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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카이스트 이승섭의 교육이 없는 나라
이승섭 교수는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던 모범생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학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고, 카이스트 교수가 되어 우리나라의 과학영재들을 바라보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를 '교육이 없는 나라'라고 한다.
영재고에 '진짜 영재'가 없다? 게임광 데미스 하바비스는 어떻게 알파고를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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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27

 우리나라 최고의 고등학교인 ‘과학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의해서 설립된 학교로 통상적으로 영재고로 불리어진다.

 필자가 영재고에서 강연할 때 던지는 첫 질문은 ‘곰탕, 칼국수, 영재고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이다. 답은 ‘없다’인데, 곰탕에 곰이 없고 칼국수에 칼이 없듯이 영재고에 영재가 없다는 의미이다. 학생들도 깔깔 웃으면서 강연은 시작되지만 학생들도 필자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우리 사회는 영재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혹 영재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영재들을 오히려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입시 명문고로 자리잡은 영재고의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한 마음만 든다.

 영재는 영어로 ‘gifted kid’, 즉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인 재능을 받고 난 아이를 일컫는다. 그런 의미로 볼 때, 모든 아이들은 영재들이다. 어느 누구도 선천적인 재능 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축구의 박지성, 바둑의 이세돌과 같이 특정 분야에 뛰어난 재능과 엄청난 노력을 통해 더욱 좋은 결과를 달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재능을 타고 난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아이, 달리기를 잘 하는 아이, 수학 문제를 잘 푸는 아이, 글 솜씨가 좋은 아이, 남을 잘 웃기는 아이, 요리를 잘 하는 아이… 등등. 교육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아이들의 타고난 재능이 더욱 잘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또한 영재성의 차이와 함께 영재성이 나타나는 시기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특화된 영재성을 위한 교육과 함께 숨어있는 재능을 찾아주는 교육의 중요성도 결코 무시될 수 없다.

 

'과학고' 아니고, '천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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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영재학교 전경. 조선DB

 우리나라의 ‘과학영재교육’은 1983년 경기과학고의 설립으로 시작되었는데, 차츰 그 수가 증가하면서 과학고는 조금씩 입시 명문고로 변해갔고, 오늘날 20개의 과학고가 입시 명문고 집단으로 자리잡고있다.

 진정한 영재교육기관을 표방하고 2003년에 설립된 한국과학영재학교는 당초 대학입시와는 무관한 영재교육을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나, 차츰 영재고들이 늘어나면서 오늘날 8개의 영재고들은 최고의 입시 명문고 집단으로 변질되었다. 어쩌면 또 다시 ‘천재교육진흥법’을 제정하여 ‘천재고’를 새롭게 하나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필자의 마음을 찹찹하게 한다.

 오늘날 전국에 있는 8개의 영재고와 20개의 과학고를 바라볼 때, 필자는 과학자, 공대교수, 입학처장, 그리고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올바른 과학영재교육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 즉, 한 두 개의 과학고 혹은 영재학교가 있을 경우에는 극소수의 특별한 영재들 만이 관심을 갖고 진학하게 되고 해당 학교에서도 대학입시와 관계없는 선발된 학생들을 위한 맞춤식 교육이 가능할 수 있다. -영재교육은 입시를 위한 수월성 교육 보다는 일반 학교에서 적응하기 힘든 학생들을 위한 특수 교육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많아져 계층이 생기고 계층 간에 순위가 매겨지게 되는 경우, 모든 학생들은 관심이나 재능을 떠나 해당 계층에 들어가고자 하게 되어, ‘고교입시 부활’이라는 단순 결과로 귀결 되어진 것이 오늘의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현실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6개의 과학영재고, 2개의 과학예술영재고, 20개의 과학고, 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계층이 나누어져 버렸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보다 높은 계층의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으로 내몰리고, 과도한 선행 학습과 왜곡된 교육 환경 속에서 우리의 귀한 영재들은 일찍부터 망가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더욱 더 모순된 점은 우리나라의 중학교에서는 성취평과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취평가제는 점수를 바탕으로 성적이나 서열을 매기지 않고 성취기준에 도달한 정도에 따라 크게 A, B, C, D, E로 평가하는 방식인데, 상반되는 중학교의 성취평가제와 고교 서열화로 인해 우리 교육당국은 본의 아니게 혹은 의도적으로 우리 학생들을 학원가로 내몰고 있는 것 같다. 

