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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유난히 아빠가 보고 싶은 날 있으시죠? 피아졸라의 인생을 바꾼 반도네온, 그리고 '아디오스 노니노'
입력 : 2020.10.28

얼마 전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저도 여러 번 뵀던 분이고, 유독 클래식을 좋아하셔서 딸의 공연에는 항상 자리를 함께 하시던 온화한 분이셨는데... 저희 아버지와 연배도 비슷하시고, 느낌도 비슷하셔서 친구 아버지를 뵈면 왠지 아빠를 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공연이 끝나면 음악 들었던 소감도 함께 나누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면서 향 좋은 커피도 자주 사주셨는데 그 어른께서 돌아가셨다니 참 슬펐습니다.

나이가 들어 저 역시 자식 둔 부모가 됐지만 여전히 부모님은 큰 언덕입니다. 힘들면 제일 먼저 기대고 싶고, 기쁨은 실컷 나누고, 슬픔은 나눠지려는 분이 바로 부모님이에요. 세상 그 누구보다도 나의 힘이고 내 편인 부모님. 삶의 굽이굽이 모든 순간을 부모님과 함께할 것만 같았는데, 점점 그분들이 저희 곁을 떠나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친구 아버님의 갑작스러운 부고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릴 적 아빠 손을 잡고 따라 불렀던 동요가 생각났어요. '꽃밭에서'라는 동요를 참 좋아하셨던 아빠는 저희와 길을 갈 때면 언제나 그 노래를 불러주셨어요. 그래서 전 옛날에 아빠가 불러주던 그 노래가 아직도 좋아요. 이젠 손자 손녀를 여럿 둔 흰머리 할아버지가 되셨지만 저에겐 지금의 저보다 훨씬 젊은 아빠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그런데도 점점 나이 들어 약해지는 아빠의 모습에 눈시울이 적셔올 때가 있어요. 자식들 목말을 태우고도 씩씩하게 걸으셨던 다리는 힘이 없어 휘청거리고, 근육이 빵빵했던 팔도 이젠 가늘어지셨어요. 눈도 점점 침침해지고, 예전만큼 행동이 민첩하지도 못하세요. 그런데도 자식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항상 걱정 말라며, 아버지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하십니다. 다행히 큰 병 없이 아직 저희 곁에 계시지만 그래도 아빠를 볼 날이 줄어든다고 생각을 하면 한 번이라도 더 많이 보고 싶어요. 오늘따라 유난히 아빠가 보고 싶네요.

 

여러분도 유난히 아빠가 보고 싶은 날이 있으시죠? 

멀쩡하게 낮에 일 잘하고 있다가 갑자기 아빠가 보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장에 전화를 드리기도 어렵다면 음악 한 곡 어떠세요? 

탱고 황제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만든 <아디오스 노니노>인데요, 우리말로는 <잘 가요 아버지>라는 뜻입니다. 이 곡은 피아졸라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곡이에요.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1921년 아르헨티나에서 이발사인 아버지와 재봉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선천적으로 오른발을 절었던 그를 친구들은 렝고(절름발이)라고 놀렸어요. 그렇게 놀림 받는 아들을 불쌍하고 안타깝게 여기는게 보통의 아버지라면 피아졸라의 아버지는 그 반대였습니다. 측은하게 여기기보다는 더 강하게 키우려 애썼습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강요를 한 가르침은 아니었어요. 의사들이 수영을 하지 말라고 하면 수영을 가르쳤고, 달리기를 하지 말라고 하면 더 달리라고 격려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늘 그에게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금지된 것을 모두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결함이 있는 외로운 사람이 아니라, 앞장서서 나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를 회상하는 피아졸라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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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졸라에게 반도네온은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소중한 보물이었다. 사진은 네덜란드 왕세자비인 막시마의 결혼식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어린 피아졸라에게 아버지는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를 가르칩니다. 반도네온은 피아졸라의 인생은 물론이고 훗날 누에보 탱고(새로운 탱고)를 탄생시킨 출발점이었고,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소중한 보물이었습니다. 인생의 걸림돌을 피해 가지 말고 이겨내라고 자신감을 줬던 아버지를 피아졸라는 존경하고 사랑했습니다.

피아졸라가 푸에르토리코로 순회연주를 떠난 동안에 아르헨티나에 계신 아버지가 돌아가십니다. 1959년 그의 나이 38세였는데, 사랑하는 부모님과의 이별은 다 큰 어른이여도 인생의 큰 슬픔이죠.

빠른 템포의 춤곡인 탱고를 주로 작곡했던 피아졸라는 이 일을 계기로 새로운 탱고 음악의 방향을 찾아갑니다. 이 곡은 탱고 치고는 느리면서 적적한 느낌이 있어요. 피겨 여제 김연아 선수가 마지막 고별 무대에서 프리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던 음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네덜란드 왕세자비인 막시마의 결혼식에도 연주되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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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왕세자비인 막시마의 결혼식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2002년 네덜란드에서는 세기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네덜란드 왕자 윌리암과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정권의 장관 딸이었던 막시마의 결혼인데요, 이 둘은 왕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합니다. 막시마가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의회의 승인까지 거치면서 결혼을 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끝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었어요.

아빠 없이 치러진 결혼식. 그 누구보다도 초대하고 싶었을 아버지였을 텐데, 그녀 옆엔 남편 윌리엄뿐이었고 대신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가 연주되었습니다. 신부 막시마는 아르헨티나에 계신 아버지가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요. 음악을 감상하던 그녀는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영상을 통해 보시면 그 장면이 더 실감 납니다.

피아졸라의 음악은 정형화된 악보 없이 상황에 맞게 여러 악기, 여러 버전으로 편곡되어 연주되는데, 반도네온, 아코디온, 첼로, 피아노의 소리로 감상해보세요. 오늘.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따뜻한 전화 한통 드려보시길 바랍니다.

 

피아졸라 아디오스 노니노 

첼로-스테판 하우저, 아코디언- 크세니자 시도로바

 

막시마 결혼식에서 흐른 <아디오스 노니노>

          

김연아 경기 영상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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