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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정부장의 독서일기
누군가의 인생 책을 알게 되면 조용히 찾아 읽고 상대의 마음을 상상하는 버릇이 있다. 금융 분야에서 일을 시작해 조금은 특이한 이력의 편집자다. 책 읽는 게 일이자 즐거움인데 책 못지않게 사람도 좋아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읽어두면 좋을 책을 소개한다.
'맡기는 리더십' 성공 비결 3가지 팔로워 없는 ‘리더-리더 모델’이 가능할까?
입력 : 2020.07.21

“예. 알겠습니다”라는 순한 말이 뭐가 문제일까? 새로운 핵잠수함에 발령을 앞두고 휴가를 보내던 마르케 함장은, 엉뚱한 배에 승선을 명령 받았다. 만년 꼴찌에다가 구식이라 시스템도 익숙지 않은 산타페함이었다. 마르케 함장은 억울한 마음을 억누르고 새 부임지에 도착해 백 명의 부하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무슨 말이고 떨어지자마자, 자동으로 “네”, “말씀만 하십시오”라는 대답이 들려왔지만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S팀장은 요즘 정말 고민이 산더미 같다. 그간 감정 콘트롤을 꽤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회사만 가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에 열이 오른다. 업무도 손에 익고 좀 살 만하다 싶었을 때, 꼴찌 팀의 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단 열 명의 팀원이지만, 무표정한 얼굴들을 바라보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회의 때는 다들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겠습니다”, “말씀이 맞네요”하고 긍정하지만.

 

지식노동 시대에 왜 위만 바라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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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기는 리더십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hutterstock

턴어라운드에는 어디에서 많이 본 것 같은 상명하복의 조직이 등장한다. 산타페함은 오랜 시간 꼴찌를 도맡아 해군 내에서 조롱과 비난을 받아왔다. 뭘 해도 안 된다는 패배주의가 팽배할 수밖에 없고, 조직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근속년수도 짧았다. 단 6개월 만에 정상적인 준비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 마르케 함장은 그래도 낙담을 거두었다. 이 책은 신임 리더인 당사자의 고민과 리더십 실험을 솔직하게 담아낸 실화다. 

 

오로지 절차를 준수하는 데만 신경 쓰다 보면 좌절감을 주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아주 똑똑한 사람들을 뽑아다가 폭넓은 훈련을 받게 한 다음에, 그들에게 고작 절차만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 턴어라운드》, 8장. 통제권의 핵심코드를 찾아내서 수정하라.

마르케는 대대로 권위적인 군 조직을 거쳐 왔지만, 그중에서도 부하에게 폭넓은 권한을 주는 상급자를 만났던 좋은 경험을 되살리고 싶었다. 사실 ‘가장 잘해서’ 리더로 뽑힌 사람의 지시와 감시 하에 돌아가는 조직은 효율적이긴 하다. 그러나 마르케 함장은 그렇게 하고 싶지도, 온종일 혼자서 동분서주 할 체력도 장담할 수 없었다.

 

# 고통스럽지만 필연적이라고 믿은 리더십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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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권위적인 핵잠수함의 리더십 실험. ⓒshutterstock

전투태세 완비까지 D-day 60일. 산타페함에서는 전무후무한 리더십 실험이 시작되었다. 우선 “예, 알겠습니다” 대신에 “이렇게 하겠습니다”가 출발점이었다.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 가장 먼저 정보를 만나는 팀원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과정을 통해,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어떤 조치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팀 내에 “제 의도는 이렇습니다”, “제 계획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하겠습니다” 같은 적극적이고 활기 도는 말들이 늘어나게 된다.

독자 분들이 마르케 함장처럼 새로운 조직을 맡게 된다면, 그가 맨 처음 던진 10가지 질문을 활용해보기 바란다. 다소 느슨한 형태의 질문으로, 낙담한 팀원의 비교적 솔직한 반응을 들을 수 있다.

 

# 권한위임을 잘하는 리더한테도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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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조직들은 리더가 지시, 명령하고 팔로워가 따르는 ‘리더-팔로워 모델’이다. 권한위임을 한다고 해도 어떤 영역을 떼어줄지 결정하는 사람은 리더라는 한계가 있다. 마르케 함장은 새로 적용해본 자신들의 방식, 즉 조직원들 각자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리더-리더 방식’이 전통적인 리더십 모델과 반대였고 그래서 성공했다는 사실을 어느 날 깨달았다. 그 성공 요소는 3가지로 정리된다.

