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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죽어도 커피를 포기 못하는 이유 바흐 '커피 칸타타 BWV 211' 중 '아~ 어쩌면 커피는 이렇게 달콤할까' (Ei, wie schmeckt der Coffee suesse)
입력 : 2020.10.15

긴 텀블러 가득 커피를 채워 책상에 앉은 시간이 정확히 오전 11시였습니다. 오전 11. 새벽 출근을 한 직장인도, 남편과 아이들을 출근 시킨 전업주부도, 오전 진료 중간에 한숨 돌린 의사 선생님께도 11시는 분주한 아침 끝에 찾아 든 여유로운 시간이죠. 프로집순이가 되어 아무것도 안하고 하루 종일 집에 있어 봐도 오전 11시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에 가고 싶어요. 커피가 저를 부릅니다. 마셔라~ 마셔라~

 

첫 커피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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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커피에 대한 기억은 별다를 것 없는 그냥 쓰고 탄 맛이 나는 검은 차였습니다. 왜 이런 걸 돈 주고 사 먹는 건지 의아했죠. 커피를 마시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되던 날, 뭘 좀 아는 제 친구는 저를 커피의 세계로 인도했습니다. 멋진 분위기의 카페에서 아이스크림만 먹는 게 아니라며,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가 주인공 승민에게 키스하는 법을 가르치듯이 제 친구는 커피 마시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그 사이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습니다. 커피맛을 몰라 쓰다고만 느꼈던 그날의 기억이 선명한데, 지금은 주구장창 손에 달고 삽니다. 

커피를 향한 사랑은 독일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시고, 친구를 만나도 마시고, 일을 하면서도 마시고, 밥 먹고 마시고, 기분이 우울해도, 음악을 들으면서도, 심지어 길을 가면서도 마십니다. 트리풀 샷은 아니지만 물을 적게 넣은 아메리카노를 매우 좋아합니다. 단 음식을 싫어하는 취향탓에, 마시는 커피는 언제나 신맛이 강하고 풍미가 진한 사약 한 사발 수준이죠. 친정엄마는 아직도 커피를 못 끊는 저를 타박하십니다. 20년 이상 마셨으니 슬슬 끊을 때도 됐는데 어찌할꼬? 몇 번을 생각해도 결론이 똑같습니다. 몸이 허락할 때까지 끊기 어려울 것 같아요. 이미 커피 중독입니다.

여러분은 왜 커피를 드시나요

보통 커피 향 때문에 많이들 좋아하는데, 전 커피 향과 더불어 온 몸에 퍼지는 기운이 좋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목으로 넘긴 커피가 몸 전체에 혈관을 타고 쫙 퍼질 때, 스르르 녹는 눈처럼 긴장이 풀어지며 "~~ 좋아~~ "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카페인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시게 되네요.

 

바흐 씨의 커피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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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우리들의 일상 속 커피 이야기가 무색할 만큼 엄청난 커피 매니아가 있습니다. 바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예요. 바흐는 엄청난 커피 애음가였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재배되어 네덜란드, 터키, 브라질을 거쳐 17세기 독일에 들어온 커피는 완벽한 루터파 기독교 신자인 바흐마저도 푹 빠져버린 유혹의 음료였습니다. 350년 전 바흐도 카페에서 진한 커피를 마시며 커피에 관한 곡을 썼습니다. 대부분 그의 음악이 종교음악과 교육적인 음악인데 반해, 세속 칸타타인 '커피 칸타타'는 예외적으로 서민적인 곡입니다. 바흐의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취향을 느끼게 해 주는 몇 안 되는 곡이죠. 

바흐작품번호 211(BWV. 211)번의 커피 칸타타. 우리가 자주 마시는 그 캔커피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추정해봅니다. 대부분의 성악곡을 칸타타로 지칭했던 당시에 이 곡만큼 상업적이고 개인적인 취향을 드러내는 곡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이 곡을 가리켜 최초의 광고음악이라고 합니다. 이 곡 들으면 커피 꼭 마시게 됩니다. 바흐는 커피 칸타타를 만들면서 몇 잔의 커피를 마셨을까요? 

