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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뉴욕 변호사의 엑스팻 생활기
엑스팻(Expat)이란 외국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엑스팻으로 반평생을 살아온 필자 이철재 변호사가 뉴욕에서의 엑스팻 생활을 풀어나가며 그곳의 일상적 모습 혹은 관광객들이 모르고 지나가는 곳들을 소개한다.
이방인 속의 이방인 下 당신이 모르는 진짜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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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5
이제부터 나의 뉴욕 주에서의 엑스팻 생활을 풀어나가려 한다. 여유로운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 뉴욕의 작은 마을에 시간이 허락하는 한 길게 머물며 천천히 그 마을의 분위기를 느끼고, 혹은 맨해튼의 휘황찬란한 거리로 나가 이방인 속에 나를 묻고 내가 이방인들의 이방인이 되어 크고, 작고, 일상적이고, 역사적인 것들을 발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내 삶의 모습을 보이고자 한다.
Ⓒ셔터스톡

뉴욕, 도시명이자 주 이름

뉴욕은 도시 명이기도 하지만 미국 연방 50개 주 중 하나의 이름이기도 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사람 중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

 뉴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세계 문화의 중심지, 금융의 중심지, 자유의 여신상, 빌딩 숲, 그 중에서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의 단어들이다. 바로 뉴욕시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도 뉴욕시의 맨해튼을 떠올리는 것이다. 뉴욕시는 맨해튼(Manhattan), 브루클린(Brooklyn), 퀸스(Queens), 브롱크스(Bronx), 스태튼아일랜드(Staten Island) 등 다섯 개의 자치 구(5 Boroughs)로 이루어졌다. 맨해튼은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 제일의 도시라 자랑할 만하지만 실은 뉴욕시를 이루는 다섯 개의 자치구 가운데 하나이다. 맨해튼은 뉴욕시에 속한 구고, 뉴욕시는 뉴욕주에 속한 시(市)이다.

 뉴욕 주는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 보다 조금 작고 남한보다 크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 현재의 뉴욕주는 맨해튼 고층 빌딩 숲(the Skyscrapers) 4배 높이의 얼음이 맨해튼까지 내려와 뒤덮고 있었다. 매머드, 늑대, 퓨마 등이 한 때 뛰어 다녔고, 이로쿼이 원주민들이 대대로 살던 곳, 한때 뉴 네덜란드라 불리며 주의 많은 부분이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곳이다. 현재 뉴욕주에는 이런 역사의 잔재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뉴욕주는 또다시 업스테이트(Upstate)와 다운스테이트(Downstate)로 나눈다. 뉴욕주의 맨 남쪽 끝에 붙어있는 뉴욕시와 그 근교를 제외한 모든 곳을 업스테이트 즉 주의 북부라고 부른다.

 

역사, 문화, 자연이 곳곳에 숨어 있는 업스테이트

뉴욕시에서 2년을 살고 서울에 돌아와 병역의 의무를 다 하고 업스테이트의 시라큐스로 가 로스쿨 과정을 시작했다. 원래 병역을 마치고 내 모교 포담 대학의 로스쿨에 진학해 뉴욕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내 꿈이었다. 그런데 철석같이 믿던 모교에서 내 응시 원서를 잃어버렸다. 결국 나와 수차례 국제 전화로 통화를 하며 사무실이 발칵 뒤집어진 뒤에 원서를 찾았지만 그때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 학교 측에서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기다리다 그해 자리가 나지 않으면 다음 해에 꼭 받아주겠다고 했지만 이미 시라큐스 법대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은 상태라 1년을 왜 허비하나 하는 생각으로 시라큐스로 진로를 정했다.

