리 뒤집어보며) 근데 이게 어떻게 컴퓨터냐?”  

59세 오베도 전자기기를 어려워하는데 하물며 80, 아니 올해 들어 81세가 된 우리 할머니는 오죽할까.  

 

얼마 전 유투브 <박막례 할머니> 채널에서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봤다. 맥도날드의 키오스크(무인주문계산대) 앞에서 방황하는 박막례 할머니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집 앞 홈플러스에 셀프계산대가 설치된 지 얼마 안됐을 때 이야기다.  

, 사람 없이 계산하는 기계. 주말에 마트가서 그거 어떻게 하는 건지 좀 가르쳐줘.”  

오케이. 근데 갑자기 왜?”  

사람들 다 기계로 계산해서 금방 가더라. 직원은 한 명밖에 없어서 난 줄 서서 한참 기다렸는데….”  

 

오베는 모든 것이 전산화된'(p.118) 세상에, 전등 스위치도, 낡은 타이어도 갈아 끼울 줄 모르는' (p.119) 사람들에 놀라다 못해 화가 난다 말했다. 동시에 이 세상은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구식이 되어버리는 곳(p.119)이라는 무력감도 느꼈다.  

 

노인이라는 타이틀의 연관 검색어가 소외고립이 되지 않게 노력하는 건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목숨보다 소중했던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삶의 의욕을 잃은 오베에게 말 많고 정 많은 파르바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간 것처럼.  

 

북토크를 마무리하며 생각한다. 나 역시도 할머니의 하나뿐인 손녀로서 내 몫을 다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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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임

매월 달력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습니다. 따끈따끈한 2월 달력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 올립니다:)

잠금화면으로 하면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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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이재인 일러스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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