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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정부장의 독서일기
누군가의 인생 책을 알게 되면 조용히 찾아 읽고 상대의 마음을 상상하는 버릇이 있다. 금융 분야에서 일을 시작해 조금은 특이한 이력의 편집자다. 책 읽는 게 일이자 즐거움인데 책 못지않게 사람도 좋아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읽어두면 좋을 책을 소개한다.
기온이 1도 올라가자 캘리포니아가 불탔다 6도 올라가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입력 : 2020.09.29

세상에는 즐거운 책이 더 많지만, 양서이면서 괴로운 책도 존재한다. 나에겐 환경 책이 그렇다. 《6도의 멸종》 저자가 이 책과 같은 주제로 강연회를 했을 때, 커튼 뒤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렇게 우울한 곳에 나를 데려왔어?”

지구 온도가 1도씩 올라갈 때마다, 이미 2도가 올라가면 파국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남의 일 같을 지구인은 없을 것이다.

1970년대까지 지구는 일정 기온을 유지했고, 1980년 이후에 40년간 ‘무려’ 1도가 올랐다. 주로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가 문제가 된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수많은 환경오염 관련 수업을 받았고 포스터를 그렸지만 나는 이 문제에 무감각했다.
남들만큼 쓰레기를 분리수거를 하고 내 필요에 의해 물건을 덜 사는 편지만, 어느 기업이 친환경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내는지 관심을 갖고 실행하진 않았다. 사실 기업의 환경적 활동은 단지 구호일 뿐인지,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 구분이 쉽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온도 상승과 지구에 닥친 위험은 진짜다. 지구 평균 기온 1도는, 일교차 10도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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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평균 온도가 1도 높아지는 것은 엄청난 환경 변화를 야기한다.©세종서적

 

우리는 페트리 접시의 세균인가?
페트리 접시는 ‘샬레’로도 불리는 미생물을 배양하는 키 낮은 유리 접시다.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의 저자는 우리 인간이 결국 페트리 접시에서 무한 증식하다가 더는 파먹을 자원이 소진돼서 자멸하는 세균이냐고 묻는다. 흘려들으면 아무 느낌이 없을 테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유쾌하지 않다. 그러나 지구 전체의 관점으로 생각하는 지구시스템 학자들에겐 인간의 행태에 정말 답답하고 화가 난다.
우리는 페트리 접시에 있는 세균과 비슷할까? 가용 자원을 소비하고 거의 다 죽을 때까지 번식하는 세균 말이다. 즉 우리는 인류 사회의 붕괴로 돌진하고 있는 걸까? 인류세는 인간이 환경을 통제하는 미래를 상징한다.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사피엔스의 망상, 인간이 최고로 오만한 지질 시대에 남은 선택이란 무엇인가? 
-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 중에서
지구는 땅, 즉 지질이 크게 바뀐 점을 기준으로 삼아서 ‘세’로 구분한다.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은 15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배를 타고 다른 대륙까지 나아가 식민지를 개척하면서 인간의 세기, 즉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를 열어젖힌다. 균을 옮겨 원주민의 상당수가 죽음에 이르렀고, 세계 각처의 식민지에서 농경, 개간, 운송이 본격화되면서 화석연료의 사용도 급증한다. 대기의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아지며 바다와 땅에 흔적을 남겼다.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은 장구한 지구의 역사에서 마지막에 “첨가”된 인간을 기준으로, 어떻게 지구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었는지 추적한다. 문명의 붕괴와 멸종 시나리오로 보는 세계사인 것이다. 2000년에 이 책을 읽었다면, 내가 지금과 같은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을까?
 
우리는 시간 여행자가 될 필요가 있다
좋은 책이 그러듯이 이 책 역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예고했다. 과학자들은 알고 있었고, 앞으로 벌어질 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인간이 남이 먼저 욕심을 내려놓기 전에는 절대로 먼저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마치 암울한 사건의 발생을 알고 있는 시간 여행자의 기분일까?
어쩌자고 글이 이렇게 어두워지나 모르겠다. 좀 더 가보자. 저자는 책의 끝부분에서 뜻밖에도 기본소득제를 적극 지지한다. 국가가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사례는 코로나 사태로 벌어진 인류사에 유례없는 대사건이다. 그보다 2년 전에 쓴 이 책에서 영국 과학자인 저자들이 기본소득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유가 첫 번째는 아니다. 거칠게 정리하면, ‘먹고 사는 것’을 어느 정도 해결해서 이제 지구 좀 그만 괴롭히자는 것이다. 정말 눈물 아이콘이 절로 나온다.

지구 기온이 이미 1도 올랐다
《6도의 멸종》은 타일러 라쉬가 여러 방송 프로그램과 본인 저서 《두 번째 지구는 없다》에서도 언급한 책이다. 무서운 지구 위기를 알리는 책에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6도의 멸종》은 구성이 흥미로운 건 사실이다. 1도 오르면, 2도 올랐을 때는 결국 6도가 오르면 지구 곳곳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묘사한다.
과학 저술가인 《6도의 멸종》 저자 마크 라이너스는 환경 위기에 절실함을 느끼던 터에, 이미 과학자들이 지구 기온이 올랐을 때 벌어질 일들에 대해 수많은 연구 논문을 쏟아놓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옥구슬을 유려한 목걸이로 엮었다. 영미권에는 대중과 소통하는 중간 역할을 맡는 이런 대중 저술가 층이 풍부하며, 존경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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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 감명 깊은 책으로 《6도의 멸종》을 추천하는 타일러 라쉬.
 