 시라큐스는 스노우 벨트 안에 놓여 있다. 오대호(Great Lakes) 중 이리 호수와 온타리오 호수가 업스테이트 뉴욕에 걸쳐 있어 그 영향으로 눈이 많이 온다.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강원도에는 눈이 많이 와 눈 굴을 파고 다닌다고 들어 눈 굴이 대체 뭘까 했는데 그 눈 굴을 내가 파며 살게 되었다. 뉴욕 시에 사랑하는 포담으로 돌아가지 못해 시큰둥했던 나는 눈 굴을 파가며 학교를 다니다 거의 우울증에 빠지게 되었다.

 어쩌다 학교 공부가 힘들 때면 차를 몰고 나가 이리저리 돌며 보니 차츰 눈에 들어오는 곳들이 생겼다. 업스테이트는 뉴욕 시와 많이 달랐다. 시라큐스는 인구 60만 정도의 중소 도시로 대학이 여러 개 있어 비교적 문화적으로 다양한 편이었지만, 조금만 운전을 하고 교외로 나가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뉴욕시에 살다 업스테이트의 교외 시골길을 가는 것은 파리에 있다 남프랑스의 시골길을 여행하는 기분이랄까? 그런 정도의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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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풍경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뉴욕주가 낙농과 와인의 주라는 사실이었다. 맨해튼에서 기차를 타고 허드슨 강을 따라 40분 정도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금세 풍광이 바뀐다. 그래도 다운스테이트에 살 때는 뉴욕시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아 몰랐다. 시라큐스로 이사를 가서야 치즈와 요구르트를 만들고 와인이 익어가는 뉴욕을 새로 발견했다.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James Fenimore Cooper)의 5부작 소설 『레더스타킹 이야기(Leatherstocking Tales)』가 펼쳐지는 모혹 계곡(Mohawk Valley)과 미국 인상주의 화풍의 전조인 허드슨 리버 스쿨(Hudson River School)이 탄생한 허드슨 계곡 등 아름다운 자연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다.

 19세기 뉴욕의 찬란한 영광의 시작인 이리 운하는 시라큐스를 관통했었다. 아직도 그 잔재가 남아 공원과 자전거 길이 되었다. 그밖에 이로쿼이 원주민들의 유적, 네덜란드인들의 이름이 들어간 동네와 길 이름 등 역사와 문화와 자연이 곳곳에 숨어 있는 업스테이트는 뉴욕시의 왁자지껄 했던 분위기와 또 다르게 나의 등줄기에 전극과도 같은 짜릿함을 흘려보낸다.
 
엣스팻으로 살아보는 지침서 되길 바라며 
이제부터 나의 뉴욕 주에서의 엑스팻 생활을 풀어나가려 한다. 여유로운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 뉴욕의 작은 마을에 시간이 허락하는 한 길게 머물며 천천히 그 마을의 분위기를 느끼고, 혹은 맨해튼의 휘황찬란한 거리로 나가 이방인 속에 나를 묻고 내가 이방인들의 이방인이 되어 크고, 작고, 일상적이고, 역사적인 것들을 발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내 삶의 모습을 보이고자 한다.
 이웃한 길이나 동네 이름에도 서로 다른 민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뉴욕을 업스테이트와 다운스테이트를 오가며, 현재와 과거를 자유로이 왕래하며 소개할 것이다. 이름 없는 고장에 찾아가 물어물어 구경하는 이야기도 적고, 주말에 장에 나가 동네 과수원에서 따 온 딸기와 살구를 사다 잼을 만들고, 뒷마당에 심은 바질을 뜯어다 페스토 소스를 만들어 친구들과 나누는 소소한 모습도 전할 것이다. 그러다 단골 식당 바에 앉아 나의 10년 지기 바텐더 저스틴이 가져다주는 와인을 마시며 그와 나누는 일상의 이야기들도 적을 것이다.
 인생은 여정이라 한다. 내 30년 엑스팻으로서의 여정을 축약시키면 일주일 혹은 한 달 뉴욕의 한 도시에 머물며 엑스팻으로 살아보는 시도의 지침서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철재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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