커피 칸타타는 18세기 커피하우스에서 연주된 음악으로, 커피를 찬양하는 음악입니다. 본래 칸타타(Cantata)’는 이탈리아어의 칸타레(cantare)’에서 유래했는데 노래하다라는 뜻이에요. 칸타타는 대개 종교적인 내용의 교회 칸타타와 소규모 오페라인 실내 칸타타로 그 종류를 나눌 수 있습니다. 교회 칸타타가 진중한데 반해 실내 칸타타는 드라마 같고 기교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는 전형적인 실내 칸타타 작품입니다. 모두 10곡으로 구성된 커피 칸타타는 풍자와 익살스런 내용이 가득합니다. ‘커피 칸타타는 프리드리히 헨리가 쓴 시에 곡을 붙인 것인데, 바흐 나이 47살인 1732년경에 쓴 것입니다. 커피를 끊으라고 강요하는 아버지와 딸의 실랑이가 주된 내용이죠. 하지 말라고 하는 부모님과 하겠다는 자식의 실랑이는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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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Aria)란 오페라에서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있는 서정적 독창곡을 말하는데, 이 칸타타에서는 딸의 아리아 커피는 어쩜 그렇게 맛있을까가 유명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커피! 커피!’를 반복하며 외칩니다. 보통은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나 쳄발로 같은 건반악기가 같이 연주되는데, 유독 이 아리아는 플루트가 분위기를 돋우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익살스러운 해설자와 감정 조절을 잘 못하고 버럭하는 아버지 그리고 재치 있고 영리한 딸. 이렇게 세 명의 독창자가 주고받는 만담 같은 칸타타입니다. 산책도 못 하게 하고, 스커트도 안 사준다고 하고, 심지어는 약혼자랑 결혼도 못 하게 하겠다고 협박을 해요. 그렇게 커피 마시는 것을 반대하지만 결국 딸은 아버지를 이깁니다. 아빠의 바람대로 커피를 끊겠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안심시키려는 하얀 거짓말이었습니다. 뒤늦게 딸의 거짓말을 알아차리지만 못이기는 척 하며 아버지는 딸의 청을 들어줍니다. 너무 많이는 마시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전체 10곡 중 네 번째 아리아가 가장 유명한데, 여자 주인공인 딸이 아버지에게 커피가 얼마나 맛있는 건지 설명하는 곡인 '~ 어쩌면 커피는 이렇게 달콤할까' (Ei, wie schmeckt der Coffee suesse)입니다. 곡의 가사는 당시 라이프치히의 유명 시인 피칸더가 썼습니다. 피칸더의 시가 총 8개고 나머지 2개는 바흐를 비롯한 몇몇이 덧붙였습니다

천 번의 키스보다도 사랑스럽고, 모스카토 와인보다도 훨씬 달콤하다는 커피. 얼마나 좋으면 이런 비유를 했을까요? 집에서건 카페에서건 커피를 마시는 일이 큰 유행이었던 18세기 라이프치히. 카페는 단순히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음악과 토론의 장소로도 자주 이용되었습니다. 여덟 곳의 대표적인 카페 중 '짐머만 카페' 는 실제 바흐와 그의 제자들이 연주를 위해 많이 방문했습니다. 

 

죽어도 커피를 포기 못하는 이유

글을 쓰다 보니 공부했던 라이프치히의 동네 카페가 그리워집니다. 집 근처 골목길 끝에 터키 아줌마가 혼자 하는 커피집이었는데, 전 항상 집에 들어가는 길에 그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씩 마셨습니다. 카페는 작지만 운치있고 커피 맛이 특별했습니다. 아줌마는 자기처럼 이방인으로 살고 있는 제가 안쓰러웠는지 항상 친철하게 맞아줬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시는 터키 아줌마의 커피는 제게 위안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요즘은 카페가 너무 많아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그럴수록 저만 아는 조용한 카페가 그립습니다. 아마도 제가 이토록 커피를 포기 못하는 이유는 커피를 앞에 두고 함께했던 시간의 추억을 버리기 싫어서일지도 모릅니다. 천 번의 키스보다도 사랑스럽고, 모스키토 와인보다도 훨씬 달콤하다는 커피. 오늘 여러분의 커피 맛은 어떤가요?

 

엠마 커크비  J.S. Bach: "Coffee Cantata" BWV 211 - "Ei! wie schmeckt der Coffee susse“

    

소프라노 로빈 요한슨  J.S. Bach: Kaffeekantate, "Ei, wie schmeckt der Coffee süsse"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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