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p 로고
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온나인’ 강의? ‘올라인’ 강의 ? 뭐가 맞지? 탐험대원 '느루'의 언어탐험
topclass 로고
입력 : 2020.05.20

1.jpg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국의 학교들에서 온라인 강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잠깐, 방금 전 문장을 읽으면서 '온라인'[온나인]이라 읽었는가? 아니면 [올라인]이라 읽었는가?

물론 단어를 글자로 먼저 인식했기에 자신이 ''''을 명확히 구분하여 읽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읽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신경을 써서 '온라인'을 한 글자씩 읽어 본다면 자신이 ''''[ㄴㄹ]로 읽지 않았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즉 우리는 무의식중에 [ㄴㄴ] 혹은 [ㄹㄹ] 중 하나를 선택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말에서 ''''이 만날 때,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닮아 발음이 변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을 닮아 [ㄹㄹ]이 되면 유음화라고 하고, ''''을 닮아 [ㄴㄴ]이 되면 비음화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떨 때에 유음화가 일어나고, 어떨 때에 비음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표준 발음법 제20항에서는 ''''의 앞이나 뒤에서 []로 발음한다고 하고 있다. 그 예로 난로[날로], 대관령[대괄령], 칼날[칼랄] 등이 있다. 다만 다음과 같은 단어들은 ''[]으로 발음한다고 하면서 의견란[의견난], 임진란[임진난], 생산량[생산냥] 등의 예시를 들고 있다. 이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의미 단위가 끊기는 위치에 있다. 의견란, 생산량 등은 ''으로 끝나는 2음절 한자어 뒤에 ''로 시작하는 한자가 결합한 것이다. 즉 우리는 이를 의견+, 생산+량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으로 바뀌는 경향이 강하다. 다시 말해 만약 '신라면'[신나면]이라 읽었다면 '+라면'이라 인식한 것이고, [실라면]이라고 읽었다면 '신라+'이라고 인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jpg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온라인'[온나인]이라고 읽었다면 '+라인'이라 본 것이고, [올라인]이라고 읽었다면 '온라인' 자체를 하나의 단어라 본 것이다. 문제는 온라인은 외래어이며 원래 영어에서 on은 전치사에 해당한다는 데에 있다. 전치사를 의미 단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만약 '스킨로션'처럼 '스킨'이라는 단어도 있고, '로션'이라는 단어도 있다면 많은 이들이 '스킨+로션'이라 인식했겠지만 ''을 의미를 나누는 단어라 볼 수 있는지는 의견이 나뉜다. 그래서 '온나인'으로 읽는 경우와 '올라인'으로 읽는 경우가 각각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어에서는 의미 경계가 명확히 인식된다고 할 수 있을까? 다음 단어들을 읽어보자. 선릉, 상견례, 음운론. 그리고 자신의 발음에 주목해보자. '선능'이라 읽었는가 '설릉'이라 읽었는가? 사실 이 단어들은 화자마다, 그리고 심지어는 같은 화자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발음된다고 연구된 단어들 중 일부다. 즉 우리는 한국어 내에서도 의미 경계를 어디서 나누는지 명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럼 여기서 떠오르는 의문들을 정리해보자. 과연 표준 발음법에 나와 있는 것처럼 옳은 발음은 무엇이다 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까? 외래어는 형태소 경계를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 한국인 화자가 영어로 'online', 'inline', 'sun roof', 'one room'등을 발음할 때는 nl 또는 nr의 구분이 명확히 나타날까? 반대로 외국인이 한국어에서 ''''의 연쇄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발음할까?

이처럼 우리말 발음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보면 독자도 이처럼 많은 의문이 생길 것이다. 이제부터 한국인이나 외국인이 ''''의 연쇄, 혹은 'n''l/r'의 연쇄를 발음할 때 귀 기울여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위에서 제시한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보면서 각자가 흥미로운 우리말 발음의 세계로 빠지기를 기대해본다.

 

느루(필명)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 17학번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