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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다음 인재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리전 매니저로, 전세계 커뮤니티 리더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2000여 명의 소프트웨어 인재와 소통하며 그들의 커뮤니티 리더십을 알리는 일을 합니다. 이 경험을 녹여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를 펴냈고, 각계각층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전략과 지혜를 나누고 있습니다.
나의 IT업계 입성기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원을 채용하는 방식
입력 : 2020.11.12

IT와 전혀 무관한 영어교육학을 전공하던 나는 우연한 계기로 대학 선후배와 인터넷 벤처회사를 설립하면서 IT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IMF 외환위기가 극성이던 때에 취업 전선에 내던져졌으니 다른 선택지도 거의 없었다경험도 실력도 일천했지만말 그대로 청춘을 불살라 한창 나이 20대 후반을 고스란히 바쳤다.

열심히 한다고 반드시 좋은 결과가 보장되는 건 아니었다밤을 맨날 꼴딱 꼴딱 세어 일했지만회사는 3년 만에 폭삭 망해버렸다. 50만 원에서 시작했던 급여가 막 100만 원을 조금 넘을 때였다그런데 경력이라고는 망한 회사에서 3년 정도밖에 없던 내가 또 다른 벤처 기업인 네오위즈를 거쳐 세계 최고의 IT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하여 벌써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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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N 메신저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msn 담당 pm되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입사하여 나는 월간 1,500만 명의 유저가 로그인하는 국민 메신저 MSN의 담당 PM(project manager)이 되었다그런데 채 6개월이 지나지 않아 SK가 네이트온이라는 경쟁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으며 속절없는 하락을 이어갔다나는 장장 7년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온라인 서비스 부서에서 고군분투했다매년 실적이 하락하는 서비스의 담당자로 눈칫밥 7년을 먹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었다.

그뿐이 아니다지금도 자주 있는 일이지만당시에는 MSN 메신저로 친구를 사칭하여 사기 치는 일이 흔했다아침에 출근하면 친구로 사칭한 해커에게 500만원을 보냈다며 담당자 나오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아저씨엉엉 우는 아주머니를 상대해야 했다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이 문제로 경찰서에도 출두하고 검찰에도 불려가곤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뭔가 근사하게 일할 거라 생각하며 입사를 꿈꾸는 많은 취준생이 들으면 분명 실망할 이야기다하지만 현실 세계는 정답이 없다정말 예상 못한 대로 흘러가는 게 현실 세계고 직업의 세계라고 보면 된다.

 

세계적 기업의 직원치고는 초라한 스펙이라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5년간 일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글로벌 회사답게 국적도 다양하고학력경력도 다양하다하버드카이스트 졸업자와도 함께 일했지만지방대나 전문대 졸업자심지어 고졸 직원과 일한 적도 많다모두 컴퓨터를 전공하지도 않았다나와 같이 문과 출신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모르는 직원도 많았다최근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재탈환하며 우리나라 연간 예산의 3배인 1,200조의 가치에 달하는 기업의 직원치고는 너무 소박한 학력으로 여겨질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왜 이렇게 다양한 학력과 경력을 지닌 직원이 존재할까이는 사원 채용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국내 기업과는 달리 외국계 기업은 대규모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물론 10명 이내의 신입사원을 사회 환원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그마저도 점점 줄이거나 없애는 추세다대신 신규 포지션이 생겼을 때 철저하게 경력을 보고 채용한다.

그래서 인터뷰를 할 때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어차피 대학명과 전공은 특수한 영역이 아니면 거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대신 본인이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왔고 어떤 경력을 쌓아왔으며 지금 뽑고자 하는 포지션에 어떻게 맞는지만 철저히 검증한다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일해 본 사람들을 통해 평판 조회를 하고 인성이나 팀워크 능력을 확인하는 형태다미국의 본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지사가 동일한 시스템으로 신규 직원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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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당신은 블루 프린트’ 포지션입니까?

이렇게 입사를 했다고 해도 평생 고용을 약속하는 것도 아니다내가 15년간 몸담았던 5개 남짓한 조직 중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조직은 안타깝게도 한 군데도 없다어딘가로 통폐합되거나 그냥 없어졌다뿐만 아니다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매년 필요 없는 포지션을 블루 프린트라는 이름으로 발표한다그 포지션의 직원이 일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성과를 얼마나 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그냥 그 조직이그 포지션이 필요 없다고 회사에서 결정을 내리면 없어진다.

그러면 없어진 조직에 있던 직원들블루 프린트에 적혀진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알아서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회사에서 일정 기간 부서 간 이동을 알아봐 주긴 하지만 결국 자신의 네트워크로능력으로 카멜레온 같이 변신하여 새 자리를 찾아야 한다.

이런 정글 같은 현실에서 반평생을 정답만을 찾아 열심히 홀로 공부한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가장 정답이 아닐 것 같은데 채점자가 그게 답이라고 강요하는 상황처럼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나 또한 이와 같이 변화무쌍하며 무자비하게 보이는 현실에 처음부터 적응을 한 것은 아니다.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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