 

1도가 오르면서 우리가 보게 된 것, 미 캘리포니아 산불
우리는 온라인 뉴스 외에도 SNS를 통해서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올린 발개진 도시 하늘을 수시로 보았다. 지옥도가 떠오른다는 글과 반응도 많았다. 지구의 기온 상승으로 인해 건조해진 공기는 미 캘리포니아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6도의 멸종》에서는 1도 상승에 대해 뭐라고 했을까? 미국 서부 등 세계 곳곳의 극심한 가뭄, 국제 시장 식료품 가격 폭등 등을 예견했다.
또한 우리에게도 익숙한 킬리만자로 산의 빙하가 녹을 것을 우려했다. 최근 이 지역에 탐방한 기사에 따르면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은 이미 사라졌고, 커피농장이 메마르게 되어 이 지역 사람들은 기후 난민이 된 셈이다. 일자리를 찾아 많은 이들이 고향을 등졌다. 심지어는 수로를 놓고 윗마을과 아랫마을 사이에 칼부림이 일어났다.
현지 기상 전문가의 말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탄자니아의 기상청 라디슬라우스 창아 국장은 "탄자니아의 탄소 배출량은 0에 가깝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이 변화는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물었다.
       
기온이 2도만 올라도 지구는 폭주하기 시작한다
2도가 올라가면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너무 많이 녹아들어 바다가 산성화된다. 한마디로 바다가 탄산수가 되는 것이다. 그 결과 플랑크톤은 소멸의 길을 걷는다. 바다에 사는 식물인 조류처럼 플랑크톤은 표층에서 광합성을 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식물 자원이다. 바다의 푸른빛을 만들어내는 다량의 플랑크톤은 해양의 곡창지대를 이룬다.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면 가장 취약한 계층은 노인들이다. 2도가 올랐을 때, 우선 유럽의 노인들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게 될 것이 예상된다. 기온 상승이 북극의 빙하를 녹이고 바다의 염분이 줄어들면서, 바닷물의 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유럽에 따뜻한 바닷물이 가닿지 못해 추원진다는 뜻이다.
인간의 체온은 41도를 넘으면 체온조절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땀 분비가 멈추고 호흡이 약해지면서 가빠진다. 맥박이 빨라지면서 환자는 금세 혼수상태에 빠지고 만다. (…)이런 환자는 중환자실로 옮기지 않으면 불과 몇 분만에 목숨을 잃고 만다.
-《6도의 멸종》 중에서
 
3도, 4도, 5도 상승의 비극 그리고 6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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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적

3도 상승에는 아마존 우림지대의 사막화가 시작되며, 4도 상승에는 지구 전역의 빙하가 소멸되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5도 상승에는 거주 가능 지역으로 모두가 기후 난민의 신세가 될 것이다. 전 세계에 엄청난 규모의 쓰나미가 덮친다. 그리고 6도 상승? 그건 상상할 필요조차 없다. 산소를 유지하는 오존층 자체가 파괴되며 인류는 대멸종으로 가게 된다.     

읽는 것만으로도 숨이 벅차다. 《6도의 멸종》 저자가 단지 공포감이나 우울증을 유발하려고 이런 책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 서문에 저자의 집필 의도가 있다.
우울하다니? 나는 《6도의 멸종》을 우울한 이야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제시한 온난화의 결말이 끔찍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체로 사전에 피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적어도 아직은 말이다. 지금 시점에서 우울해 하는 것은 거실에 앉아 부엌이 불타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면서 불이 번질수록 점점 더 불행해하는 것과 같다. 그보다는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는 게 상책이지 않을까.
- 《6도의 멸종》 중에서
타일러 라쉬가 다녔던 시카고 대학에서는 《6도의 멸종》을 모든 입학생이 읽어야 할 필독서로 지정했다고 한다. 그 책을 추천하며 교수는 “끝까지 읽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타일러는 그 말에 완독을 각오했지만 그 역시 당시에는 마저 다 읽지 못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가 미칠 영향이 너무 생생했기 때문이다.
물에 잠긴 도시라는 추상적 단어 외에, 2층까지 물에 잠긴 부산, 지하철이 물 폭탄에 멈춘 서울을 우리는 상상할 용기가 있을까? 우리한테 바로 일어날 일이라는 상상의 스위치만 켜진다면, 누구에게나 환경 문제가 ‘내 일’로 다가오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행동하고 위기를 넘기고 지구에 대한 도덕성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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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연 세종서적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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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김영빈   ( 2020-10-05 )    수정   삭제 찬성 : 1 반대 : 0
끝없이 증식되는 인간. 8억명이 파먹는 지구가 과연 온전 할 수 있을까? 계란 껍질정도의 대기층의 관리도 못하면서??
  sanghyunkim12   ( 2020-10-03 )    수정   삭제 찬성 : 1 반대 : 0
다가오는 것은 기온이상 뿐만이 아닙니다. https://greatwavesofchange.org
  고포   ( 2020-10-03 )    수정   삭제 찬성 : 3 반대 : 4
캘리포니아 산불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 결정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요? 최근 방화범으로 혐의자가 구속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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