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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댕댕이, 덕질... 어른들이 왜 우리 말 따라해요? 탐험대원 '나로'의 언어탐험
입력 : 2020.09.29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온라인으로 처음 만난 학생들과 교수님은 아직 어색해 보인다. 분위기를 풀고 싶었던 교수님은 졸린 강아지 사진을 화면에 띄우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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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라는 표현을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사용하면 학생들은 '우리 용어'로 인식해 웃음을 터뜨린다. 사진은 해당 수업과 무관.Ⓒ셔터스톡

  

, 화면의 귀여운 댕댕이를 봅시다.”

이 말을 들은 학생들은 피식피식 웃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왜 웃었을까?

학생들이 잠에 취한 강아지 사진을 보고 웃었을 수도 있지만, 아마 대부분은 교수님이 사용하신 댕댕이라는 표현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신조어이자 유행어인 댕댕이라는 말이 수업시간에 교수님 입에서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른애들 말을 사용할 때 웃음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연령에 따라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이 달라진다. 젊은 사람일수록 신조어를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 사람들의 빈번한 신조어 사용은 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낸다. 어른들이 모르는 은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른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애들의 문화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어른이 애들 말을 몰라야 한다. 강의 시간에 교수님이 댕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애들 말이 어른에게 퍼져 애들의 은어가 노출된 경우이다. 이럴 때 애들의 반응은 약간의 당황과 이질감, 그리고 놀라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감정들이 웃음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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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미스터트롯> 포스터. 이 프로그램 이후 어르신 덕후가 많아지면서 아이돌 덕질에서 쓰이는 은어가 60대 이상에도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tv조선

 

  이런 맥락에서 요즘 어른들 사이에 널리 퍼지고 있는 덕질문화와 관련된 애들 언어의 전파 양상을 살펴보면 꽤 흥미롭다. ‘미스트롯미스터트롯의 인기로 트로트 가수를 덕질하는 어른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미스터트롯' top6인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의 인기는 기존의 아이돌 팬덤에 못지 않은 뜨거운 열기를 보인다.   

덕질이란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말한다. 지금까지 가수 덕질은 애들의 문화였다. 아이돌 가수 팬덤을 형성하여 스밍(스트리밍)’을 돌리고 라방(라이브방송)’을 보는 등 덕질이라는 새로운 문화는 그 문화 안에서 그들만의 신조어를 만들고 공유하며 문화적 연대감을 형성했다. 그런데 덕질을 하는 어른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애들 말이 어른의 입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덕질 용어 등 신조어 사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졌던 부모님들의 입에서 덕질 용어가 나오는 것을 보며 자녀들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애들의 입장에서 어른이 애들 말을 사용하는 것은 낯선 일이다. 애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에 어른들이 참여하며 그 문화 속에서 사용되는 애들 말을 어른이 따라하는 일은 그리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애들은 왜 어른이 우리가 쓰는 말을 따라 쓰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반가운 일일 수도 있다. 세대 간의 언어 공유는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서로 다른 말을 쓰고 있어 대화가 단절되고 그로 인해 갈등이 발생했다면, 같은 말을 쓰게 된 지금은 서로의 관심사를 존중하고 취미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문화 공유 덕분에 세대 간 소통의 물꼬가 비로소 트이기 시작했다.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여 보자. 알고 보면 나도 부모님도 사실은 세상에 관심이 많은 영원한 애들일지도 모른다.

 

나로(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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