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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카이스트 이승섭의 교육이 없는 나라
이승섭 교수는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던 모범생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학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고, 카이스트 교수가 되어 우리나라의 과학영재들을 바라보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를 '교육이 없는 나라'라고 한다.
카이스트는 연구만 하는 대학이라고? 연구, '공부의 끝'이 아닌 '사업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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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29

‘연구’란 바로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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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기계공학과 학생들이 연구실에서 로봇 개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카이스트

언젠가 자신의 꿈은 벤처기업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KAIST에 관심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당돌한 고등학생을 만나 적이 있었다. KAIST는 연구만 하는 대학이어서 자신의 꿈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길게 이야기 할 수 없었던 당시 상황에서 간단히 연구와 벤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어쩌면 우리 사회는 연구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국가차원에서 연구를 시작한 역사가 이웃나라 일본이나 기타 선진국들에 비해서 매우 짧은 것이 사실이며, 그로 인해 연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문화가 다소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과연 ‘연구’는 무엇일까? 연구를 언급 할 때 사람들은 두꺼운 안경을 낀 과학자가 컴퓨터 앞에서 밤을 새우거나, 하얀 가운을 입고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학생들에게 연구를 설명할 때‘대항해 시대’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로 시작 한다. 
500여년 전 아시아 무역을 통해 많은 부를 창출하고 있던 유럽은 갑자기 육로가 막히게 되면서 곤경에 빠지게 되었다. 이 때 유럽의 서쪽 끝에 위치한 작은 나라 포르투갈은 자신들의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배를 타고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 아시아로 가는 바닷길을 상상했다. 
남쪽으로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가면 과연 아프리카 대륙의 끝이 있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찾는 과정에서 실패하고 포기하고 일부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항해와 조선 기술이 발전되고 새로운 형태의 배, '카라벨'이 발명되면서 마침내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 끝은 발견되었고 사람들은 그 곳을 ‘희망봉’이라고 이름 지었다. 새롭게 개척된 아프리카 바닷길을 통해 아시아 무역을 독점하게 된 포르투갈은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가 되었으며 세계 역사에서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 
이웃나라 스페인이 포르투갈의 성공에 배 아파하고 있을 즈음, 콜럼버스가 스페인 국왕을 찾아가 서쪽 바다로 가면 동쪽 아시아로 갈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제안을 한다. 오랜 기간의 노력 끝에 마침내 스페인 국왕을 설득한 콜럼버스는 천신만고 끝에 애당초 기대하지도 않았던 신대륙을 발견하고 스페인은 세계 최강의 제국이 되며, 그 이후 유럽 문명은 오늘날까지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연구’란 바로 이런 것이다.
 
발상의 전환, 때로는 무모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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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 시대를 연 포르투칼의 엔리케 왕자 (좌)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우)  
연구의 시작은 필요성이다. 부와 명예, 성공에 대한 욕망, 때론 숭고한 사명감인 경우도 있다. (참고로, 이즈음 전 세계는 COVID-19 백신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데,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인류를 팬데믹의 위기에서 구하고자 하는 숭고한 사명감과 함께 백신 개발에 성공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이득은 물론 노벨상 수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럽이 아시아와의 무역 중단으로 곤경에 처해 있었을 때, 그들은 돌파구가 필요했고 무역을 통한 부에 대한 욕심도 컸다. 포르투갈이 상상한 아프리카 바닷길은 가능성은 높지만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방법이었다. 가다 보면 언젠가는 아프리카 대륙의 끝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이었기에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되었고 그 길은 매우 멀고 험난했다.
스페인의 방법은 다소 극적인데, 지구가 둥글다는 당시 시대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바탕으로 발상의 전환과 무도한 시도가 있었다. 왜 스페인은 아프리카 바닷길을 이용하지 못했을까? 포르투갈이 아프리카 바닷길에 대한 항해 정보를 국가기밀로 보호하였고, 중간 기착지에는 이미 군사기지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회사의 노하우와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특허권으로 보호하는 것과 같다. 후발주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언제나 발상의 전환과 때로는 무모한 시도이다. 
스페인 국왕이 제공한 낡은 배 세 척과 저급의 선원들과 함께한 대서양 바닷길은 만만치 않았다. 해안선을 따라가는 아프리카 바닷길과 달리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망망대해에서의 항해는 훨씬 위험했으며 비과학적으로 예측된 예정보다 항해가 길어지면서, 선원들은 굶주리고 지쳐 폭동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그때 콜럼버스는 육지를 발견한다. 신대륙, 소위 대박이 터진 것이다!  
 
실리콘밸리로 떠나는 학생들 
국가와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장밋빛 예측을 바탕으로 연구를 시작하고 연구비를 제공한다. 사업가는 자신의 사재를 털기도 하고, 투자를 받기도 한다. 이렇게 연구비가 확보되면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는데, 실패와 시행착오는 당연한 과정이다. 연구 방향을 잘못 잡아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연구비 부족으로 고생도 하고,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해답이 다른 사람이 이미 찾아낸 답인 경우도 있다.
에디슨이 전구를 개발할 때 2만 번의 실패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일반적으로는 믿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연구자인 필자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에디슨은 그 전의 다른 많은 연구에서도 5백 번, 3천 번, 또는 1만 번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었었고, 그때마다 우여곡절 끝에 답을 찾았던 사례들을 경험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연구의 끝은 대부분 논문이고 참여했던 학생들에게는 석사 혹은 박사학위가 수여된다. 이즈음 KAIST에는 자신의 논문을 바탕으로 특허를 내고 벤처를 하겠다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공대 교수인 필자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학위 기간 자신의 사업을 준비하라고 한다. 3~5년의 대학원 기간은 학생 입장에서는 연구비나 사업 초기의 위험 부담 없이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마음껏 만들어 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년 전 필자가 미국 유학 기간에 연구실 동료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중국 등 아시아에서 온 유학생들의 희망이 대부분 교수 혹은 연구원인 데 반해, 미국 학생 가운데 교수가 희망인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자기 사업을 하거나 실리콘밸리로 가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실리콘밸리에 벤처 붐이 있기도 하였지만, 그때의 도전 정신으로 똘똘 뭉쳐있던 그 학생들로 말미암아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미국이 계속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결론적으로 연구는 공부의 끝이 아니고, 사업의 시작이다.   

 

이승섭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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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종인오   ( 2020-07-01 )    수정   삭제 찬성 : 반대 :
머라는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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