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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보고만 있어도 꿀 떨어지는 당신에게 슈만 미르테의 꽃 중 '헌정' op.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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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23

결혼을 해보니 사랑의 정의가 달리 느껴집니다. 결혼 전의 사랑은 그저 둘이 죽고 못 사는 감정이었어요. 그래서 항상 뜨겁고 언제나 찬란하며, 유명 백화점 쇼윈도에 잘 정리돼서 반짝거리는 무엇이었죠. 하지만 자식을 낳고 지지고 볶으며 시간을 같이 해 보니 결혼 후의 사랑은 끈끈한 정과 의무, 책임 그리고 그 사람을 소리 없이 안아주는 것이더군요. 그 안에는 남들이 모르는 그들만의 대서사가 있습니다. 구차하고 유치해서 남한테는 차마 말하지 못한지만 서로가 아니면 품을 수 없는 나약함과 부끄러움을 온몸으로 떠안는 그런 사이가 됩니다.

그래서 부부 간의 일은 부부만 안다고 하죠. 그 둘 사이에 어떤 끈끈이가 작용했었고, 그들이 넘어온 삶의 풍파가 얼마나 많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더 이상 설렘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없으면 걱정되고 허전합니다. 접촉사고가 나면 아줌마들이 남편을 부른다기에 어이없어 했는데, 막상 결혼해 보니 사고 나면 보험회사보다 남편이 먼저 생각났습니다. 억울한 제 심정 토로할 때 맥주 마시면서 실컷 욕 나눌 수 있는 사람도 남편이고, 병원 응급실에 들어갔을 때 보호자란에 이름 석 자 적게 되는 것도 남편이었어요. 생판 모르는 남이었던 서로를 보호하겠다니 우습지만 그렇게 됐습니다. 헤어지면 남이지만 점 하나 찍기 전까진, 도장 찍기 전까진 님으로 남는 사이입니다.

좋은 날 데이트하고 싶어서 생각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에는 무사귀가가 걱정되는 사람입니다. 제일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던 사람에서 가장 안 좋은 모습도 보여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뀝니다. 부부 간의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 그 이상의 것이 있더군요. 물론 결혼한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정이 사랑을 이길 때가 있습니다. 예술가 부부 흔치 않는 일이지만 그들은 연애에서 그치지 않고 끝내 결혼을 합니다. 결혼식 전날 남편 슈만이 부인 클라라에게 어떻게 사랑을 고백했는지 궁금합니다. 슈만이 결혼을 기념하며 작곡한 노래 ‘헌정’을 들어볼까요?

 

부부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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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서양 음악사에서 가장 달달한 커플을 뽑으라면 단연 1위인 두 사람. 로베르트와 클라라 슈만 부부입니다. 슈만과 클라라는 춘향이와 이도령,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어디서나 붙어있는 두 이름입니다. 두 사람 이름만 들어도 꿀 떨어지는 사랑이 전달되는데, 그의 음악 안에는 클라라를 향한 마음이 보물 지도 안의 보물처럼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물론 슈만이 전 생애를 거쳐 클라라만 사랑한 것은 아닙니다. 클라라를 만나기 전엔 그 역시 사랑의 질풍노도를 경험했습니다. 그의 첫 작품인 아베크 변주곡(op.1)의 주인공 메타 아베크, 그리고 아베크에게 실연을 당한 후 에르네스티네 프리켄과 사랑을 이어갑니다. 에르네스티네는 프리드리히 비크 선생의 문하에서 같이 공부를 했던 프리켄 남작의 딸로, 슈만의 고난도 작품 교향적 연습곡 (op.13)의 주인공입니다. 에르네스티네는 클라라도 알고 있는 여인이었죠. 이 밖에 1837년 6월 영국 출신의 피아니스트 레이들라브와도 사랑에 빠집니다. 지적이고 우아한 레이들라브가 라이프치히로 직접 찾아와 슈만을 만났다고 하니 그들도 보통 사이는 아니었을 겁니다. 슈만은 그녀에게 환상소곡집(op.12)을 작곡해 바칩니다. 하지만 클라라는 결혼과 동시에 슈만을 품으면서 모든 것은 묻어둔 과거가 됩니다.

슈만은 클라라를 사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혼을 꿈꿨고, 그들이 결혼하기까지는 험난한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클라라의 아버지인 비크 선생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2번 정도 법정 공방까지 한 끝에 1840년 슈만의 나이 30살에 결혼을 합니다. 그들이 결혼하던 해에 슈만은 많은 가곡을 작곡했는데, 클라라에 대한 사랑이 주 내용이었어요. 슈만은 서점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문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여러 시인들의 시에 멜로디를 붙여 ‘미르테의 꽃’이라는 연가곡집을 만듭니다. 26개의 곡으로 이루어진 연가곡집 ‘미르테의 꽃’ 중 처음 나오는 곡이 바로 헌정입니다.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뤼케르트의 시 위에 음악을 입혔는데, 가사가 정말 예술이에요. 슈만은 1840년 9월 결혼식 전날 밤에 이 곡을 클라라에게 바쳤습니다.

그대는 나의 영혼, 나의 심장이요 나의 기쁨이고 나의 고통이며, 내가 살아가는 나의 세계이자 내가 날아오르는 하늘. 나의 근심을 영원히 묻어버린 무덤이며 나의 안식, 마음의 평화, 하늘이 내게 주신 사람 그대의 사랑이야말로 나를 가치 있게 만들고, 그대의 시선으로 말미암아 내 마음이 맑고 밝아진다네.

몇 줄만 적어 봐도 세상의 모든 좋은 말, 아름다운 말의 대잔치입니다. 이런 시가 천상의 멜로디를 타고 울렸으니 이 노래를 선물 받은 신부 클라라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겠지요? 보고만 있어도 꿀 떨어지는 클라라에게 바치는 최고의 결혼 선물입니다. 이 정도면 클래식 결혼 축가 1순위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유튜브 검색어- 슈만 ‘헌정’

Schumann: Widmung, Op.25, No.1
노래-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노래- 조수미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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