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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이승섭의 교육이 없는 나라
이승섭 교수는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던 모범생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학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고, 카이스트 교수가 되어 우리나라의 과학영재들을 바라보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를 '교육이 없는 나라'라고 한다.
공장 같은 학교는 NO, 연구소 같은 학교라면 OK! 근면 성실 대신 재미와 상상력을
입력 : 2020.09.09

 1960, 70년대 우리나라가 배고픔과 가난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 대부분의 국민들은 농촌에서 어렵게 살았고 산업은 걸음마 단계여서 일자리는 항상 부족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아무런 준비나 계획없이 서울로 올라가곤 했는데, 당시 사회는 이를 ‘무작정 상경’이라 불렀다. 가정마다 아이들은 많아서 가난한 부모님들은 장남 혹은 공부 잘 하는 아이만을 학교에 보내고 다른 아이들은 집안 농사일을 돕게 하기도 했다. 그 시절 마을 근처에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는 의미로 모든 마을 사람들은 기뻐하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당시 사회에서는 ‘성실과 근면’이 중요하게 강조했다. 회사와 공장에서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그리고 주말에도 일하는 것이 당연했고, 학교에서는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라는 구호 아래 학생들에게 많은 지식을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과 노력들이 있었다. 또한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주는 우수상과 함께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나온 학생에게 주는 개근상도 높게 쳐주었다. 당시 어른들의 그 많은 노력과 수고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1인 당 국민소득이 당시의 수백 불 수준에서 3만 불을 상회하는 오늘날 우리 국민들에게 더 이상 배고픔과 가난 혹은 못 배운 한은 없다. 환영받던 공장은 오히려 이제는 기피 시설로 인식되어 우리 마을에는 들어올 수 없다는 님비 현상의 대상이 되었고, 공장에서의 단순 작업은 3D 업종이라 무시되어 이미 외국인 근로자의 몫이 된 지도 오래다.

 오늘날 기피 대상인 공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환영받는 시설은 첨단기술 연구소가 아닌가 싶다. 수많은 첨단기업들과 연구소들이 몰려 있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꿈과 도전의 공간으로 세계인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살고 싶어하는 장소이다. 아래 사진은 어른들을 위한 놀이공간과 같은 구글 연구소의 모습인데, 이런 연구소가 내가 사는 도시에 들어오고 이런 곳에서 일하는 모습은 상상 만으로도 뿌듯함이 있을 것 같다. 


'창의와 도전' 뒤에 숨은 '성실과 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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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연구소 풍경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서는 기존의 ‘성실과 근면’ 보다는 ‘재미, 상상력, 도전, 창의’라는 말이 더 자주 거론되고 중요 시 되는데,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과연 공장에서 연구소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버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학교가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준비시키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1915년 IBM이 회사 슬로건으로 들고 나온 ‘Think’는 100년이 지난 오늘날 학생들에게 생각할 시간과 기회를 주지 않는 우리 교육으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1997년 애플은 IBM의 Think에 단어 하나를 더해 애플의 정신 ‘Think Different’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세상은 이렇게 ‘Think’에서 ‘Think Different’로, 혹은 ‘Have Fun’(아마존), ‘Do the right thing’(구글) 등으로 저 멀리 앞서가고 있는 데, 우리의 교육은 아직도 수십년 전의 ‘성실과 근면 (Hard working)’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물론 혹자는 우리 사회도 교육 목표에 창의, 도전, 전인교육 등을 언급하고 있다며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교육 목표는 대학입시로 단순화되고 이를 위한 문제풀이식 교육과 그에 걸맞은 ‘성실과 근면’ 만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Think First’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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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Think와 애플의 Think Different
 한편, 수작업으로 만드는 제품이 제각기인 것과 달리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모두 다 똑같다는 장점이 있는데, 간혹 다른 제품들과 조금 다르게 생산된 제품은 ‘불량품’으로 분류되어 할인된 가격에 팔리거나 폐기 처분된다. 반면에 연구소에서는 다른 사람과 같은 내용을 연구하는 것은 '표절’이라 불리우며 금기 시 한다. 연구소에서는 다른 사람과 다른 생각만이 살아남고, 심지어 단순한 다름을 떠나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연구하면 그 가치는 더욱 높아져 지적재산권으로 보장받기도 한다. ‘Think First’의 세상이다.
 과거 우리 사회가 가난하고 배움이 부족했던 시절, 학교는 공장과 같이 균일화된 내용으로 균일한 인재들을 남들보다 빠르게 생산했고 그로 인해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하지만,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 아직도 변함이 없는 공장식 교육은 아파트 단지 안에 위치한 공장과 같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혹자는 그 동안 콩나물 교실도 사라졌고, 교실마다 에어컨과 공기청정기가 들어가고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을 위한 코딩 교육도 시작되었다며 교육 환경의 개선과 발전을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설비가 개선된 좋은 공장 같은 학교라 평하고 싶다. 어쩌면 오히려 지인들의 전화번호를 외워야 했던 과거 시절의 교육 내용에 이메일 주소까지 덧붙여 외우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학교가 더 이상 대학입시 준비 기관이 아니고 교육의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학입시라는 고지를 향해 맹목적으로 올라가게 하는, 혹은 공장처럼 똑 같은 물건을 만들어내는 곳이 아니고, 연구소처럼 마음껏 상상하고 도전하고 그리고 실패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남들과 다름을 배우고,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 다름을 창조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새로운 정보와 지식들이 쏟아지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 우리 사회의 학교는 무엇보다 배움의 즐거움을 가르치는 곳이어야 한다.
이승섭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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