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topp 로고
칼럼진
질풍노도의 30대입니다만
즐겁지 않은 날보다 즐거운 날이 더 많은 긍정형 인간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삶이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해 비로소 ‘나’에게 관심을 갖게 된 30대의 에디터. 퇴근 후에는 요가와 글쓰기를 하며 사색하지만 실은 누워서 빈둥거리다 알람도 못 맞추고 잠드는 날이 더 많다.
서른이 되어도 인생은 똑같이 흘러갔고 나는 조금 실망했다 30대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입력 : 2020.06.28
그림 = 김밀리

화창한 봄날에 시험 공부를 하러 도서관에 가는 길이나 피곤에 지친 몸으로 출퇴근하는 것이 따분하게 느껴지는 날이면, 나는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당장의 힘듦을 꾹 참곤했다. 꿈에 그리던 집에서 우아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잡지에 나오는 모델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꾸미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면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이루어질지 아닐지 모를 멋진 미래에 대한 상상은 ‘으쌰으쌰’ 하며 현실에 힘을 불어넣는 나만의 방법이기도 했다. 도저히 흥미가 생기지 않는 일을 해야만 하거나 생각만 해도 부담스러운 일들을 준비해야 할 때, 동기부여가 되고 자극제가 돼 여러 난관을 헤쳐나가는데 꽤 효험이 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멋진 나의 모습은 막연히 서른 즈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흔은 오지 않을 아득한 미래처럼 보였고, 스물 몇 살에 이루기엔 거창한 꿈 같았으며,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미래인 서른에는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안정된 직업, 경제적 부, 사회적인 성공, 멋진 일상...... 나에게 서른은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서른이 되어도 인생은 똑같이 흘러갔고, 나는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것 투성이인 내게 조금 실망했다. 나아진 게 있다면 메뉴판의 가격을 보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를 수 있게 됐다는 것. 가격을 먼저 확인하고 체크카드의 잔고를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메뉴를 주문하던 20대와 비교하면 매우 풍족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성공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고 갈팡질팡 헤매며 살고 있다. 서른이 되어도 반전은 없었다. 여전히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겠고, 잘 살고 있는지도 헷갈린다. 서른이 되면 더 이상 이런 고민 따위는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공자는 서른을 일컬어 ‘이립而立’이라고 했다. ‘모든 것의 기초를 세우는 나이’라는 뜻이다. 20대에는 ‘서른이 되면 뭔가 되어 있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실은 사회로부터 주어진 과업을 해내느라 앞만 보고 달리다 그제야 숨을 고르고, 스스로에게 제대로 말을 걸기 시작하는 나이다. 

 

20대에는 평생 늙지 않을 것처럼 살았지만 지금의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나중에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은지 등 인생의 태도에 대해 생각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밖에 모르는매우 이기적인 사람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간절한 도움이 필요할 누군가와 미래 세대가 살아갈 지구의 환경에 대해 생각한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야가 먼 시공간까지 확장된 것이다. 여전히 보험이나 연금저축 같은 건 하나도 없지만. 


죽는 날까지 인간은 겸손해야 하는 존재고, 배움에 대한 열망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각기 다른 속도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렇게 30대를 다시 정의하기 시작하자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럼에도 나의 30대는 자주  불안할 것이다. ‘벌써 서른이나 됐는데 이룬 게 하나도 없어’, ‘나는 왜 이 모양일까라는생각이 자꾸 고개를 내밀 때마다 그 마음을 회피하고 방치하는 대신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기로 했다. 그 과정은 유쾌하지도 친절하지도 않겠지만 나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김희성 에디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