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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야구 선수를 꿈꾼 천재의 역작 거쉬인 ‘랩소디 인 블루’
입력 : 2020.08.20

야구를 하진 못해도 보는 것은 즐기는 편이라 프로야구 시즌에는 종종 경기장을 찾았습니다저처럼 3월 개막식을 두 손 모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지금이야 상황이 힘들지만치킨 한 마리 들고 가서 각자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며 웃고 즐기던 시간들이 그립네요.

 하나 던져서 홈에 들어오는 이게 뭐라고 그렇게 가슴을 졸이며 한 회 한 회를 지켜보는지, 야구를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별 일 아니지만 이건 보통 애간장 녹는 일이 아닙니다. 역전을 앞두고 있는 9회 말 투 아웃의 그 쫄깃쫄깃해지는 심정을 어찌 설명하겠습니까? 야구가 지면 기분도 씁쓸하고, 야구가 이기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갑자기 웬 야구 이야기냐고요? 오늘 소개할 작곡가가 대단한 야구광이었거든요.

야구 선수를 꿈꿨던 천재가 있습니다. 보통의 음악가들이 일찌감치 자신의 음악적 능력을 살려 음악가의 길로 입문하는 것과는 달리 조금 큰 후에 본격적인 음악교육을 받은 천재. 미국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죠지 거쉬인 (george gershwin 1898-1937, 미국)입니다.

1898년에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세기말에 태어난 사람답게 인생의 행보가 범상치 않습니다. 거쉬인은 대중적인 음악부터 클래식까지 모든 장르를 두루 섭렵했어요. 게다가 재즈 기교에 의한 수준 높은 관현악곡과 오페라까지 만들어서 현대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측면을 개척했습니다.

유태인인 죠지 거쉬인의 아버지는 모리스 거쉬인인데, 본명이 모리츠 게르쇼비츠인 그는 스물두 살에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부자가 되기 위해 아들의 교육에 힘썼지만 거쉬인은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고, 운동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특히 야구를 열광적으로 좋아했어요. 선수를 꿈꿀 정도였으니까요.

어떤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은 대부분 반항 기운들이 많습니다. 남들 하는 대로 안 하고 독보적인 자기만의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이니 거쉬인이 딱 그런 사람입니다. 거쉬인은 정규적인 교육 대신 개인교사에게 작곡을 배우고, 16세 때 고등학교를 중퇴하고는 19세 때부터는 극장 전속 피아니스트로 근무했습니다. 경험과 실전에서 인생의 답을 찾은 사람입니다.

그렇게 일하면서 24세 때에는 클래식에 재즈의 기법을 가미한 피아노 협주곡 <랩소디 인 블루>를  작곡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밖에도 고전음악과 팝 음악을 조화시켜  <피아노 협주곡 F장조> 그리고 오페라 <포기와 베스>등의 클래식과 다수의 영화음악을 작곡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93739세의 젊은 나이에 뇌종양이 발병해 세상을 떠납니다.

재즈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랩소디 인 블루>입니다. 야구를 좋아했던 천재의 작품은 어떻게 탄생을 했을까요? 랩소디란 광시곡이란 뜻이지만, 원래 고대 그리스에서 여러 마을을 떠돌아다니며 노래를 통해 사람들에게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유랑 가수를 일컫는 말이었습니다거쉬인도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랩소디가 되어 음악을 전달하길 하기 바랐습니다. 

협주곡 형식의 재즈 작품인 이 곡은 클래식 피아니스트들의 협주곡 레퍼토리에서도 사랑받는 곡입니다1924212일 뉴욕의 에올리언 홀, ‘현대음악의 실험(An Experiment in Modern Music)'이라는 제목이 붙은 음악회에서 <랩소디 인 블루>가 초연됐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라이벌인 빈센트 로페스가 재즈와 클래식을 융합해 작품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작품을 썼던 거쉬인은 뉴욕에서 보스턴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랩소디 인 블루>의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1931년 거쉬윈은 그의 첫 전기 작가인 아이작 골드버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건 기차 안이었다네. 열차 바퀴가 선로 이음새와 마찰하는 덜컹거리는 소리는 종종 작곡가들에겐 좋은 자극이 되지. 종종 큰 소음이 나는 가운데서 음악을 듣곤 하네. 거기서 갑자기 <랩소디 인 블루>의 구조가 처음부터 끝까지 번쩍 하고 떠올랐지. 마치 악보에 적혀있는 것 같았다네. 다른 주제는 어떤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 주제 선율은 이미 마음에 있었고 전체로서의 작품을 파악하려고 했다네. 그건 마치 미국을 묘사하는 음악적 만화경이나 다름없었지. 거대한 용광로와 같은,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미국적인 기운이랄까. 블루스라든지 도시의 광기 같은 것 말일세. 보스턴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겐 어떻게 써야 할 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서 있었던 거야.”

기차 소리를 들으면서 이런 음악의 영감을 떠올린다는 게 대단합니다. 

원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이었던 이 작품에 붙였던 제목은 <아메리칸 랩소디>였는데, 형 아이라가 조지에게 제안한 <랩소디 인 블루>라는 제목으로 바꿉니다.  첫 부분이 목관악기 클라리넷의 장난스럽고 익살스러운 연주로 시작되면서 피아노가 자유자재로 기교를 내뿜고 관악기가 합쳐지면서 신나는 음악의 진행은 계속됩니다.

악장의 구분 없이 하나의 음악으로 쭉 이어지는 곡은 한시도 정신을 딴 데 팔 수 없게 만듭니다. 저도 실제로 무대에서 이 곡을 여러 번 연주했는데,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날의 감정이 진하게 느껴지네요 음악은 정말 시간이 지나도 몸과 마음이 기억합니다.

아참! 월트 디즈니가 만든 클래식 만화 '판타지아 2000’에서도 이 음악이 흐릅니다. 만화도 함께 감상해보세요.  80년대 인기 가수 변진섭 씨가 노래한 희망사항’ 마지막 부분에도 삽입되어 있으니 잘 들어 보시고요

거쉬인이 전하는 랩소디 들으시면서 오늘도 모든 기운을 다 끌어 모아 신나고 활기찬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거쉬인 랩소디 인 블루’/ 지휘, 피아노- 레너드 번스타인  

 

월트 디즈니 만화 판타지아 2000 랩소디 인 블루

 

변진섭- 희망사항 마지막 부분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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