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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안절부절하다? 안절부절못하다? 안절부절못하겠네! 탐험대원 '도담'의 언어탐험
입력 : 2020.10.15

오늘의 언어탐험은 간단한 문제를 풀며 시작하고자 한다. 아래의 두 문장 중 어느 것이 옳은 문장일까?

1. 은하는 발표 순서를 기다리며 안절부절했다.

2. 은하는 발표 순서를 기다리며 안절부절못했다.

두 문장의 차이는 ‘안절부절했다’와 ‘안절부절못했다’ 뿐이다. 그러니 둘 중 옳은 문장을 고르는 것은 곧 두 단어 중 올바른 표현을 고르는 것이다. 답을 밝히기에 앞서 각각 1번과 2번을 선택한 사람들의 생각을 추측해보겠다.

먼저 1번을 선택한 경우다. ‘안절부절’은 불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양을 나타낸 부사다. 따라서 ‘불안해서 어쩔 줄 모르다’라는 뜻의 동사는 ‘안절부절하다’로 표현해야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음으로 2번을 선택한 사람들의 근거는 아마 감일 것이다. ‘안절부절하다’보다 ‘안절부절못하다’가 더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들린다는 생각이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얼핏 봐도 1번을 택한 사람들의 사고과정이 훨씬 논리적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문제의 답은 2번이다.

그 이유는 ‘언어의 사회성’과 관련이 있다. ‘언어의 사회성’이란 사회적 약속으로서 언어가 갖는 특성을 의미한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언어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개인이 멋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오늘부터 연필을 ‘빙퐁’으로 부른다고 해서 연필의 명칭이 ‘빙퐁’이 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연필을 ‘연필’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연필’을 ‘빙퐁’이라고 부르기로 새로운 약속을 만들고 많은 사용자들이 이에 동의하면, 언어가 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표준어사정원칙에도 언어의 사회성이 반영되어 있다. 표준어사정원칙 제 25항에서는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을 경우 그중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안절부절못하다’는 이 원칙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다. 원래 ‘안절부절’이라는 부사에 접사 ‘-하다’를 덧붙여 ‘안절부절하다’ 라고 동사를 만든 사람과 ‘안절부절’에 ‘못하다’를 붙여서 ‘안절부절못하다’라는 동사를 사용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안절부절못하다’가 압도적으로 많은 사용을 보인 결과 ‘안절부절하다’는 표준어로 선택이 안 되고 ‘안절부절못하다’가 표준어로 선택된 것이다.

하지만 표준어사정원칙을 따름으로써 ‘안절부절하다’가 틀린 표현이 되었다는 점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안절부절하다’는 단어형성원리에 정확히 들어맞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 뜻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안절부절하다’가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표준어 자리를 빼앗긴 것은 한국어 사용자들이 직관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또 ‘안절부절못하다’를 표준어로 인정함으로써, ‘안절부절못하다’가 ‘안절부절하다’를 비표준어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사실 ‘안절부절못하다’가 표준어가 됨으로써 언어 사용자들은 ‘안절부절’이라는 부사와 ‘안절부절못하다’를 연결시키기 어려워졌다. 단어의 부정형이 반대의 의미를 갖는다는 상식적인 틀에서 벗어난 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표현은 언어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보면 많은 사람들이 왜 ‘안절부절못하다’가 표준이고 ‘안절부절하다’가 비표준인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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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정한 규범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언어의 주인은 전문가가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모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어의 사회성은 언어의 주인인 우리의 생각을 반영하는 특성이다. 부디 이 글이 ‘안절부절못하다’가 맞고 ‘안절부절하다’가 틀린 말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아니라, 여러분과 여러분의 지인들이 ‘안절부절하’는지 ‘안절부절못하’는지를 관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도담(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20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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