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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이승섭의 교육이 없는 나라
이승섭 교수는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던 모범생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학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고, 카이스트 교수가 되어 우리나라의 과학영재들을 바라보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를 '교육이 없는 나라'라고 한다.
"첨단을 쫓지 마세요" 스마트폰, 신발, 달걀 중 무엇이 첨단일까?
입력 : 2020.08.10

 고등학생이나 학부모 대상의 강연에서 자주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어느 분야 혹은 어떤 학과가 전망이 좋은가?’하는 것이다. 이 질문은 주식 전문가에게 ‘어느 회사 주식을 사야 나중에 값이 많이 오르는가?’라는 질문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

 필자는 주식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전설적인 주식투자가 워런 버핏과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들은 알고 있다. 그는 장기 투자에 집중하는데 주식의 평균 보유기간이 20년을 넘는다고 하고,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해 아직도 스마트폰이 없다고 한다. 또 하나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그러면 당신은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고 한다.

 교육을 흔히 백년지계라고 하는데, 인생사에서 교육보다 더 긴 안목으로 준비하고 지켜보아야 할 투자는 없을 것 같다. 특히, 국가 교육 정책은 한 세대 혹은 최소 십 년 뒤를 바라보고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시류에 쉽게 휩쓸리는 교육 정책, 일관성 없이 수시로 바뀌는 입시제도, 그로 인해 함께 출렁이는 우리의 교육 현장은 일희일비하는 단타성 주식 시장 같아 우리 사회를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것도 교육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대학에서 배운 전공 지식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30대 중반 혹은 40대 초반, 즉, 대학 입학 후 최소 15~20년 후의 미래라는 것을 감안할 때, 대학 입학 시절 20년 후의 미래를 예상하고 전망 좋은 분야를 결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다는 것도 새삼 느낄 수 있다.

 공과대학의 경우, 1960년대 화공과를 시작으로 많은 학과들의 선호도가 들쑥날쑥 하였는데, 대학입시 전략만을 생각하면 역설적으로 입학 때 가장 인기가 없어 커트라인이 낮은 학과를 지원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은, 어쩌면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 같다.   

 

1980년대 부산은 세계 최대 신발 생산지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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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필자가 강연에서 자주 물어보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스마트폰, 신발, 달걀 가운데 어떤 것이 첨단이고, 전망이 좋은가?’이다. 대부분 쉽게 답이 나오는데, 스마트폰은 첨단이고 신발과 달걀은 첨단이 아니며, 그로 인해 스마트폰과 관련된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것이다.

 오늘날 스마트폰이 없이 살아가는 일상은 하루도 상상하기 힘들다. 통화는 물론, 인터넷, 음악 감상, 사진 찍기, 금융거래 등등. 우리는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산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었던 15년 전, 세상 사람들은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았었다. 과연 15년 후에도 스마트폰이 세상이 존재하고 있을까? 과거 세계 핸드폰 시장을 석권했던 ‘노키아’가 하루 아침에 없어진 것과 같이 ‘애플’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스마트폰을 대신해 15년 후에 존재할 그 무엇을 중국이 선점하거나 우리 기업들이 더 이상 세계 최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때로 필자를 아찔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이 오늘날 첨단이니까, 15~20년 후에도 역시 첨단이고 전망이 좋을 것이란 이야기를 필자는 쉽게 할 수 없다.

 1980년대 부산시는 세계 최대의 신발 생산지로 1990년 수출액은 $43억까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부산은 더 이상 신발 산업에 관심이 없다. 사양 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키는 여전히 신발로 전 세계에서 큰 부를 창출하고 있고, 바다에서 서핑을 하던 3명의 미국 청년들이 물이 잘 빠지는 신발을 생각하다 발명했다는 크록스는 2003년 10억원에서 2006년 4000억원으로 400배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순식간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오늘날까지 진화를 거듭하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0여년 전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힐리스의 바퀴 달린 신발은 1998년 롤러스케이트 매니아인 미국의 발명가 로저 애덤스가 특허를 낸 것이다. ‘20년 후 사람들은 어떤 신발을 신고 다닐까?’ ‘나르는 슈퍼보드’를 상상하면서 신발이야 말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앞으로 많은 진화를 거듭할 첨단 아이템이 아닐까 싶다.

 달걀을 사러 마트에 가보면 유정란, 유기농란, 방사란, 목초란, 청란, 무항생제란, 오메가3란 등등 다양한 달걀들이 있고, 가격차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키우는 방법, 사료의 종류, 영양가와 맛, 그리고 환경 호르몬 유무의 차이에 있는 것 같다. 20년 후 달걀은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마트에 놓여 있을까? 비타민 달걀, 칼슘 달걀, 파란색 달걀, 환자 맞춤형 달걀 등등.

 오늘날 생명공학의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필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고 상상을 한다 하여도 그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 같다. 앞으로 20년 후 세계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는 새로운 달걀에 대한 특허권이 오늘날 우리 고3 수험생들의 것이었으면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져본다.  

 

첨단을 쫓아 연구하다가 알게 된 것 

 필자는 지난 30년 간 마이크로, 나노,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소위 그 시대의 첨단 분야만 쫓아가며 연구를 해왔다. 하지만 필자가 느낀 점은 어느 분야에 가건 그 곳에는 이미 오랜 기간 그 분야를 연구해왔던 연구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단지 선진 연구자들이 개척한 분야 혹은 사회적 관심으로 학문적 거품이 생긴 분야에 들어가 바삐 쫓아가는 것이 전부였고, 그 결과 아무리 노력해도 1등이 될 수는 없었다.

 알파고가 각광을 받게 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커지고, 구글이 주도하는 자율주행자동차는 미래 자동차의 대세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자동차가 이미 20~30여년 전에도 사회적 관심과 학문적 거품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다만, 그 이후에도 오랜 기간 꾸준히 자신의 분야에 집중한 연구자들이 세월이 지나 다시 각광을 받고 오늘날 새로운 산업의 주인공이 된 것뿐이다.

워런 버핏의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그러면 당신은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는 말을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말로 해석해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다. 세상에 어느 것 하나 첨단 아닌 것은 없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 평생동안 하면서 기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내 안에서 최고로 만들 때, 세계는 그것을 첨단이라고 부르게 된다.

 우리 교육이 더 이상 학생들을 시류에 휩쓸리지 않게 하고, 쓸데없는 잣대로 서열을 매기고 줄 세우지 않고, 각자의 타고난 능력을 찾아 기쁘고 즐겁게 최고가 되도록 길을 열어주는 교육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승섭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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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txo8   ( 2020-08-12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카이스트 교수라는 사람이 구글이 자율주행 자동차가 구글이 주도한다란 글을 쓰다니... 기가 막히네요.
  Sunbig   ( 2020-08-11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100% 공감되는 글입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생각을 가지는 젊은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들의 생각이 바뀌기를 희망해봅니다.
 특히 교육열이 높다고 하는 지역의 어머님들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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