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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내가 더빙 영화를 피하는 이유 탐험대원 '다온'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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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09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한창인 요즘, 많은 기업들, 국가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인해 뜻밖의 이득을 얻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Netflix, Wavve’와 같은 기업들이다. 여러 나라들의 영화부터 드라마, 다큐멘터리까지 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일명 집콕하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단돈 몇 천원만 내면 TV로 보지 못했던 여러 드라마들을 볼 수 있고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건 집안에서 긴 시간을 보내게 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취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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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넷플릭스는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일명 미드(미국 드라마)’가 많기 때문에 그 인기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여러 나라들의 영화, 드라마 등이 모두 담겨있는 넷플릭스는 다른 나라의 작품을 자막 혹은 더빙 서비스를 통해 제공한다. 하지만 필자는 왠지 모르게 더빙된 작품보다는 자막 서비스가 제공되는 작품을 찾게 된다. 성우들의 연기가 훌륭한데도 왜 필자는 더빙된 작품보다는 자막이 달린 작품을 찾게 되는 걸까?

더빙이란 외국어 대사를 성우의 목소리로 듣게 되는 방식을 말한다. 아무리 훌륭한 성우들이 완벽하게 목소리 연기를 했다고 해도 화면에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화면에 보이니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편견일 수도 있지만 한국어를 쓸 것 같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한국어와 합쳐졌을 때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사실 더빙된 작품을 보는 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더빙된 작품이 종종 어색하게 느껴지는 더 큰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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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JESEnt 박혜나 ‘겨울왕국2 – 숨겨진 세상’)  

 

번역의 문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몇 년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인 겨울왕국의 유명한 주제곡 ‘Let it go’의 가사를 살펴보자. 전 세계 47개의 언어로 더빙되어 불린 후렴구 ‘Let it go’는 한국에서 다 잊어라는 가사로 더빙되었다. 원곡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다 잊어~’라는 가사로 이 노래를 부른다는 게 참 어색하게 느껴진다.

최대한 같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이를 대체할 언어를 찾는 과정에서 더빙하는 사람들과 번역가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번역어가 얼마나 원어에 충실할 수 있을지를 두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빙된 작품들의 상당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주인공이 이 상황에서 오글거리게 이런 말을 할까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우리가 어색함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만약 그 분위기와 맥락이 우리 문화에 없는 것이라면 더빙된 한국어가 억지로 끼워 맞춰진 듯 어색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더빙은 자막을 보는 불편함을 없애고 시청자들에게 더욱 편안한 시청을 제공하기 위해 방송사가 마련한 서비스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시청자들에게 거슬리는 것으로 다가온다면 너무 슬프지 않겠는가. 그러니 이제는 단순히 다른 나라의 작품들을 한국어로 옮기는 데 급급한 더빙에서 벗어나 그 나라의 문화, 그 속에 담긴 언어 체계를 이해한, 좋은 번역이 이루어지고 그 번역에 훌륭한 성우들의 연기가 입혀진다면 자막보다는 당연히 더빙을 선택하지 않을 리 없다.

 

다온(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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