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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여러분의 가을은 어떠한가요 알렉산드로 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
입력 : 2020.11.19

올 것이 왔습니다. 가을

이 놈의 가을병을 어찌해야 할까요? 남들은 봄을 탄다는데 저는 가을이 좀 더 심합니다. 가을에 오는 비는 여름의 것과 다릅니다.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면 느껴져요. 가을은 모든 게 특별합니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저만 한시도 마음이 가만있질 못하고 쉽게 감동하고 빠집니다.

 가을 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가장 경계대상은 뭐니 뭐니 해도 음악. 바로 음악이에요. 음악은 시간 예술이자 공간 예술이라 언제 어느 때 어떤 공간에서 듣느냐에 따라 감성이 달라지는데, 가을에 듣는 음악은 시간과 공간이 뒤섞여 현란하게 감깁니다. 저의 가을은 이러한데, 여러분의 가을은 어떠한가요?

우리를 강하게 매료시키는 가을의 음악은 어떤 곡이 있을까요? 특별히 가을에 어울리는 악기, 매력적인 오보에 곡을 추천합니다. 오보에(oboe)라는 명칭은 높은 나무’, 즉 높은 소리를 내는 목관악기라는 뜻인데요, 목관 악기 중 가장 가늘고 높은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주하기가 꽤 까다로운 악기예요.

 여러분이 연주회장 가서 연주 시작 전에 무대 한가운데서 삐삐 거리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있는데요, 바로 오보이스트가 조율을 하는 겁니다. 단원들이 하나둘 씩 나와서 오보에의 A (계이름 라, 보통은 1초당 진동수 441 헤르츠에 맞춤)에 맞춰 악기의 음높이를 맞춥니다. 오보에는 습도나 온도에 쉽게 변하지 않아서 안정적인 음정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전체 오케스트라를 뚫고도 잘 들릴 만큼 소리가 명료해서 조율 악기로 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관악기 중 소리가 가장 섹시하게 들려서 오보에 곡을 들을 땐 기분이 야릇합니다.

 오보에 음악은 영화 속에서도 많이 흐르는데요, 특히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미션>의 주제 음악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2020년 작고한 이탈리아 작곡가 엔리오 모리꼬네의 작품이죠.

 가브리엘 신부님이 밀림에서 원주민들을 설득하는 장면에 이 음악이 흐릅니다. 원주민들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이방인이 무섭고 두려웠을 텐데도 가브리엘 신부가 들려주는 신비한 악기 소리 덕에 그에게 다가가게 됩니다. 만약 신부님이 오보에가 아닌 다른 악기를 연주했다면 어땠을까요?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보에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 같아요. 따뜻하면서도 속삭이는 그 음색이 사람들의 마음을 녹인겁니다.

 이런 음색을 가진 악기 오보에! 가을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을 들어볼까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여유로운 작곡가 마르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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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 마르첼로.

알렉산드로 마르첼로(1684~1750)는 동생 베네디토 마르첼로(1686-1739)와 함께 활동했던 바로크 시기의 작곡가입니다. 형제가 모두 음악가로 활동했는데, 우리나라로 비유하면 유명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임동민, 임동혁 형제 비슷해요. 마르첼로는 음악뿐만 아니라 정치, 문학 등 여러 방면에 소질이 많았던 사람이었습니다. 

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 라단조는 Allegro, Adagio, Presto 3악장 구성으로 연주시간은 10분 안팎입니다. 특히 2악장 아다지오는 듣다 보면 코트의 앞섶을 여미게 되는 것이 꽤 애처롭습니다. 오보에 협주곡 중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이 곡은 오랫동안 작곡가인 동생 베네디토 마르첼로의 곡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형의 작품으로 확인됐고 1717년 출판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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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니스의 사랑〉.
 

특히 2악장은 1970년 이탈리아 영화 베니스의 사랑의 주제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습니다워낙 멜로디가 좋아서 마르첼로보다 한 살 어린 음악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도 이 곡을 필사하면서 공부를 했고, 쳄발로라는 건반악기로 편곡했습니다. 같은 멜로디지만 어떤 악기로 어떻게 편곡을 했느냐에 따라 음악이 전하는 느낌이 완전 달라집니다. 그래서 다양한 버전으로 음악을 감상하기를 권해드리는 것이고요.

원곡인 클래식으로 먼저 듣고 재즈 트리오 토마스 하딘의 경쾌한 버전으로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비 오는 날엔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에 푹 빠져 한없이 멍 때리는 걸 즐깁니다. 원곡은 원곡대로 좋고 재즈 버전은 재즈 느낌이 물씬 나서 좋아요. 적당히 내리는 가을비가 피쳐링되면 오보에 소리와 자연이 만들어낸 그 멋진 조화에 넋을 잃습니다. 1시간 무한 재생으로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과 함께하는 시간.

완벽한 가을입니다.

    

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 라단조 2악장 4‘51

 

재즈 버전-토마스 하딘 트리오 4‘02

 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 라단조 전악장 3악장 구성 10‘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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