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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게임 좀 하는 아들을 위한 아날로그 엄마의 고군분투 문명 브금(BGM)이 클래식이라고? 고대 그리스의 음악 '세이킬로스의 노래'
입력 : 2020.11.11

아들이 점점 청소년으로 접어들면서 엄마인 제가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마음은 비우고 뇌는 열심히 굴려가며 아들을 이해하려고 현대 기계 문명에 적응 중입니다. 예전에는 주는 밥을 먹고, 입혀주는 옷을 입으며, 뭐든 말을 잘 듣던 아들이라 손 안 가고 편하게 잘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점점 저의 뇌구조와 마음 상태를 시험합니다. 아들 엄마는 게임 때문에 고민하고, 딸 엄마는 SNS 때문에 고민한다는 그 말이 드디어 저의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저희 아들이 게임을 엄청 하는 것도 아닌데, 손에 항상 책을 들고 다니던 아들이 점점 핸드폰을 쥐고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겉으로는 태연한척 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뭔가가 올라오더군요. 요즘 애들에게 대놓고 공부 좀 해라, 라떼는 말이야, 라고 말하는 꼰대 엄마는 되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말을 걸어봅니다. 한창 게임 중인데 건들면 집중력 흩어질까 봐 표정을 살펴가며 타이밍을 잡습니다.

아들, 이 게임은 이름이 뭐야? 이건 주인공이 누구야? 어떻게 하는 거야?”

동시에 질문을 세 개 했더니 아들이 답합니다.

엄마! 하나씩 물어보세요!”

어릴 때 제가 아들한테 했던 말을 그대로 제게 하더군요. 하나씩 천천히 물어보라며, 그리고 지금은 게임 중이라 바쁘니 기다리라고 합니다. 의문의 1 패입니다.

아들이 게임을 마치는 동안 게임의 기초라도 알아볼까 싶어서 인터넷을 뒤져 보니 이런 신세계가 없습니다. 이렇게 많은 게임이 있다니요! 그리고 게임 속 캐릭터나 스토리 심지어는 음악까지 무궁무진한 콘텐츠더군요. 게임 음악을 일명 '브금(BGM)'이라고 하던데, 하는 일이 음악이다 보니 특히 그 브금에 귀가 기울여졌습니다. 만화에 클래식이 많이 쓰이는 건 알고 있었지만 브금에 클래식이 많은 건 몰랐습니다. 브금으로 다가가게 된 게임이 바로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입니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에 그리스 문명 시대의 음악이 흐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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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락시스가 개발한 PC 전략 게임 '시드마이어의 문명6'.

저에게 문명은 세계 4대 문명을 떠오르게 하지만, 아들에게 문명은 바로 시드 마이어의 게임 문명입니다. 같은 단어지만 각각 다른 생각을 하죠. 이 문명 시리즈의 5편에 나오는 음악은 바로 고대 그리스의 음악 <세이킬로스의 노래>입니다.

 게임의 배경과 적절하게 어울리는 이런 음악을 삽입했다니 제작자의 음악적 식견도 대단해 보입니다. 제작자 시드 마이어가 만든 문명은 자신의 문명을 선택하여 다른 문명과 경쟁하는 턴제 전략 게임(Turn-based Strateg)이라는데, 각 문명들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하면 좀 더 흥미진진한 게임을 할 수 있답니다. 아직 저에게 시드의 문명은 낯설지만, 이 게임 속 음악은 익숙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음악인 <세이킬로스의 노래>는 악보가 완전하게 남아있는 최초의 서양음악입니다. 서양음악사 시간에 제일 먼저 소개되는 고대 음악 중 가장 음악다운 음악이기도 하죠. 노래의 멜로디도 아주 간단해서 쉽게 입으로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한때 애들 사이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 천국 간다고 해서 그렇게 열심히 불렀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얘기지만요.

<세이킬로스의 노래>

1200px-Epitaph_of_Seikilos,_lyrics_and_approximate_modern_musical_score 세이킬로스의 비문 멜로디 악보.png

저희가 보통 듣는 클래식은 바로크 시대 그러니까 바흐, 헨델이라는 작곡가가 등장한 17세기 이후의 음악부터예요. 물론 그 전에도 음악은 있었지만 악보나 기록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학자들의 상상과 추측으로 살펴볼 뿐입니다. 악보가 등장하고 기보법이 등장한 것은 4세기경부터이니 그 이전의 음악을 들어볼 기회가 적은 건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음악사뿐만 아니라 미술사, 건축의 발달도 세계사의 흐름과 결을 같이 하니 세계사라는 큰 틀 안에서 음악을 상상해봅니다. 그래서 음악의 흔적을 돌이나 항아리에 새겨진 기록들을 보고 찾는 것이죠. 건축물을 통해서는 공연장의 형태를 추측해 봅니다. 그리스나 이집트의 예술품은 우리에게 음악의 다른 설명이기도 합니다. 고대 이집트의 예술품에서 비치는 음악은 음악 연주가 권력과 충성, 종교의식과 축제행사, 국가행사, 춤 등에 사용되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세이킬로스의 노래> 또는 <세이킬로스의 비문(Epitaph of Seikilos)>이라고 불리는 이 곡은 터키의 아이딘에서 발견된 고대 그리스의 비문으로, 고대 그리스의 악보 중에서 곡 전체가 온전히 남아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터키의 에페소스의 유적에서 발견되었는데, 이 묘비에 새겨져 있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학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기원전 200년에서 서기 100년 경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작곡자는 알 수 없지만 돌에 새겨진 이름이 세이킬로스(고대 그리스어: Σείκιλος)라는 사람이라 그가 만든 노래일 것이라 추측합니다.

가사의 내용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지만 세이킬로스가 죽은 아내 에우테르페를 추모하기 위한 내용이라는 해석이 가장 힘을 발휘합니다. 가사가 참 멋져요.

그대 살아 있는 동안 빛나기를.

삶에 고통받지 않기를.

인생은 찰나와도 같으며,

시간은 모든 것을 앗아갈 테니. 

아들 덕에 고대 음악을 게임 속에서 들었습니다. 시드의 문명 말고도 에반게리온, 마비노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다른 음악도 저의 귀를 계속 자극하네요. 이제부터라도 더 많이 더 자주 들어봐야겠어요. 무궁무진한 게임 속으로 이제 빠져들어보렵니다. 게임 좀 하는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오늘도 아날로그 엄마는 열심히 게임을 합니다.


고대 그리스 음악 <세이킬로스의 노래> 

문명 게임 5 브금 (BGM)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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