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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다음 인재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리전 매니저로, 전세계 커뮤니티 리더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2000여 명의 소프트웨어 인재와 소통하며 그들의 커뮤니티 리더십을 알리는 일을 합니다. 이 경험을 녹여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를 펴냈고, 각계각층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전략과 지혜를 나누고 있습니다.
학교 공부의 배신 명문대 출신 모범생 vs 전문대 출신 호기심 천국
입력 : 2020.11.06

공부는 어느 시대나 중요하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일으킨 우리나라의 원동력도 국민의 배움에 대한 열망이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공부 방식은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 4차 산업 혁명과 모바일 혁명을 통한 소비 패턴의 급격한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공부 방식의 혁신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그 누구도 교육 혁신의 방향에 대해 명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이유도 크고, 무엇보다 대학입시가 모든 교육 방향의 최종 목적지가 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당장 서점에서 교육 관련 코너에 가 보라. 대부분의 교육서적이 대학 입학이라는 최종 목적지를 위해 어떤 방법으로 설계되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학 졸업장 자체로 어떤 사람이 사회에서 오롯이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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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시대에는 성실하게 훈련된 인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책임질 줄 아는 인력이 요구되기에 공부 방식의 혁신이 요구된다. Ⓒ셔터스톡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이민석 학장의 고언

이 질문을 위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의 초대 학장이신 국민대학교 컴퓨터 공학과 이민석 교수님을 만나 보았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프랑스의 유명한 소프트웨어 교육 전문 기관인 '에꼴 42'의 교육 방법을 국내에 적용한 교육 기관으로, 우리 정부가 주도하여 만들었다. 

이민석 교수는 대학에서만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방학이면 고등학생 대상의 소프트웨어 캠프, 대학생들을 위한 해커톤, 소프트웨어 업계 선배와 후배의 만남 주선 등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가 만들어 화제를 모은 소프트트웨어 학교인 'NHN 넥스트' 설립 멤버이자 2대 학장도 지냈을 정도로 이쪽 분야에 잔뼈가 굵다. 그는 NHN 넥스트 시절 직원을 채용할 때의 일화를 들려줬다.

"수많은 지원자 중 최종 면접 대상자로 두 명이 올라왔어요. 한명은 서울의 유명 외국어 고등학교를 나와 최고 대학에서 유명한 교수와 공부한 학생이었고, 또 다른 한명은 전문대에서 음악을 전공한 학생이었어요. 인터뷰 전엔 아무래도 첫번째 학생이 채용되지 않겠나 싶었지요. 그런데 첫번째 학생과 인터뷰를 하는데 뭔가 대답이 정형화되어 있다고나 할까, 기계적으로 외운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대학에서 혁신적인 역사적 인물을 조사하고 연구했던 얘길 하길래 '그럼 어떤 사람이 혁신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는지 너의 생각을 얘기해 달라'고 하니 대답을 못하는 거예요. 

반면 두번째 학생은 달랐어요. 광고에서 테마송도 부르고 작곡도 하는 학생인데, 자신이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고 또 사람들에게 많이 가르쳐 주었다고 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노래를 하면서 바뀌는 감정들을 관찰해보니 노래가 사람들의 숨겨진 용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거예요. 어떻게 그것을 끌어냈고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자신의 경험과 언어로 술술 얘기했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실제 사수가 될 매니저에게 누구를 최종 선정하겠냐고 물어보았어요. 첫째 학생을 뽑으면 메니저의 시간을 20% 가량 써서 무엇을 해야할지 지시하는데 써야 한다고 말하면서요. 하지만 지시한 내용은 아주 철저하게 해낼 거라고 했지요. 하지만 매니저는 결국 두번째 학생을 선택하더라구요. 스스로 무엇을 할 지 알 수고 있고, 부족한 부분은 알아서 공부할 직원으로 훨씬 적합했기 때문이예요."

서울대학생과 국민대학생의 차이? 

안타깝게도 현재 학교 시스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학생 중에는 첫번째 학생 같은 경우가 무척 많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친절한 어른들이 주변에 너무 많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아이들의 실수를 줄여주기 위해 스스로가 고민하며 극복했어야 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미리 다 차단해주어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님이, 학원 선생님이, 학교 선생님이 지시한 대로 엉덩이의 힘을 열심히 키워 시험에 최적화된 인재로 자라는 동안, 그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힘이 현저히 약해져버렸다. 대학 교수로 수년간 다양한 학생들을 지도한 이민석 교수님의 한탄 어린 말씀이다. 

“수많은 학생들을 접해보니 서울대학교 학생이나 국민대학교 학생이나 배우는 속도나 능력이 큰 차이가 없어요. 하지만 확실히 엉덩이 무게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차이가 나요. 리서치 같은 단순 영역에서는 확실히 서울대학교 학생의 속도가 빠르더군요. 영어를 조금 더 잘한다는 원인이 큰데, 이 부분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비슷해지더군요. 나머지는 정말로 똑같아요. 그런데도 두뇌회전력이 뛰어난 청소년기에 표준테스트 점수를 더 많이 맞도록 훈련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는 현실이 정말 답답해요.”

산업화 초기에는 이렇게 성실하게 훈련된 인력이 많이 필요했다. 엘리트 그룹이 해외 사례를 잘 벤치마크하여 정확한 미션과 그에 따른 매뉴얼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 매뉴얼을 완벽히 이해하고 주어진 미션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평생 직장이 보장됐다. 

하지만 지금은 리더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가기에 세상이 너무 빨리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된다. 이제는 각자 생각하고, 역할 조직별로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책임져야 한다. 이런 변화를 잘 알고 빠르게 대처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니 명문대 학벌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게 된 것이다. 명문대 뿐만 아니라 공부만 열심히 한 학생들이 영문도 모른 채 공부의 배신을 맛보게 된다.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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