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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아리송한 말, "여기 자리 있어요” 탐험대원 '나로'의 언어탐험
입력 : 2020.08.26
 사람이 가득한 카페 안. 딱 하나 남은 자리를 발견한 당신은 그 자리로 향한다. 의자에 놓여있는 가방이 자리 주인의 것인지 옆자리 사람의 것인지 애매해 보인다. 당신은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묻는다. “여기 자리 있어요?” 옆 사람은 “아, 여기 자리 있어요.”라고 답한다. 앉아도 된다는 뜻일까, 앉으면 안된다는 뜻일까?     
 누구나 한 번쯤 이와 같은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생활 속에서 자주 쓰이는 “여기 자리 있어요”라는 표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여기 자리 있어요...앉을까, 말까

 이 표현은 맥락에 따라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자리의 주인이 있다는 의미와 앉아도 되는 빈 자리가 있다는 의미로 말이다. 반대되는 표현인 여기 자리 없어요도 자리의 주인이 없다는 것과 빈 자리가 없다는 것,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대체로 상황에 따라 의미가 자연스럽게 파악되지만 모호한 의미로 인해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상반된 의미로 해석되는 이유는, ‘있다자리에 대한 해석이 두 가지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있다존재하는 상태라는 의미로 쓰였는지, ‘사람이나 사물 등이 공간을 차지하는 상태라는 의미로 쓰였는지에 따라 의미가 나뉜다. ‘있다가 첫 번째 의미로 사용된다면 빈 자리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있다가 두 번째 의미로 사용된다면 자리가 차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평소에 인식하지는 못한 있다의 다양한 의미가 여기 자리 있어요를 바라보는 시선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자리도 마찬가지다. ‘자리빈자리라고 생각하는지, ‘주인이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말의 의미가 달라진다.

여기 자리 있어요의미 파악의 관건은 상대방이 말한 자리있다의 의미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상대방의 머릿속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혼란이 발생한다. 여기 자리 있어요는 상대가 자신의 의도를 알아주길 바라는 자기 중심적인 표현이자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표현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여기 자리 있어요라고 말하는 걸까? 그건 아마도 부정적인 발화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은 아닐까? 중의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이 자리의 주인이 있으니 앉지 마세요라는 말을 돌려서 전하려는 배려의 표현일 수 있다. 부정적인 대답을 듣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우니 말이다. 배려의 표현일지라도 모호함은 분명 문제이다. 모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다른 표현을 찾아보는게 어떨까?

나로(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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