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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나는 덕후가 되고 싶다능! 탐험대원 '하릅'의 언어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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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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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덕에 관한 유튜브 콘텐츠들. '축덕'은 실제로 널리 쓰이는 표현들이다.

 

흔히들 쓰는 표현으로 집안에 갇히게된 요즘, 여러분은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누군가는 400번 저어 달고나 커피를 만들고, 누군가는 동물의 숲에 빠져있다. 그렇게 다들 봄이 오는 소리를 뒤로 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이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부쩍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덕후가 부러워졌다. 나도 덕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내게 물을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니?’

보통 덕후는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오덕후는 일본의 오타쿠(オタク)’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오타쿠의 발음을 한국식으로 변형한 것이다. 일본에서 이 단어는 마니아의 열성을 지녀 한 분야에 집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단어가 달리 인식되었다. 보통 오덕후라고 하면, ‘만화 세상에 빠져 사는 사람을 의미했다. 의미가 조금씩 변형되어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일컫기도 하였으며 게을러 보이는 외모를 빗대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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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에서 오덕후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캐릭터 ‘오수’.
항상 짱구네 가족에게 민폐를 주는 인물이다. [출처- 짱구는 못말려]

 

참 신기하게도, 최근에 이 단어의 의미는 다시 변형되었다. ‘오덕후를 간추려 덕후라는 말을 널리 쓰게 되었으며, ‘애니메이션말고도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표현으로 변화했다. ‘덕후는 다른 단어들과 어울려 다양한 새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축덕이나 마라덕후를 예로 들 수 있다. ‘축덕축구에 빠진 사람, ‘마라덕후마라 향신료에 빠진 사람을 의미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한 가지 분야에 열정을 보이는 사람에게 덕후라는 칭호를 붙이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부정적 인상을 탈피하여 긍정적 인상을 주는 단어로 변모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필자의 학과의 모 교수님께서는 희곡갈래에 대해 강의하신다. 그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교수님께서 희곡이랑 연극을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아라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교수님을 성덕이라고 칭하곤 하였다. ‘성공한 덕후!’

요즘 덕후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필자 역시 한 분야에 열정을 가져 성공한 덕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좋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온종일 집에 있으니 생각만 늘어간다. 특히, ‘나는 나중에 뭐하고 살까?’, ‘나는 행복한가?’라는 생각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다.

친구에게 이러한 심정을 말하니, 친구도 이런 저런 고민이 많다고 말하였다. 우리는 대학교 3학년이 되었고 졸업에 한 걸음 가까워졌지만, 아직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것만 같아 불안했다. 이는 아마 20대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일 것이다. 괜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내가 덕후가 되어 한 가지를 파고 지냈다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았을 텐데.’

그런데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 문득 깨달은 것이 있다. 따지고 보면 나도 나름 덕후라는 것이다. 나는 두 고양이와 함께 사는 고양이 덕후이다. 내 휴대폰 갤러리의 대부분을 고양이 사진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여러분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소통 덕후이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미 성공한 덕후였다. 좋아하는 일이 있고, 그 일을 하고 있어서 행복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이것이 나의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덕질은 적어도 지금의 나를 행복하게 만들며, 미래의 나에게는 소중한 거름이 될 것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시선을 조금 낮추면 누구나 덕질하는 분야가 하나쯤 있을 것이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은 어떤 덕후일지 궁금하다.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그 일은 과연 무엇인가 

 

하릅(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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