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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샤프, 번개탄, 락스... 이게 다 상표 이름이라고? 탐험대원 '느루'의 언어탐험
입력 : 2020.11.18

 

 다음에 보이는 물건의 이름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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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언, 샤프, 번개탄. ‘이렇게 쉬운 걸 왜 물어보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다음 단어들을 살펴보자. 멜로디카, 메카니컬 펜슬, 착화탄. 어떤 이름이 더 익숙한가?

처음 보인 이름으로 답변한 사람들이 더 훨씬 많겠지만, 사실 그것은 그 물건의 이름이 아니라 그 물건의 상표명이다. 멜로디언은 일본 스즈키사에서 제작한 멜로디카의 상표명이고, 샤프는 일본에서 메카니컬 펜슬을 만든 회사의 이름이다. 하지만 상표명이 더 널리 쓰이다 보니 사전에도 멜로디언’, ‘샤프로 등재되었다. 번개탄 역시 상표명이 보통 명사화된 경우다. 번개탄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착화탄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원래 이름을 잃은 경우는 우리 주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탈착식 메모지, 염기성 세제, 발포 스타이렌 수지, 펜슬형 빙과라고 하면 이게 뭐지?’ 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반면에 포스트잇, 락스, 스티로폼, 쮸쮸바라고 하면 바로 그 물건이 떠오른다. 엘리베이터, 드라이아이스, 컵라면, 크레파스, 아이보리 등은 사전에서조차 상표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물건을 두루 이르는 이름을 두고도, 그 물건의 특정 상표를 그 말 대신에 쓰는 것일까?

언어의 목적 중 하나는 의사소통이다. 상표명이 보통 명사처럼 쓰이는 경우 물건의 원래 명칭을 고수하는 것은 오히려 의미 전달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와류형 세탁기 대신 통돌이, 탈수기 대신 짤순이처럼 상표명이 그 물건을 더 잘 떠오르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상표명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

그런데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해당 제품을 만든 회사의 상표권이다. 상품명이 보통 명사처럼 쓰이게 되면 더이상 상표권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초코파이다. 초코파이는 원래 오리온 초코파이라는 상표명으로 출시되었다. 하지만 크라운, 롯데, 해태 등에서도 비슷한 제품을 만들고 초코파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대중들은 점차 초코파이를 과자의 한 종류를 가리키는 보통 명사로 인식하였다.

오리온 측은 뒤늦게 롯데에게 상표 등록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미 상표가 아니라 상품명으로 자리 잡은 후였다. 결국 오리온 측이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초코파이는 수제 초코파이, 전주 초코파이 등 보편적으로 쓰이는 명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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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인해 화상회의가 일상이 되면서 대표적인 화상회의 플랫폼인 (Zoom)’ 또한 상표권을 잃어 가고 있다. 줌 수업(Zoom lesson), 줌 데이트(Zoom date), 줌 졸업(Zoom graduation)과 같이 많은 단어들 앞에 을 붙여서 새로운 표현이 만들어지면서 이 실시간 화상 스트리밍과 같은 일반적인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많은 이들이 스카이프’, ‘구글 행아웃즈등과 같은 플랫폼 명칭으로 인식하고 있어 이 상표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의 보통 명사화는 순식간에 진행될지도 모른다.

언어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역사성과 구성원 사이의 약속이라는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 큰 인기를 얻은 상품의 상품명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점차 보통 명사로 자리 잡게 된다. 이렇게 자리 잡은 보통 명사는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재료가 되어 다른 단어들과 함께 새 말을 만든다.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로 인해 창작물의 권리를 잃게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브랜드가 유명해진 결과 그 브랜드에 대한 권리를 잃게 된다면 창작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음식의 원조를 찾듯 단어의 원조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해당 상표명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알게 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일 것이다.

느루(필명)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 17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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