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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자신의 운명이 궁금하다면 한번 들어보세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다단조 op.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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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17

 할 일은 많은데 하기 싫어서 침대에서 계속 뒹굴었습니다. ‘일 해야 하는데, 일 해야 하는데하는 이성의 소리가 들릴수록 일하기 싫다 일하기 싫다하는 마음의 소리도 동시에 들리더군요. 그래서 그나마 덜 죄책감 들게 책을 집었습니다.

 왠지 이 게으름에 합당한 장치 하나를 설정해야 할 것 같아서 이런 저에게 당위성을 줄 책 그리스인 조르바를 펼쳤어요. 조르바가 저에게 놀아도 된다! 놀아야 한다! 그렇게 인생을 살아야 한다! 인생은 열심히 산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즐겨라! 놀아라!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해라!,라고 얘기를 해줄 것 같아 고른 책인데, 오늘따라 게으름과 노는 것이 방점이 아니라 운명이란 뭘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살다 보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게 있습니다. 마음도 그렇고 자기가 선택하는 일도 그렇고 하물며 만나는 사람들부터 거의 모든 게 이미 정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도 주인공이 작가인데 아테네에 와서 사업을 하게 되고, 그러는 와중에 자신과는 정반대인 그리스인 조르바를 만나서 인생의 의미도 느끼고 이러잖아요. 모든 게 운명 아닐까요?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운명이고, 만나는 사람 모두가 운명 같아요.

 여러분 운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과연 운명이란 뭘까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운명과 관계된 아주 유명한 곡을 듣고 있습니다. 자 이쯤 되면 제가 무슨 곡을 설명하려고 하는지 눈치채셨죠? 힌트를 하나 더 드리자면 빠빠바 빰~~!’ 맞습니다. 바로 음악의 성인이라고 일컫는 베토벤 선생의 운명 교향곡입니다.

 요즘 따라 베토벤이 정말 좋아요. 나이가 들수록 가슴에 더 와 닿는 작곡자가 베토벤입니다. 버럭하고 소리도 잘 지르고, 때론 순한 양처럼 아이 같기도 하고, 거칠게 포효하기도 하다가 미련한 곰 같기도 하고, 어른이기도 하고 아이이기도 하고, 남자 같기도 하다가 섬세한 여자 같기도 하고. 베토벤의 음악 안에는 다중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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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을 소재로 한 영화 <불멸의 연인> 중 한 장면.

 집중적으로 작품 이야기를 해 볼게요. 이 곡은 너무 유명하다 보니 앞부분의 멜로디 네 음만 기억하고 제목만 알고 있는 분들도 많죠. 원래 등잔 밑이 어둡고,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걸 제일 모를 때가 있잖아요. 이 곡의 제목인 운명은 베토벤이 직접 붙인 건 아니고요, 그의 제자이자 친구인 안톤 쉰들러가 1악장 서두의 주제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들긴다"라고 했다고 한 것에서 유래됐습니다.

  '운명'이라는 별칭은 다른 나라에서는 쓰이지 않고,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주로 쓰여요. 베토벤이 직접 붙인 건 아니고 쉰들러가 마케팅 차원에서 그런 별칭을 붙인 거라지만 여하튼 그 덕에 이 곡의 이미지가 굉장히 강해졌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자신의 운명을 궁금해하는데, 막상 잘 모르는 것도 같습니다. 베토벤은 자신의 운명을 알았을까요? 베토벤 역시도 자신의 운명이 어떤지 잘 모르다가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죠. 그가 음악의 성인이라는 호칭을 얻게 된 것은 청력 상실이라는 절체절명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했기 때문인데요, 이 교향곡 5번이 작곡된 때가 1802년 그의 나이 32살입니다.

 이때 베토벤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처절하게 자신의 운명과 싸우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최고의 음악가가 청력을 상실했다는 건 어마어마한 좌절이고 시련이었죠. 그래서 빈 외곽에 있는 하일리겐슈타트라는 곳에 가서 자살을 결심하고 유서를 썼는데, 마지막에는 그런 잔혹한 운명도 받아들여요. 이 곡은 유서 사건 이후에 빈의 파스콸라티 하우스에서 작곡되었습니다.

 우리가 베토벤을 음악의 성인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극복했던 사람에 대한 존경 같은 거죠. 저는 뭐든 좋은 방법으로 승화한 사람들을 존경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베토벤은 최고라고 할 수 있죠.

 1악장은 실제로 연주시간이 10분 정도 되는데 거의 쉬지 않고 연주가 됩니다. 10분 동안 계속 자신에게 닥친 시련과 고뇌에 대한 원망을 막 내뿜는 거죠. 우리도 뭔가 불행한 일이 닥치면 신을 원망하면서 화내게 되잖아요. 그런 마음이죠.

 잘 아시다시피 베토벤은 어릴 때부터 아빠의 술주정과 엄마의 나약함 그리고 가난하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버텼습니다. 그런데 신이 그마저도 뺏어가려고 하는 거잖아요. 베토벤 입장에선 상당히 억울하죠! 그러니 저렇게 첫 음부터 입에서 불을 내뱉듯이 빠빠빠 빰! 하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가끔 이 부분이 도대체 왜!! 왜 또 나야!” 이렇게 들립니다. 조모조목 따져보면 베토벤이 하고 싶은 말들이 음표에서 글로 변환해서 보일 때가 있어요. 가사 없이 음악으로 쓴 글처럼 말이에요. 이 교향곡은 총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곡은 1악장뿐만 아니라 모든 악장이 다 유명합니다.

 베토벤은 교향곡을 모두 9개 작곡했는데, 교향곡을 포함한 그의 모든 작품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이 바로 이 교향곡 5번일 겁니다. 아이들도 막 장난하면서 노래할 만큼 멜로디가 강렬하니까요. 클래식하면 바로 떠오르는 곡 중 하나죠. 전체가 4악장인데 유명한 벨로디의 1악장 그리고 2악장에서는 다시 찾은 평온함을 3악장에서는 쉼 없는 열정을 4악장에서는 도달한 자의 환희가 느껴지는 곡입니다. 총 연주시간은 35분 정도 걸립니다.

 곡을 들으면 아시겠지만 1악장은 모든 악기가 한꺼번에 같이 빠빠빠 빰 연주하는 것에 반해 2악장은 비올라와 따뜻한 악기 첼로가 살살 달래주듯 연주합니다. 이제 그만 화내고 진정하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아요. 그냥 받아들이자고, 기왕 이렇게 된 것 어쩌겠어.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해야지... 너무 괴로워하지 마... 뭐 이렇게 말입니다. 제가 혼자 베토벤으로 빙의해서 내레이션을 붙여보면 이렇다는 거예요.

 2020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입니다. 베토벤이 1770년에 태어나서 1827년에 죽었거든요. 얼마나 많은 베토벤의 곡이 연주될지 기대됩니다.

 베토벤의 운명을 들으며 각자의 운명을 생각해 보는 시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베토벤 교향곡 5운명다단조 op.67 전악장 / 지휘 레너드 번스타인

 

베토벤 교향곡 5운명다단조 op.67 1악장 / 지휘 구스타보 두다멜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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