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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소통'의 어제와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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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5
‘소통’이라는 단어는 지금 너무나도 자주 사용되는 친숙하고 익숙한 단어다. 하지만 이 단어가 지금처럼 자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소통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자주 쓰게 된 것은 언제인지, 또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지 탐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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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톡
  

‘소통’이라는 단어는 지금 너무나도 자주 사용되는 친숙하고 익숙한 단어다. 하지만 이 단어가 지금처럼 자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소통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자주 쓰게 된 것은 언제인지, 또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지 탐험해 보자.

 '소통'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등장한 지도 꽤 시간이 지난 것 간다. 소통이 이제는 친숙함을 너머, 조금은 식상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통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남아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소통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이렇게 익숙하게 자주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소통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언제, 얼마나 자주 쓰였는지를 알아보는 데 있어서 신문만큼 좋은 자료는 없을 것이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의 물결21 코퍼스의 일부인 동아일보 코퍼스(http://corpus.korea.ac.kr/donga/)는 그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최적의 코퍼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코퍼스는 1946년부터 2014년 사이에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 약 260만 건(약 4억 1000만 어절 띄어쓰기 단위)을 단어 단위로 검색할 수 있도록 주석하여 가공한 코퍼스이기 때문이다.

이 코퍼스에서 소통이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를 검색해 보니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소통이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자주 쓰이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46년부터 2014년까지 69년 동안, 해당 코퍼스에서 ‘소통’이라는 단어는 총 17,685회 관찰되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그 사용량이 시기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1940년대 28회, 1950년대 113회, 1960년대 261회밖에 사용되지 않았던 소통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 사용량이 증가하여 1,024회 관찰된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각각 938회와 1,501회 관찰되어 1970년대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통’의 사용량은 급격히 증가한다. 2000년대에는 무려 4,539회나 관찰되었고, 이는 이전 시대인 1990년대에 비해 무려 3배가 넘게 증가한 수치다. 2010년대에 들어서서도 그 단어의 사용은 더욱 증가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단지 5년간의 사용 빈도를 관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총 9,281회의 사용 빈도를 기록하였다. 이 수치는 2000년대 전체 사용 빈도의 2배가 넘는 것이다. 이를 그래프로 그려 보면 더 쉽게 그 변화를 확인해 볼 수 있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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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소통’의 시기별 사용 빈도 변화(1946년 ~ 2014년, 출처: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동아일보 코퍼스)
 
신문기사에서 검색된 ‘소통’의 사용 빈도 변화를 통해, 소통이 우리 귀에 자주 들리게 된 것이 2000년대 이후의 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00년 이후의 사용량을 연도별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흥미로운 사실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림 2]에 보인 것과 같이, 2000년 이후 소통의 사용 빈도는 꾸준히 늘었지만 특히 비약적으로 사용 빈도가 증가한 것은 2008년과 2010년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2011년부터는, 가파른 증가세는 멈추었지만 고점에서 완만하게 사용 빈도가 유지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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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소통’의 연도별 사용 빈도 변화(2000년 ~ 2014년, 출처: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동아일보 코퍼스)

 

소통의 사용 빈도 변화도 흥미롭지만, 소통과 함께 사용되는 단어(공기어)의 변화도 흥미롭다. 1950년대에는 함께 나타나는 단어의 빈도, 즉 공기어의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이 ‘전화’, ‘전신’, ‘체신부’였던 것이 1960년에는 ‘교통’, ‘차량’, ‘전화’, ‘도로’로 변화한다. 그리고 교통, 차량, 도로는 1960년대 이후 2000년대까지 소통과 가장 높은 공기 빈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2010년대가 되면서 교통, 차량, 도로의 공기 빈도 순위는 급격히 뒤로 밀린다. 2010년대 교통은 12위를, 도로는 13위를, 차량은 20위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반면에 2000년대에 들어서 ‘국민’, ‘문화’, ‘사회’, ‘대화’는 소통과 높은 공기 빈도를 보이는 단어로 급부상하게 된다.

공기어의 빈도 변화를 통해서, 우리는 소통의 사용 빈도가 낮았던 1990년대 이전에는 소통되는 것이 보통 통신(전화, 전신 등)이나 교통(차량, 도로 등)이었지만, 소통의 사용 빈도가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는 소통되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과 뜻’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200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관심은 교통이나 통신이 원활하게 트이고 통하는가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뜻이 서로 원활하게 트이고 통하는가로 이동하였다는 사실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러한 소통의 중심 이동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로 해석된다. 서로의 생각과 뜻이 얼마나 서로에게 트이고 통하는지에 사회적 관심을 두는 것이 민주주의의 진전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화의 진전으로 ‘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소통 ‘문화’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고민과 인식은 출발점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종착점이 될 수는 없다. 고민과 인식을 바탕으로 경험이 쌓여야만 문화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통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화의 경험이 축적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화는 수평적인 관계 설정에서만 가능하다. 오고가는 것이 대화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일방향적으로 가기만 하거나 오기만 하는 것은 대화라고 하기 어렵다. 수평적인 문화가 우리에게 요구되는 이유다.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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