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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번역투, 정말 잘못된 표현인가요? 탐험대원 '느루'의 언어탐험
입력 : 2020.09.02

안녕하세요. 느루라고 합니다. 저는 우리말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언어 탐험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쓰는 중입니다. 언어탐험대 대원들은 매달 고려대학교에 위치한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합평회를 가집니다."

위의 문단에서 어색한 부분을 찾아보자. 모두 자연스럽게 읽혔는가? 아니면 어딘가 한국어 같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가?

KakaoTalk_20200901_114656230.jpg

 

사실 위의 글은 번역투를 사용하여 만든 문장이다. 한 문장씩 살펴보자.

자기소개를 할 때 ○○○라고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본어의 ○○○します(~to moushimasu)를 직역한 것이다. 올바른 우리말 표현은 ○○○입니다.”이다.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또 다른 대표적인 번역투는 “~의 남발이다. 일본어는 명사와 명사를 연결할 때 우리말로 “~혹은 “~에 해당하는 (no)”를 사용한다. 예를 들면 회사의 초대의 대표인 ○○○와 같이 사용한다. 우리말로는 를 생략하고 회사 초대 대표로 표현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위의 문단에 나온 교수님의 연구실처럼 한 번만 쓰인 경우라면 크게 어색하지 않지만 한 문장 안에서 “~가 너무 많이 쓰이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관심을 가지다는 영어의 “have interest”를 직역한 것이다. 마지막 문장의 합평회를 가집니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각각 관심이 있다.” “합평회를 한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다.

“~에 대해는 영어 전치사 “about”에서 온 것이다. “~을 설명하다.”처럼 굳이 이에 해당하는 말을 쓰지 않고도 표현할 수 있다. “~로부터(from)”, “~을 통해(through)”, “~하기 위해(for)”, “~에 비해(than)”, “~에 의해서(by)” 등도 모두 영어 전치사의 번역투이다. ‘~로부터‘~에서’, ‘~을 통해‘~해서’, ‘~하기 위해‘~하려고’, ‘~에 비해‘~보다로 표현하는 것이 우리말에 적합하다. 또한 ‘~에 의해서는 수동 표현과 같이 쓰이므로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하는 중이다.”는 영어의 진행형인 “be ing” 표현을 직역한 것으로 우리말로는 “~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적절하다.

“~에 위치하다.”는 영어의 수동태 표현을 직역한 것이다. “~에 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우리말에 맞다. “~을 필요로 하다.” “~하게 되었다.”와 같은 표현도 같은 이유로 “~이 필요하다.” “~했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우리말은 무정물을 주어로 사용하는 것을 꺼려서 피동보다는 능동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부득이한 경우 피동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이중 피동은 사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그가 대표로 뽑히게 되었다.”그가 대표로 뽑혔다.”라고 해야 더 자연스럽다.

앞선 설명에 따라 첫 번째 문단을 올바르게 바꾸어 보자. 그리고 첫 문단과 비교해보자.

안녕하세요. 느루입니다. 저는 우리말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금도 언어 탐험 내용을 설명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언어탐험대 대원들은 매달 고려대학교에 있는 교수님 연구실에서 합평회를 합니다." 

KakaoTalk_20200901_114656230_01.jpg


번역투 표현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의사소통의 명료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독자가 첫 문단을 보고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다면 과연 그 표현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일부 번역투 표현은 사실상 한국어로 정착된 것처럼 보인다. 번역투를 무조건 틀린 것으로 보고 배척하기보다는 번역투 표현으로 표현이 어색해지지는 않는지 고민해보고 보다 명료하고 정확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느루(필명)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 17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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