 중국에 ‘모죽’이라는 대나무가 있다고 한다. 이 대나무는 처음 5년 동안은 아무리 가꾸어도 자라지 않고 3cm 크기의 새싹만 보이다가, 어느 날부터 하루에 70~80cm씩 쑥쑥 자라기 시작해 나중에는 30m까지 자란다고 한다. 아마도 사람들은 5년 동안 자라지 않는 대나무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어쩌면 뽑아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에서 모죽과 같은 영재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필자는 영재고와 과학고 학생들을 볼 때 간혹 ‘웃자라다’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한다. ‘웃자라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쓸데없이 보통 이상으로 많이 자라 연약하게 되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교육제도가 ‘모죽’과 같은 영재는 알아보지도 못하고, 가만히 놔 두면 더 잘 자랄 어린 나무들에게 화학비료만 쏟아 부어 쓸데없이 웃자라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다.

 KAIST도 이러한 교육시스템의 중요한 참여자로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 필자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우리 사회가 키우고 싶은 과학영재의 참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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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바비스. 조선DB
 

 2019년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경기가 온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혹자는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서 경이로움을 너머 두려움마저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이 와중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은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하바비스’이다. 어릴 적부터 체스 천재였던 그는 13세에 세계 체스 대회에서 2등까지 올랐다. 이후 컴퓨터 게임에 빠져 15세에 게임 회사에 들어가 게임 개발자로 경험을 쌓고, 학교로 돌아와 캠브리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으로 학사를 마치고, 다시 게임 사업을 하면서 런던 대학에서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 사회가 기대하고 키우고 싶은 과학영재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13세에 체스에 미쳐있는 아이, 15세에 게임 회사에 취직하는 아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바라보고 허락하는 부모, 다시 돌아와 컴퓨터공학과 뇌과학을 할 수 있게 하는 대학교. 어느 것 하나 가능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우리 사회는 성공한 데미스 하바비스을 원하고, 인공지능의 산업적 가치만을 논한다.

 우리나라의 데미스 하바비스들은 초등학교부터 학원에 가서 밤늦게까지 쓸데없이 어려운 수학, 과학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체스를 배우거나 게임에 빠지는 것은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학정석을 공부하는 우리나라의 소위 ‘영재’들은 영재고에 들어가 또 다시 선행으로 대학수학까지 공부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필자는 기특함보다는 걱정만이 앞선다.

 데미스 하바비스가 만든 ‘딥마인드’는 구글에 4,800억원에 인수하여 38세의 데미스 하바비스는 수 천억 원의 부자가 되었고 구글은 홍보 효과 만으로도 이미 수 천억의 이익을 보았다고 한다.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데미스 하바비스와 같은 과학영재를 키우는 교육 여건, 딥마인드와 같은 회사를 키우는 벤처 생태계, 구글과 같이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하고 상생하는 대기업들이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이승섭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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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김종원   ( 2020-05-14 )    수정   삭제 찬성 : 2 반대 : 2
현실과 이상은 많이 다릅니다. 그런 천재들을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찾아낼지 현실적 대안이 없다면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말이지요. 그럴바에야 비록 천재는 아니어도 똑똑하고 의지가 있는 아이들이라도 교육하는게 맞습니다. 부모가 아무리 능력있어서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켜도 아무나 영재고 가는거 아닙니다.
  윤미숙   ( 2020-04-29 )    수정   삭제 찬성 : 4 반대 : 3
정말 1000% 공감합니다.
 능력자였던 아빠의 영향으로 영어권에서 10년간 어릴때부터 생활하다 사업이 망하면서 한국으로 2년전 들어와 한국공부를 합니다.두려운 맘에 열심히 시켜 잘하고 있지만 뭔 필요없는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해야 하는지. 정말 좋아하고 즐거워하는것을 할수가 없고 무조건 외우고 무조건 해야하는 교육이 너무 가슴아픕니다. 아이들이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고 토론하고 연구할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만가지 과목이 정작 사회에서 얼마나 사용될지...제발 다음세대위해 제발 좀 바꼈으면 ....
  동감   ( 2020-04-28 )    수정   삭제 찬성 : 22 반대 : 8
완전 공감합니다.
 제 가족, 직설적으로 얘기해서 제 아들이 영재고에 떨어지고 과학고에 입학하여 수능시험도 안치르고 2년만에 조기졸업하고 우리나라 최고대학이라는 곳에 입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정말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선행학습을 위해 얼마나 학원을 많이 다녔는가하면.....참 고통스럽습니다.
 어느정도 영재고와 과학고에 적응할 수준이되면 최상위대학가는 데에는 정말로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sky, 포항공대, 카이스트....중에서 하나 골라갈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그 많은 학원비와 입학을 위해 그리고 졸업을 위해 피말리는 학습과 경쟁은 반복하라면 학생도 학부모도 아무도 못할 것입니다.
 예를 든 하바비스처럼 명문대를 안가고 자기가 좋아하는 컴퓨터하고만 놀아도 소위 말하는 출세를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하는데 개한민국은 그것이 봉쇄되어 있고 선행학습과 암기위주의 학습으로 대학을 가야하니 노벨상도 못 받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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