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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영화에 웃음과 눈물을 입힌 위대한 작곡가 굿바이 모리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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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07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저는 웬만한 영화는 모두 챙겨보는 편입니다. 특히나 음악이 좋으면 그 영화는 더 오래 기억되죠.

 이탈리아 영화음악 작곡가 모리꼬네의 음악을 처음 접한 건 영화 <시네마 천국>이었습니다. 동그란 눈이 인상적인 꼬마 토토와 따뜻한 눈빛이 큰 위로가 됐던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우정과 사랑을 담은 영화였죠. 영화 포스터에서 마주한 두 사람의 모습은 내용을 알지 못해도 왠지 좋은 영화일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영화 <시네마 천국>은 이탈리아 명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가 1988년에 만든 영화로, 영화를 봤던 분이라면 모두들 느꼈듯이 엔니오 모리꼬네가 만든 음악이 대단한 역할을 했습니다. 말로 다하지 못한 내용을 음악이 연기했죠. 음악으로 두 주인공의 웃음과 눈물이 전달됐어요.

  

두 주인공의 사랑과 우정이 담긴 영화 <시네마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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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살던 어린 토토는 동네 극장 시네마 천국에 드나들면서 신부님과 함께 영화검열 작업을 돕습니다. 극장의 영사기사 알프레도는 처음엔 꼬마 토토를 귀찮아하지만 점점 토토에게 정을 붙이면서 영사기 조작법도 가르쳐 주고 아버지 역할을 대신해줘요.

 극장에 난 화재로 시력을 잃은 알프레도를 대신해 새 영사기사로 취직한 토토는 어느새 커서 청년이 되고, 자신의 열악한 조건 때문에 사랑에 실패하고맙니다. 알프레도는 그런 토토에게 더 이상 시칠리아에 있지 말고 큰 세상으로 나가 멋있게 살라고 하죠.

로마로 간 그는 이제 꼬마 토토가 아니라 유명한 영화감독 살바토레가 되어 고향 시칠리아를 다시 찾습니다. 알프레도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랜만에 다시 고향을 찾았지만, 시간을 따라 모든 것이 변해버린 고향에서 옛 기억을 더듬으니 마음이 허전합니다.

 알프레도가 유품으로 남긴 필름을 돌려보며 그에 대한 회상을 하고 눈물짓는 살바토레. 그 필름 안에는 어린 토토가 그토록 궁금해했던 장면들이 가득했습니다. 검열 때문에 잘려나간 키스 장면들을 보며, 그는 알프레도와의 우정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소환해냅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토토가 혼자 필름을 보며 우는 장면에 흐르는 <러브 테마>는 시네마 천국의 중요 음악이죠.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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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오 모리코네. Ⓒ트위터 캡처

이 음악을 작곡한 엔니오 모리꼬네는 1928년 로마에서 태어났는데, 9살 때에 이미 로마의 유명한 음악 대학인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 들어가 트럼펫과 작곡, 합창과 지휘를 배웠습니다. 1956년에 그는 마리아와 결혼하여 삼 형제와 딸을 낳았는데, 둘째 아들 안드레아 모리꼬네도 아버지를 따라 영화 음악 작곡가예요.

1961년부터 영화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해서 시네마 천국, 피아니스트의 전설, 언터처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시티 오브 조이, 벅시, 러브 어페어, 피아니스트의 전설, 헤이트풀 8 등의 대표작을 만들었습니다.

21세기 영화음악의 대표주자 존 윌리암스나 디즈니의 음악 감독인 한스 짐머가 극찬했고 클래식 연주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과 첼리스트 요요 마와 함께한 음반도 많습니다.

시네마 천국과 더불어 영화 <미션>에서 나온 가브리엘의 오보에도 유명한 곡이죠.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는 롤랑 조페 감독의 1986년 영화 미션(The Mission)의 주제 음악인데, 많은 클래식 아티스트가 연주했고 팝페라 여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가사를 넣어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를 발표했습니다.

 넬라 판타지아는 우리나라에서 한때 남자의 자격이라는 방송에 흘러 큰 인기를 끌었었죠. 제레미 아이렌스가 가브리엘 신부로 나와서 밀림의 원주민들에게 오보에 연주를 하면서 평화로운 방법으로 설득을 하는 장면에 이 음악이 흐릅니다. 정말 이 음악 듣고 있으면 현실이 환상인지, 환상이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저 세상 느낌이 듭니다. 듣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화로워져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예전에 제가 이 음악 듣고 갑자기 운 적이 있어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카페에서 글을 쓰면서 이 오보에 소리를 듣고 갑자기 주르륵주르륵 눈물을 흘렸습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눈물이 계속 흘러서 급기야는 카페를 나왔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니 뭔가 불편하고 불안했던 제 마음이 음악을 듣는 순간 갑자기 평온해졌나 봐요. 사실 사람들은 내면에서 혼자 여러 가지 생각들로 싸우잖아요. 그런 저의 복잡한 감정을 녹여 주는 음악 덕에 감동받았던 하루였어요.

조금 더 어른이 돼서 봤던 <시티 오브 조이><러브 어페어>에서도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러브 어페어 음악은 제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해서 앙코르로 무대에서 자주 연주하는데, 관객들이 항상 좋아하세요. 낭만이 그냥 줄줄 넘칩니다.

영화에 음악이라는 멋진 옷을 입혔던 그가 이젠 세상에 없네요. 90살이 넘는 나이까지 줄곧 음악만 생각했고, 사람들에게 사랑이 가득했던 그였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음표 하나하나에 촘촘하게 모든 감정들을 담았는지 경이롭습니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느껴져요. 기쁨도 슬픔도 괴로움도 즐거움도 따뜻함도... 살면서 누구나 느끼게 되는 공통된 감정을 잘 끌어냈던 작곡가. 귀로 들었을 뿐인데도 눈으로 보이는 것처럼 만들고, 슬프지 않았다가도 눈물을 끌어내게 만들고, 마치 영화의 주인공인 된 것처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그의 음악. 세상에 태어나 오랜 시간 동안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다했던 그에게 이제 쉼의 시간을 주렵니다.

 굿바이 모리꼬네...

 

시네마 천국 중 사랑의 테마 바이올린- 이작 펄만 

 

영화 미션 중 가브리엘의 오보에


사라 브라이트만 넬라 판타지아


러브 어페어 피아노솔로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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