 

스티븐 코비 박사(『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저자)가 방문한 후, 나는 우리가 실천한 행동원리와 그 성과에 관해 오랫동안 열심히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여러 가지 면에서 전통적인 리더십 모델과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깜짝 놀랐다. 아울러 우리는 여기에 드러난 전체적인 개념을 공식화하여 통제권, 역량, 명료성이라는 세 단어로 압축했다. - 턴어라운드》,27장. 회고의 시간

 

‘리더-리더 방식’을 위한 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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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권을 단단하게 받쳐 주는 역량과 명료성.

첫째, 통제권(Control)을 이양한다. 권한위임의 핵심으로, 통제권이란 일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최종 목표에 관한 의사결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실무자가 가장 많은 정보를 만나는데, 그 정보를 직급 체계를 타고 올라가 의사결정 후 다시 내려오는 사슬을 깨뜨린다. 이를테면 ‘정보를 권한에 맞추지 말고 권한을 정보에 맞추려는 것’이다.

둘째는 조직원의 역량(Competence)이다. 통제권 이양은 오직 조직의 목적을 제대로 아는 유능한 인력이 있을 때만 유효하므로, 역량은 통제권을 지탱하는 두 기둥 중 하나가 된다. 역량이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전문적 능력이다. 누군들 맡기는 리더가 되지 않고 싶겠느냐고 직원들이 안 따라온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통제권을 받쳐주는 역량과 명료성이라는 두 기둥이 탄탄하도록 조치를 했으면 한다.

셋째, 명료성(Clarity). 의사결정 권한이 지휘계통의 아래쪽으로 점점 더 많이 이양될수록 조직에 속한 모든 사람이 조직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해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갈 수 있다. 목적의 명료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의사결정의 기준이 흔들려서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없다.

 

# 아래에서 스스로 목표를 정하는 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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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R은 구글 등 실리콘밸리 대다수 기업이 실행하는 목표 달성 방식이다.

마르케 함장은 구글을 포함한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업에도 그의 목표 기반 리더십(Intent-based Leadership)을 코칭 해왔다. 지시가 아니라 의도와 목표를 공유하고 조직원이 자발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한 것인데, 몇 년간 상당수의 경영서를 독파했다고 하지만 군의 장교가 가장 반권위적인 임파워먼트 원칙의 멘토가 되었다는 점이 재밌다. 당장 꼴찌 조직을 6개월 내에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힘든 과제와 절박성, 승조원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된 결과였다.

구글은 1999년부터 팀원 각자가 목표를 설정하는 OKR을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OKR은 3개월마다 도달하기 어려울 정도로 원대한 목표(O, Objective)를 정한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으로 ‘가설’을 설정해본 것이 핵심결과(KR, Key Results)이다. 맡기는 리더 마르케 함장과 자발적인 구글 직원들이 어떤 대화를 나눴을지 궁금하다.

사실 목표를 스스로 정하는 자율적인 조직은 실리콘밸리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다. OKR(원제: Matter What Matters)》의 저자이자, OKR 전도사라 불리는 존 도어는 본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다양한 조직의 OKR 실제 사례를 정리해놓았다.(whatmatters.com) 이곳은 ‘OKR 성지’라 부를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기업, 비영리조직 그리고 개인들의 사례가 풍부하니 참고해보시길 바란다.

OKR은 첨단 기술의 스타트업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OKR은 굉장히 간단해서 강력한 것이다. 존 도어가 했던 가장 유명한 말은 “아이디어는 쉽다. 중요한 것은 실행(Ideas are easy. Execution is Everything.)”이다. 가장 오래된 물건 중 하나인 책을 만드는 우리 조직도 2분기째 OKR을 실행 중이니 제 이야기를 믿으셨으면 한다. OKR의 전신인 iMBO를 구상하고 실행한, 인텔의 경영자 앤디 그로브 역시 4~5분기는 실패해야 자리를 잡는다고 말했으니, 우리는 전진 중이다.

# 리더가 떠나면서 정말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그 유능한 사람이 떠나니 회사가 흔들리네.”
이 한마디가 리더에게는 진정한 유혹이 아닐까 한다. 리더가 떠나도 항구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 시스템을 바꿔놓은 리더는, 리더를 키우는 리더다. 마르케 함장이 3년간 맡기는 리더십으로 혁신을 하고 조직을 떠난 뒤에도 산타페함은 해군 역사상 가장 뛰어난 핵잠수함이라는 타이틀을 이어가고 있다.

OKR 실행 사례 중에는 리더가 없는 팀도 나온다. IT 기업의 일부 팀 중에는 프로젝트 별로 리더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한국 얘기다. 미래의 리더는 취향 동아리 회장, 나아가 온라인 커뮤니티의 리더처럼 토론과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오늘날 리더가 원하는 길인지는 별개이지만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역량과 민주주의 의식이 성장하는 만큼, 결과를 내야 하는 기업들과 적어도 개혁적인 팀들은 리더십 실험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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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연 세종서적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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