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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빠른 년생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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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3

 이 글을 쓰기 위해 포털 사이트를 뒤져보니, 가장 이른 시기에 '빠른 **년생' 이라는 표현이 관찰되는 것은 200210월이었다. ‘네이버 지식iN’1,2월생은 학교 1년 일찍 들어 가나요?’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의 내용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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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그림에 보인 것처럼 질문자는 우리나라에서 1, 2월생은 학교 1년 일찍 들어가 1~2월 출생자를 빠른 **년생이라고 하잖아요와 같이 빠른 **년생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 질문자의 글을 보면 이 표현이 질문자의 주변에서, 혹은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상당히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표현은 40대 이상에게는 그리 익숙한 표현이 아니다. 40대 중반 이상의 사람들이 자신의 입을 통해 이런 말을 사용하는 일이 그렇게 흔한 것 같지는 않다. 이 표현이 더 어울리는 나이는 20대나 30대인 것으로 보인다. 학교를 제 나이보다 한 살 일찍, 7살에 들어간 20대나 30대의 경우는 사람들을 처음 만나서 자신에 대해 말할 때 자신의 나이를 말하는 대신 빠른 **년생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1990년에 태어나서 학교를 일찍 들어간 사람이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을 만나면 저는 서른 살입니다라고 말하는 대신에 저는 빠른 90년생이에요혹은 저는 빠른 90이에요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사실, 또래가 아니라면 처음 만나서 출생연도로 자신의 나이를 표현하지는 않는다. 나이 차이가 현격하게 나 보이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경우에는 우선 서로 나이를 묻지 않는다.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끼리 만나서는 나이를 묻는 것이 큰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나이 차이가 현격하게 나 보이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상대방에게 나이를 묻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이야기하기를, 한국 사람들은 처음 만나면 왜 서로 나이를 묻는지 모르겠다고 이상하다고들 하지만, 더 꼼꼼히 관찰해 보면 한국 사람들이라고 해서 아무나 처음 만나서 다짜고짜 나이를 묻는 것은 아니다. 나이를 물어도 괜찮은 사람이 있고, 나이를 물으면 실례가 되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아이가 어른과 처음 만나서 몇 살이세요?’라고 질문한다면 그 어린 아이는 예의가 없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어린 아이가 자기 또래의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 몇 살이야?’ 혹은 몇 학년이야?’라고 묻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어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또래의 30대가 처음 만난 경우에는 서로 나이를 탐색하기 위해 직간접적인 질문을 하지만, 3050대가 처음 만난 경우에는 서로 나이를 묻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 서로의 나이를 묻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서로의 나이가 궁금해지고 민감해지는 것은 또래의 경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또래의 경우는 심지어 빠른 **년생이라는 표현까지 만들어 가면서 나이와 관련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자 노력한다.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또래들끼리는 마치 도토리 키 재기라도 하듯이 나이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왜 우리는 나이가 비슷할수록 서로의 나이에 더 민감한 것일까? 다음 주에 그 이유를 더 톺아보자.

 *'톺아보다'는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본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입니다.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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