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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영원한 '개그지돌' 박지선 씨, 당신의 웃음 꼭 기억할게요! 모차르트 진혼곡 중 <눈물의 날>
입력 : 2020.11.05

오랜만에 혼자 산에 다녀왔습니다. 3시간을 조용히 걸었어요. 어느새 나뭇잎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낙엽이 되었더군요. 며칠 바람이 세게 불어서인지 땅에 떨어진 낙엽이 꽤 많았습니다. 발 끝에 밟히는 바삭바삭한 낙엽 사이를 걷다 보니 우리의 인생도 이렇게 어느 한순간 바스락거리며 사라질것 같아 마음이 스산했습니다.

며칠 전 ‘개그지돌’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유명한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세상과 이별을 했습니다. 직접 본 적은 없어도 미디어를 통해 얼굴을 익혔고, 평소 그녀의 재치와 언변을 좋아했던 팬의 입장에서 그녀의 죽음이 참 마음 아팠습니다. 그녀의 트위터를 읽으며 삶의 순간순간에 웃음을 선물 받았는데, 하필 생일 하루 전 날 이런 슬픈 결정을 하다니요...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 역시 그녀를 혼자 보낼 수 없었는지 함께 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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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지선. ⓒ이윤지 인스타그램

‘저는 남을 웃길 수 있다는 게 제일 행복해요. 앞으로도 어떤 선택을 하든 제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겁니다.’

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던 겸손하고 지혜로운 그녀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부모님 사랑을 듬뿍 받아 그런지 항상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크고, 유명인이 되고서도 처음의 마음을 지키며 겸손했던 그녀. 자신감 넘치고, 자신을 온전히 사랑했던 그녀의 삶을 대하는 자세가 참 좋았는데 그렇게 혼자 가슴 아파했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제발 하늘에 가서는 평안하길 바라며, 음악으로 그녀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해봅니다.

 

밝음 뒤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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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천재 음악가, 음악의 신동이라 알려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 <레퀴엠>입니다. 모차르트 작품번호 626으로 미처 완성하지 못한 곡입니다. 3부의 <라크리모사> 주제 8마디까지 모차르트가 쓰고, 뒷부분은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완성했습니다. 입당송, 키리에, 연속된 6개의 노래, 봉헌송, 거룩송, 축복송, 하느님의 어린 양, 영성체송 이렇게 8부 구성으로 전체 14곡입니다. 이중 3부 <연속된 6개의 노래> 중 마지막 곡 <라크리모사>가 가장 유명합니다. 

<레퀴엠>이란 죽은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진혼곡인데, 가톨릭 미사에서 연주되는 곡입니다. 레퀴엠은 실제로 장례 미사에 쓰기 위해 작곡된 곡도 있고, 연주용 음악으로 작곡된 레퀴엠도 있습니다. 브람스나 베르디의 레퀴엠도 유명합니다.

특히 눈물의 날, 슬픔의 날이라고 불리는 <라크리모사>는 이 음악 중에서도 압권입니다. 4분 정도 되는 곡이지만 첫 음을 듣는 순간 마음이 저려옵니다. 오스트리아 빈의 피아리스텐 교회에서 지휘자 칼 뵘이 연주한 영상을 보시면 그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는 자신이 죽은 해인 1791년 봄에 이 작품을 의뢰받습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도 작곡 당시의 상황들이 많이 묘사가 되는데요, 실제 이 작품을 의뢰한 사람은 돈 많은 발제크-슈투파흐(1763~1827)백작의 하인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검은 두건을 쓴 무서운 모습의 사내로 등장합니다. 백작은 부인이 병으로 죽게 되자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자작곡이라고 말하며 연주하고 싶어 했답니다. 그래서 모차르트에게 돈을 주고 작품을 주문합니다. 모차르트는 몸상태가 좋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합니다. 그래서 주문받은 작품을 작곡하다가 병상에 누워 마지막을 맞게 돼요. 어쩌면 모차르트는 백작이 아닌 자신을 위해 진혼곡을 미리 썼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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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마데우스> 한 장면.

모차르트는 1791년 생애 마지막 해에 많은 대곡들을 작곡합니다.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인 27번과 클라리넷 협주곡 가장조 그리고 아름다운 선율의 성악곡 <거룩한 성체여 (아베 베룸 코르푸스)>를 작곡했습니다. 유명한 두 편의 오페라 <티토황제의 자비>와 <마술피리>도 있습니다. 모두 다 모차르트 하면 떠오르는 명곡이죠. 저도 얼마 전 책을 한 권 완성했는데요, 일 년에 책 한 권 쓰기도 버거운데 이렇게 많은 명곡을 그것도 길이가 엄청난 대곡을 작곡했다니 어찌 힘들지 않았겠어요? 작품 하나 완성하고 나면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지던데요...

결국 찬바람 부는 11월 하순에 앓아누운 모차르트는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맙니다. 누군가는 그가 가입한 비밀 결사모임 <프리메이슨>의 독살 때문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그를 라이벌로 여겼던 이탈리아 작곡가 살리에리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정황상 그의 건강 악화가 가장 객관적인 증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날 빈의 공동묘지에 여러 사람의 시체와 함께 묻힌 모차르트. 날이 너무 추워 사람들도 함께 하지 못하고 인부만 무덤의 위치를 알았다는데, 인부 마저 죽은 뒤라 영영 모차르트의 진짜 무덤을 찾지 못했습니다. 당시의 장례법상 간소한 장례 절차 때문이었다지만 그의 진짜 무덤 앞에 꽃 한 송이 놓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도 그가 죽는 장면에는 이 <레퀴엠>이 흘렀고요, 낭만주의 작곡가 쇼팽도 자신의 장례식에 이 곡을 연주해 달라고 했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그들이 남겨준 작품으로 우리는 영원히 그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언제나 밝은 웃음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고, 아빠 레오폴트와 엄마 안나 마리아의 자랑스러운 자식이었으며,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 남들에게도 그리고 자신의 자식들에게도 애정을 가득 표현했던 모차르트에게서  ‘개그지돌’ 그녀의 모습이 비치네요. 웃음이 많고 밝은 기운의 두 사람이었기에 그들의 죽음이 더 가슴 아려옵니다.


모두 편히 쉬소서...

 

모차르트 라크리모사

지휘 칼 뵘 , 빈 심포니커 연주

영화 <아마데우스> 중 모차르트가 죽는 장면에 흐르는 <라크리모사>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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